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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CG가 주도하고 이야기는 거들 뿐, <코마(Koma)>

by 마인드 오프너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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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들은 소재가 참신하고 CG가 강한 게 특징이다. 

 

장르 : SF
제작 : 러시아 연방
상영시간 : 111
개봉 : 2020.11.12.
주연 : 니키타 아르구노프리날 무하메토프
등급 : 15세 관람가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영화 한 편은 다양한 예술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출, 연기, 조명, 촬영, 미술, CG, 시나리오, 음향 등이 필요하다. 영화를 일러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구성요소들이 모두 제몫을 해주어야 제대로 찍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특정 요소가 아무리 좋아도 다른 요소들이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평가가 좋을 수 없다는 의미다. 러시아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CG기술은 할리우드에 육박할 정도인데 정작 그 기술로 표현해야 하는 이야기가 한참이나 쳐지기 때문이다. SF영화 <코마> 역시 화려한 CG만 눈에 보일 뿐 빈약한 이야기 때문에 딱히 흥미가 일어나지 않는 작품이다.

 

코마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공간이 뒤틀려 있다.


혼수상태의 환자들만 갈 수 있는 곳

 

젊고 유능한 건축가 '빅터'는 가진 능력에 비해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불운한 인물이다. 애인과 함께 가다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 후 빅터는 잠에서 깨어난다. 그가 머무는 곳은 현실이 아닌, 혼수 상태에 빠진 자들만 올 수 있는 '코마'라는 세계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이곳에는 ‘리퍼’라는 괴물이 거주민을 위협한다. 빅터는 거주민들과 리퍼를 피해 도피처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빅터는 과연 혼수상태에서 현실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도대체 리퍼는 왜 같은 처지인 거주민들을 공격하는 것일까? 


코마의 흥행을 결정짓는 두 요소

 

이 영화의 기획 포인트는 ‘혼수상태의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가상공간’이다. 일단 소재가 참신하다. 듣기만 해도 흥미롭다. 일단 점수를 벌고 들어가는 셈이다. 이야기가 벌어지는 공간은 현실과 코마로 구분된다. 이 영화의 흥행요소가 CG와 스토리라는 것이 단박에 드러난다. 가상세계인 코마를 어떻게 흥미롭게 표현할 것이냐는 CG기술팀의 과제다. 빅터가 그곳에 가게 된 연유와 그곳에서의 여정,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과정을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이야기로 풀어야 하는 것은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과제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표현했을 때 참신한 소재도 살고 영화도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관람 결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보이는 것은 CG뿐이다. 코마에 왜 리퍼가 거주하며, 그들이 거주민을 해치는 이유, 빅터가 현실 세계로 돌아온 이후의 과정 등에 대한 설명이 모호하거나 생략되었다. 관객은 의문을 품고 있는데 화면만 혼자 앞으로 질주하니, 몰입은 불가능하다.

 

유독 빅터만 코마 안에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이유도 알 수 없을 뿐더러 그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을 비롯한 이야기들이 허점 투성이다.


이야기가 설익은 영화의 공통점

 

<코마>를 보며 이야기가 부실한데 시각 효과만 화려한 영화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이야기의 허점이 많고 연결이 되지 않으니, 굳이 상영시간 내내 영화를 볼 이유가 없다. 의문만 남고 단절되는 이야기가 머리속에 남을 리 없기 때문이다. 관객이 극장을 떠나면서 기억하는 것은 화려한 CG뿐이다. 어? 그러고 보니 그 CG들은 예고편과 거의 흡사하다. 이럴 수가. 예고편을 다시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다니.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허탈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참신한 소재와 화려한 볼거리를 든든히 받쳐줘야 하는 각본의 부재 탓이 가장 크다.시작은 거창하지만 뒤로 갈수록 전개가 허술해지고 애매하거나 흔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관습을 고치지 않는 한 러시아 영화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CG에 들일 여력과 돈을 실력 있는 각본가 영입에 쓰는 것이 러시아 영화계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야기가 허술하다 보니 굳이 영화를 상영시간 내내 볼 이유가 없어진다. 예고편으로 충분한 영화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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