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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차별화에는 성공, 공감 획득에는 실패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큘라>

by 마인드 오프너 2020.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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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홍보 포스터도 왠지 촌스럽다. 

 

장르 ; 공포

제작 : 2020

감독 :

주연 : 클라에스 방

 

아직도 드라큘라를??

 

의외다. 드라큘라를 드라마로 제작하겠다고 손 드는 제작자가 아직도 있을 줄이야.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드라큘라’라는 캐릭터가 콘텐츠 부문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 중 하나라는 반증일 것이다. 영화계에서도 몇 년 마다 한 번씩 드라큘라를 새롭게 만드는 걸 보면 이 인물에 대한 인기는 앞으로도 영원히 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도 무방할 듯하다.

 

 

영화와 드라마라는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넷플릭스 드라큐라는 그동안의 드라큐라 리메이크작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기대보다는 호기심

 

고전 <드라큘라>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니 드라큘라를 새로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오리지널과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관객들 또한 ‘이번 드라큘라는 고전과 전작 리메이크 작품들과 어떻게 다를까?’를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게 당연하다. 연출자의 입장에서는 지옥의 관문 앞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드라큘라는 어쩌면 콘텐츠 제작과 크리에이티브에 자신 있다는 이들에게 일종의 자격시험과 같은 성격의 제작물일지도 모른다. 필자로서도 이 작품의 재미 여부보다 과연 어떻게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차별화를 이루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제작진이 영드 <닥터후>와 <셜록>을 만든 당사자들이니 궁금증은 더한다.

<셜록>과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이야기 전개를 도입하여 호기심을 자아낸다.


나름대로 차별화에 성공한 1부 <괴물의 법칙>

 

<드라큘라>는 총 3부작이다. 1부의 시작은 참신하다. 처음에 마이크를 드라큘라에게 건네주지 않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화자는 드라큘라에게 끌려가 희생자가 된 변호사다. 변호사는 이미 언데드로 변한 상태다. 그는 자신을 인터뷰하는 수녀들에게 드라큘라 성에서 겪은 이야기를 회고한다. 그의 기억을 소환함에 따라 드라큘라의 신상이 조금씩 밝혀진다. 전작인 <셜록>의 제작 영향 때문인지 각색을 하면서 미스터리 극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빌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1부는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새로 설정한 드라큘라의 정체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흘리면서 그를 대적하는 애거사 수녀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시청자들이 <드라큘라>를 보고자 할 때 기대할 법한 분위기와 서스펜스를 십분 살렸다고 평가하고 싶다.

 

드라큘라에 희생당해 언데드로 변한 변호사와 드라큘라를 좇는 애거사 수녀. 


나만의 노선을 향하련다, 2부 <피바다>

 

1부가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을 띄고 있다면 2부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 무대는 바다 위의 범선이다. 사방이 바다로 막혀 도망갈 곳 없는 폐쇄공간인 배는 드라큘라의 공포를 극대화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제목 그대로 드라큘라는 배 안에서 피의 성찬식을 즐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전혀 우아하지 않다. B급 슬래셔 무비를 보는 느낌이다. 피를 빨아 죽인 사람들이 하나씩 실종될 때마다 선객들의 공포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클래식 <드라큘라>가 고전적인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관객들을 두려움 속에 몰아넣었다면 영드 <드라큘라>는 야비하고 잔인한 드라큘라와 고어 장면을 뒤섞어 공포를 자아낸다. 고전 속 드라큘라가 귀족 출신에 품격 있는 행동과 언어를 선보이는 데 비해 영드판 드라큘라는 생양아치 스타일이다. 자신이 가진 압도적인 능력을 과시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여 먹이로 취한다. 고전 속 드라큘라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건만 되살아난 드라큘라는 ‘생태계의 적으로서 하루빨리 제거해야 할 상대’라는 느낌 뿐이다.

 

배에서 계속 발생하는 실종 사건 대처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선장과 선원, 승객들. 구도가 마치 <오리엔탈 특급살인>을 연상시킨다.


산으로 간다 3부 <암흑의 나침반>

 

2화를 끝으로 시대 배경이 바뀐다. 123년이 흘렀다는 설정이다. 애거사 대신 애거사의 후손이 등장한다. 3화에서는 그나마 고전 드라큘라의 설정에 예의를 갖추고 있던 자세를 일거에 뒤집어버리고 ‘나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재편한다. 그런데 이 나만의 스타일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사전포석을 소홀히 한 탓이다. 충분한 복선이나 단서도 없이 갑자기 밑도 끝도 없는 결과를 내놓으니 당연한 결과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의외의 결과에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드라큘라의 외모나 행동에서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건 그렇다 쳐도 드라큘라의 최대 적수인 애거사와 그녀 후손의 모호하고도 이기적인 행동은 이 시리즈 최대의 약점이다. 쥐뿔도 없으면서 동료들의 목숨을 걸고 드라큘라와 맞서다가 모두를 죽이는 그 근자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3부 제목인 '암흑의 나침반'은 제작진에게 정녕 필요한 것이었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에 먹혀버린 드라마

 

넷플릭스 <드라큘라>는 헐리우드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고 리바이벌되는 유명 캐릭터가 갖는 장단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진 유명세로 단박에 시청자들이나 독자의 기대감과 관심을 모을 수 있지만 제대로 요리하지 못하면 본전도 찾지 못한다. 제작자나 연출자 의 경우 오리지널과 리바이벌 작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에 지나지 않는 결과를 만들기 쉽다. ‘넷플릭스 드라큘라’는 모든 면에서 ‘오리지널 드라큘라’에 발리는 수준이다. 일단 드라큘라의 외모에서 비교 끝이다. 언어나 행동에서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 홀로 수천 년을 살아야 하는 불사의 존재로서 풍겨내야 하는 고독감이나 슬픔 역시 없다. 그저 피!피!피 뿐이다. ‘드라큘라’의 인기가 영생불멸의 뱀파이어이지만 고고한 품격을 드러내며 고독한 삶에 대한 애상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센스 있는 시청자라면 이 화면만으로도 결말이 황당한 이유를 짐작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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