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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기대 이상은 아니지만, 수작임에는 분명한 화제의 오픈 월드 액션 RPG게임, <사이버펑크 2077>

by 마인드 오프너 2020.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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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주인공 V. 게이머는 V를 남자 혹은 여자로 선택할 수 있으며 외모를 모두 취향별로 고를 수 있다. 

 

물이 떨어진 채 사막을 헤매던 여행자가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듯 전 세계 게이머들이 목을 쭉 빼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올해 최고의 이슈 게임 <사이버펑크 2077>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출시 이전부터 흥미진진한 광고와 색다른 트레일러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심장을 설레게 했던 작품이기에 <사이버펑크 2077>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당연한 것이었다. 기능 보완과 버그 수정을 이유로 출시일을 여러 번 연기한 터라 게이머들의 기대가 상승하는 만큼 실망감도 커지고 있던 터였다. 올해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사이버펑크 2077>는 과연 어땠을까?

 


서기 2077년 가상의 도시를 무대로 한 오픈 RPG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이버펑크 2077>는 근 미래인 2077년이 시대 배경이다. 공간적 배경은 나이트 시티라고 하는 가상도시다. 이곳은 펑키하고 묵시록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첨단 기술이 횡행하는, 사연 복잡한 가상도시다. 주인공은 V. 게이머는 남녀를 골라 선택할 수 있고, 취향대로 외모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다. 일단 주인공을 선택하고 나면 인생 경로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주인공 V는 전 세계를 암약하는 수상쩍은 글로벌 다국적 기업인 아라사카와 뒷골목 갱 세계 사이를 오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종의 용병이다.

 

게이머는 나이트 시티라는 가상도시를 무대로 아라사카 그룹과 뒷골목을 오가는 용병 V가 되어 게임을 하게 된다.


저마다 다른 인생경로와 능력치

 

V가 걸어온 인생 경로는 노마드, 부랑아, 기업 직원으로 구분된다. 이 게임의 퀘스트 디자인 담당자에 따르면 “인생 경로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할 때 내용이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부랑아를 고르게 되면, 나이트 시티의 지리와 갱단의 삶, 그들의 은어 등을 다 이해하고 있다. 당연히 갱단 행동과 불법 거래에 대한 지식도 깊다. 인맥도 넓기에 뒷골목에서 활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노마드는 나이트시티 안쪽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도시 외곽의 사막 ‘배드랜드’에서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다. 기업 직원을 선택하면 아라사카 그룹의 말단 직원이 되어 상사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필자는 기업 직원을 선택해서 게임을 시작했다. 비열하고 치사한 상사의 명령에 반강압적으로 따르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V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특전점수를 획득하여 신체, 지능, 반사신경, 기술, 냉정 5가지 분야에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어떻게 능력치를 향상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달라진다.

 

나이트 시티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소설처럼 이어지는 흥미로운 스토리

 

인생 역정을 선택한 후, V는 오랜 동안 친하게 지내오던 재키 웰즈와 만난다. 재키 웰즈는 나이트 시티의 프리랜서 용병 중 한 명이다. 재키는 V에게 거물 픽서인 덱스터 드숀을 소개해준다. V는 드숀의 소개로 ‘ 이블린 파커’를 만난다. 이블린 파커는 아라사카 그룹의 망나니 후계자인 아라사카 요리노부가 지니고 있는 렐릭 칩을 훔쳐오라고 한다. 넷러너인 주디의 백업을 받으며 요리노부의 숙소에 침투한 V와 재키는 바이오칩을 훔치는 데 성공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힘겹게 탈출하는 과정에서 재키는 사망하고 V는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지하로 스며든다. 하지만 V에게 닥치는 시련은 이제 시작이다. 콜옵이나 GTA5처럼 게이머가 직접 실행하는 액션 일변도가 아니라 대화도 많고, 자질구레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지루할 수도 있으나 오히려 그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V와 오랜 친구이자 용병인 재키 웰즈. 안타깝게도 렐릭 칩을 훔치는 과정에서 숨을 거둔다. 


SF 게임다운 설정과 기능들

 

시대 배경이 2077이라면 게이머들은 당연히 현재와는 다른 경험을 기대하게 된다. 이 시대에는 모든 시민들이 신체 일부를 전기전자 부품이나 데이터를 조합한 사이버웨어로 대체 가능하다. V는 리퍼 닥 빅터와 알고 지낸다. ‘리퍼 닥’은 뒷골목에서 암약하는 일종의 야매 의사로 보이는데 빅터는 꽤 실력자처럼 보인다. V에게 외상도 주고, 업그레이드도 권하는 등 비즈니스 관계 이상이다. 이러한 사이버웨어들이 있기에 ‘브레인 댄스’ 기능이 가능해진다. 이 기능은 제3자의 데이터(기억)를 해킹해서, 그 순간의 의미 있는 정보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보를 시각-열-청각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동영상 편집기처럼 정지하거나 앞뒤로 움직이거나 확대하는 등 당시 상황을 마치 TV를 보는 것처럼 분석가능하다.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용병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유용한 기능이다. 다만 게이머가 브레인 댄스 중에 단서들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기에 의외로 시간을 많이 소모하며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시설을 해킹하거나 기기를 조종해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 


헉! 이 정도 더빙이 심의 통과를?

 

게이머마다 틀리겠지만 필자는 게임의 지문이나 배경 설명 등의 번역은 환영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더빙하는 건 반대하는 입장이다. 오리지널의 감성이 사라지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외화를 자막으로 보는 것과 더빙으로 보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성우들이 아무리 A급이라 해도 오리지널 감성을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건 동서양 문화의 차이이기도 하고, 배우 각각의 개성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설사 이해가 안 되는 대사가 있어도 오리지널의 느낌을 100%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이버펑크 2077>는 대사를 전부 더빙했다. 더빙이 기대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의 더빙 사례와 비교하면 분명히 발전한 부분이 있다. 대사의 욕설 수위가 상상 이상이다. 주인공의 설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여태 게임에서(심지어 GTA에서조차) 이 정도 수위를 허용한 적이 없기에 놀라울 따름이다. 영어를 해독하기 어려운 게이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재키는 물론 주인공인 V도 대사마다 아주 찰지게 욕설을 내뱉는다. 

 


살뜰한 재미들이 곳곳에

 

메인 퀘스트 이외에도 무수한 서브 퀘스트들이 있다. 게이머의 선택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갈림길에서 게임의 흐름이 분기된다. 문제를 만나면 해결 수단이나 캐릭터 능력치 육성 정도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대화로 흥정할 것인가, 돈을 주고 원만하게 거래할 것인가, 폭력을 사용할 것인가 등의 선택지가 다양하다. 필자는 지금 어지간하면 거의 다 폭력으로 해결하고 있는 중인데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최근 게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게임도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서 7가지의 엔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엔딩도 비슷한 게 아니라 차이가 큰 모양이다. 게임을 마치고 후기를 작성한 게이머들이 수많은 버그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호평을 한 이유는 다양한 엔딩 덕분이 아닌가 예상해본다.

 

아라사카 그룹의 아버지와 아들. V는 이들의 계획되지 않은 만남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다. 

 


아니, 형이 거기서 왜 나와?

 

V는 렐릭 칩을 훔쳐 도주한 후 화가 미칠 것을 우려한 드숀에게 배신을 당해 머리에 총을 맞는다. 다시 정신을 차린 V는 환상 속에서 다른 인물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는 나이트 시티의 전설적인 록밴드 ‘사무라이’의 리드보컬이자 스타였던 ‘조니 실버핸드’이다. 조니 실버핸드는 바로!!!!!! 영화배우 키에누 리브스이다. 이런 세상에. ‘조니 실버핸드’는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누리는 스타였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밴드를 탈퇴하고 테러리스트가 된 인물이다. 조니가 V의 기억 속에 등장한 계기는 드숀이 쏜 총에 의해 V의 뇌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V가 뇌에 보관 중이던 렐릭이 뇌의 손상을 인지하고 손상 부분을 대체하기 위해 작동하면서 조니의 인격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 이후로도 조니는 게임 전반에 걸쳐 등장하면서 엔딩 선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이버펑크 2077>의 매력 중 하나라면 단순히 액션 일변도로 게임을 풀어간 게 아니라 V의 내면 심리를 꽤나 리얼하게 표현하면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나간 것이 공감대를 많이 얻은 덕분이 아닌가 한다.

 

전설의 록밴드 '사무라이'의 리더이자 보컬이었던 조니 실버핸드(키에누 리브스)는 V의 머리 속에서 점차 활동을 넓혀간다.


<GTA5>와 <폴아웃 4>의 중간, 혹은 그 이상일 수 있는 게임

 

사흘째 시간 나는 대로 게임을 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아라사카 회장의 경호원이던 타케무라 고로와 만나 의기투합하는 과정에 머물고 있다. 다른 게이머들의 평을 보니 버그가 말도 못하게 많다고 하는데 운이 좋은 건지 아직까지 버그 때문에 진행을 못한다거나 속을 몹시 끓인 적은 없다. 다만 버그가 많은 건 확실하다. 게임 중에 갑자기 V가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거나, 프레임이 화면과 소리가 맞지 않는 경우는 몇 차례나 경험했다. 앞으로 어떤 버그가 출현할지 두려움 반, 걱정 반으로 게임 중이다. 게임 형태에서 <GTA5>와 <폴아웃 4>를 연상케 한다. 통쾌하고 속 시원한 대리만족이라는 면에서는 <GTA5>보다는 쳐지고 <폴아웃 4>보다는 우위라고 본다. 다만 <GTA5>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강한 반면, <사이버펑크 2077>는 철학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게이머가 미래 세계를 실제로 활보한다는 느낌이 크다. 게임이 게이머에 더 달라붙는다고 해야 할까. 해외 저명 게임 잡지들도 평점을 90점 이상 주면서도 버그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고 하니 발매일을 연기하더라도 디테일에 완벽을 기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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