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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왁싱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by 마인드 오프너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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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독특했으나 사용법이 미숙해서 안타깝다.

 

 

최근 젊은 세대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두 가지 트렌드가 급속하게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문신과 왁싱인데요. 기성 세대들은 두 가지 모두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40대 미만들은 의외로 저항감이 많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정용대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왁서>는 제가 본 미스터리 소설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왁싱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소재만으로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책 내용 중에는 왁싱과 왁스의 세계에 대해 작가가 심도 있게 취재한 흔적이 잘 녹아 있습니다.

 

왁싱샵에서 스포츠 신문의 기자인 재섭이 살해당한 채 발견됩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주하던 범인을 체포하여 사건을 마무리합니다. 재섭과 약혼했던 세진은 경찰이 발표한 범인의 범행 동기를 납득하지 못합니다. 재섭이 왁싱에 대해 언급을 하거나 관심을 둔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종의 흑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세진은 왁싱을 배우면서 미스터리를 파헤치고자 합니다. 세진은 같은 처지가 된 송희와 함께 왁스샵을 개업한 후 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나갑니다.

 

설정의 첫 단계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왁싱업소에서 약혼자가 살해되었다고 왁싱업계로 투신한다는 게 말이죠. 약혼자가 룸살롱에서 살해되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룸살롱을 운영하거나 호스티스로 취직해야 하나요? 왁싱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사람이 국제대회 수상까지 한 전문가들을 가볍게 물리치거나, 약혼자 살인범을 밝히겠다고 나서는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설정대로라면 두 사람 모두 살해되어 어딘가에 묻힐 게 확실해 보이더군요.

 

결정적으로 이야기에서 왁스 설명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의도라는 건 알겠는데 이 책은 소설이지 왁싱 가이드나 설명서가 아니잖아요. 왁스의 모든 것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다 알려주는 게 리얼리티는 아닙니다. 리얼리티는 전문가들이 알 수 있는 분량만 넣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그 소재가 이야기 전개에 기여를 하느냐 아니냐에요.

 

신박한 소재 덕분에 기대했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로서는 수준이 많이 모자랍니다. 캐릭터 설정도 억지스럽고, 왁스 소재는 이야기와 따로 놉니다. 과거의 재섭과 세진의 현재를 빈번하게 교차해서 산만해지는 것도 문제고, 사건의 배후인물이 어수룩한 것도 걸립니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가능성은 이 작품에서 충분히 보여줬으니 차기작에서는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쓸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스터리 풀이 과정보다 직업으로서, 트렌디한 문화로서 왁싱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네요.

 

 

 

마스터피스

압도적

그중낫네

그냥저냥

시간이아까워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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