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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하드웨어는 좋으나 소프트웨어가 미탑재된 인간병기들의 난타전, <러시안 레이드>

by 마인드 오프너 202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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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액션
제작국 : 러시아 연방
제작년도 : 2020
상영시간 : 103분
감독 : 데니스 크루츠코브
주연 : 이반 코티크
등급 : 15세 관람가

 

주인공인 특수요원 니키타. 하드웨어는 훌륭한데 소프트웨어가 영 시원찮다.

 

러시아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접다

 

최근 여러 차례 러시아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보았다. 그다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접한 러시아 영화들(주로 액션이나 SF 장르)의 소감을 요약한다면, 시각 효과는 뛰어나지만 스토리텔링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관람한 <코마>를 비롯해서 특수부대원의 복수극을 그리고 있는 <러시안 레이드> 또한 이러한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없지 않았으나 이런 상황이라면 당분간 러시아 영화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맞는 듯하다.

 

이반 코티크는 좋은 영화에만 출연한다면 대성할 조짐이 보인다. 


도무지 영문을 모를 이야기 전개

 

상남자의 나라답게 촬영 과정에서 멋이나 허세는 쩐다. 문제는 스토리텔링과 따로 논다는 거다. <러시안 레이드>의 첫 화면은 숲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저격수 두 명의 클로즈업으로 시작된다. 당연히 이들의 작전 모습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테면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미끼에 불과하다. 이야기는 곧 엉뚱한 데로 튄다. 주인공인 니키타가 상부의 허락도 없이 아버지의 원수를 저격하면서 화면은 시공을 건너뛴다. 다음에 이어지는 화면은 민간인으로 보이는 니키타가 누군가를 만나서 모종의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아마도 어딘가를 몰래 침투하고자 동료들을 모으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런데 특수요원으로 다양한 특수작전을 경험한 니키타의 결정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질서도, 규율도 없는 동네 양아치들처럼 보이는 이들과 작전을 하라는 고용주의 명령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장면을 보여줬으면 뭔가 폼나는 장면으로 갔어야지 떡밥으로 끝내니?


동네 양아치들과 굳이?

 

처음에는 니키타도 양아치들과 작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고용주에게 약속과 다르지 않냐며 따진다. 내가 그의 입장에 있더라도 당연한 반응이다. 헌데 감독은 또다시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실패할 게 뻔해 보이는 작전을 같이 감행하기로 한다. 이쯤되면 관객들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얼마나 급박한 사정이 있길래? 아마추어가 봐도 황당한 작전을 특수요원이라는 이가 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니키타와 일행들은 허름한 건물 내로 침투해 들어가서 경비원들을 무력화시킨다. 경비원이 모두 사로잡히고 난 후 본대의 지원군들이 등장해서 니키타 일행과 대치한다. 그런데 중요한 보관품이 있는 사유지를 총도 없는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다는 설정과 이들을 육박전만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무리다.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사지로 건너간다는 결정...누가 봐도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다. 


 

하드웨어는 좋은데 소프트웨어는 실종

 

니키타 역을 맡은 이반 코티프는 외모와 체형으로 보면 특수요원답다. 샤프하게 생긴데다 지방이 전혀 없다. 거기다 무술 실력과 저격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설정과 달리 이야기 속의 니키타는 허점투성이의 허당이다. 약주는 마다하고 굳이 벌주를 마신다. 실패가 뻔히 보이는데다 동료들의 반란까지 예고되는 작전을 굳이 밀어붙이려 한다. 작전을 주선한 중개자의 속셈도 알 수 없다. 사방이 폐쇄되어 수세에 몰리면 죽음밖에 없는 곳을 굳이 신뢰할 수 없는 이들과 들어가겠다는 이야기의 목적을 곰곰이 따져보면 결국 하나밖에 없다. 니키타가 가진 백병전 실력을 보여줄 판을 화끈하게 마련해주겠다는 의미다. 영화 포스터에 나와 있는 인간병기들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설정한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무술이 뭔지 궁금하다. 러시아의 전통무술인 삼보는 분명히 아니고...뭘까?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주면 고맙겠다.


허세가 실리를 압도한 작품

 

굳이 좋은 소총과 권총 놔두고 주먹으로 승부를 지으려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상남자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자.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단이 목적을 전도하면 곤란하다. 니키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것. 소총으로 쏴죽이든, 주먹으로 때려죽이든 결과는 같다. 지름길을 갈 수 있는데 주인공이 일부러 우회길을 돌고 돌아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은 지루하고 숨차다.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병기의 하드코어 액션이면 총과 육탄전을 조합하면 안 되는 건가. 게다가 일단 칼을 뽑았으면 그대로 갈 일이지 원수를 갚은 다음에야 총을 쏘는 피날레는 도대체 뭔가. 그나마 있던 허세마저 그 한 방으로 무너져 내린다. 그나마 니키타와 동네 양아치들이 벌이는 육박전이 아주 엉망은 아니라는 것은 자그만 위안이 된다. 얼마 전 개봉한 한국영화 <특수요원>의 상위호환에 가까운 영화다.

 

캐릭터의 쓸데없는 소모에 해당하는 예. 왜 등장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캐릭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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