장르: 스릴러
제작국 : 영국, 미국
상영시간 : 107분
감독: 스콧 만
출연: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등급: 12세이상 관람가
재난 상황을 이용한 SNS 돌려까기
21세기 들어 인간의 문화는 두 번 바뀌었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발명했을 때 한 번 바뀌었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가 태어났을 때 한 번 더 바뀌었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서로 경쟁하듯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보여주려 기를 쓰고 있다. 보여주기의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어지간히 자극적이지 않으면 주목을 받지 못하니까. 목숨을 걸고 위험한 곳에서 있는 자신을 촬영해서 SNS에 올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재수가 없으면 그 대가는 사망이다. 그놈의 ‘좋아요’가 도대체 뭐길래. 재난 영화 <Fall>는 고도의 돌려까기 수법으로 SNS 중독자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한다.
위험과 모험이 있는 삶
베키와 헌트는 절친이다. 두 여자는 암벽 등반과 같은 스릴 있는 스포츠를 즐긴다. 어느날 베키의 남편 댄과 함께 암벽 등반을 하던 중 자일이 빠지면서 댄이 사망한다. 슬픔에 빠진 베키에게 헌트는 보기만 해도 아득해지는 600m 높이의 TV 타워를 오르자고 제안한다. 누가 봐도 한심한 제안이지만 베키는 망설임 끝에 타워로 향한다. 약간의 어려움 끝에 두 사람은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하지만 낡은 철제사다리의 나사가 풀리면서 내려갈 길이 사라진다. 물도, 식량도 없고, 핸드폰도 먹통인 상황에서 베키와 헌트는 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흥미롭지만 분명한 한계
포스터만 봐도 아찔하다. 제작진은 600m 위의 손바닥만한 디딤판 위에서 벌어지는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잘 그려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몇 번이나 섬뜩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카메라는 고공의 공포를 자극적으로 담아낸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저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러닝타임을 다 메꿀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다양한 사건과 화각을 엮어서 우려보다는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움직임마저 한정된 공간이다 보니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보여줄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한 건 사실이다.
엇갈리는 운명
재난 영화에서 출연자 전원이 무사히 살아남는 건 욕심이다. 긴장감을 더하고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 그 제물이 헌트가 될 것이라는 건 초반부터 확실하다. 출발 전 SNS를 하느라 다가오는 트레일러를 보지 못해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는 헌트의 모습은 죽음에 대한 복선이다. 그것만으로 불충분했는지(아니면 한정된 공간 위에서의 시간 때우기용이었던지) 타워 위에서 헌트와 댄이 불륜 사이였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그녀의 죽음을 정당화한다.
필요한 건 자극이 아니라 사랑
베키는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한다. 추락해서 사망한 헌트의 시신 속에 스마트폰을 넣고 지면에 떨어뜨린 것이다. 그녀의 등 뒤에서 남편과 붙어먹은 친구를 겨냥한 통쾌한 복수인 셈이다. 지면에 무사히 도착한 스마트폰의 신호 덕분에 베키는 구조된다.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아빠와 포옹하며 베키는 비로소 눈물을 흘린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불륜녀 친구는 차가운 시신이 되어 TV탑에 남았고, 방황 끝에 위기를 넘긴 베키는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 지성의 발달과 동의어가 될 수 없음을 감독은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막을 내린다.
압도적!
좋은데?
시도는 좋다
그냥저냥
시간이아까워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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