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공포, 코미디,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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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의 감독 후속작
필자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팔다리가 절단되고, 선혈 낭자한 고어 슬래셔물은 극혐이다. 포스터로 보건대 이 영화는 공포 영화이긴 하지만 고어의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다 싶어 보게 되었다.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은 2017년에 <해피 데스데이>라는 공포 영화를 연출했다. 480만 불의 저예산으로 만든 <해피 데스데이>는 전 세계에서 무려 1억 2,500만 불의 수익을 기록하는 초대박을 침으로써 감독의 이름을 제작자들 사이에 널리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무려 1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전작이 이 정도였으니 후속작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은 정통 공포물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얹어 비튼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통파 공포 영화 - <13일의 금요일>, <처키>, <할로윈>, <잇> - 등과 달리 작품에 중요한 모티프가 공포 그 자체를 의미하거나 강화하지는 않지만 작품에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때로는 희화하기까지 한다. 이 특징으로 인해 그의 영화는 잔혹성에서 수위를 낮추면서도 아이디어가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전작 <해피 데스데이>에서는 매일이 반복되는 루프 현상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했다. <프리키 데스데이>(영화 원제는 기묘함을 뜻하는 ‘프리키(Freaky)’이나 배급사에서 전작과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글자 수를 늘렸다)에서는 연쇄살인범과 왕따 당하는 10대 소녀의 몸이 뒤바뀐다. 신체와 바이오 시스템이 달라진 상황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재미있지 않은가.
순발력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
잔인하고 비정한 연쇄살인범과 학교에서 소외된 10대 소녀의 육체를 교환시키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적지 않다. 우선 연쇄살인범과 10대 소녀의 현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육체 교환과정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육체를 교환한다 해도 결말을 지으려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은 부족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랜던 감독은 두 가지 요소를 도입하여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해 버린다. 연쇄살인범 소개를 위해 네 명의 청소년이 제물이 된다. 육체 교환은 기기묘묘한 현상의 단골손님, 아즈텍 유물의 신통력에 기댄다. 간결하지만 설득력 있는 방법이다.
충격적인 – 기묘한 – 도전적인 전개
부모님이 외출한 틈을 타 친구들과 빈집에서 모였던 네 명의 청소년이 연쇄살인범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시하는 연쇄살인범의 정체는 일찌감치 밝힌다. 중요한 건 부처가 밀리와 몸을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몸을 교환한 다음에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살인이 이어진다. 160cm의 금발 소녀가 전기톱이나 갈고리, 목공용 톱으로 건장한 남자들을 살해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 어떤 연쇄살인범의 범행보다 충격적이다. 육체 전이가 다시 일어난 후에는 작은 반전과 함께 문제와 불만투성이였던 가정의 반목이 해결되고, 밀리가 홀로 서는 태세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모티브가 된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면에 있어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보인다.
2% 부족했던 남강여약의 연기
‘육체 교환’이라는 모티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몸을 교체하는 당사자들의 연기가 탁월해야 한다. 외모가 바뀐 것은 둘째 치고 전혀 다른 육체 구조에서 오는 생리적인 현상을 겪는 생경함과 충격을 잘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처 역의 빈스 본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낯익은 베테랑 배우로 녹슬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196cm의 거구인 그가 혼란에 빠진 10대 소녀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꽤나 코믹스럽다. 그동안 거쳐 온 드라마, 액션, 멜로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연기 경험과 다수의 코미디 영화 출연 덕분으로 보인다. 반면 소녀의 몸을 한 부처 역을 연기한 캐서린 뉴튼의 연기는 실망스럽다. 너무 뻣뻣하고 단조롭다. 표정도 한 가지뿐이다. 오히려 반대로 행동해야 하지 않았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순진한 소녀로 오해하게 만드는 상황을 이용하려면 말이다. 두 배우의 연기력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고어 장면을 줄였으면 더 좋았을 것
결과적으로는 포스터에 속았다. 랜던 감독은 코미디가 주가 되는 공포 영화를 만들면서도 공포 영화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잔혹한 장면들이 꽤나 등장한다.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인식시키는 초반부에서는 엽기적인 살해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해서 심장 약한 관객을 놀라게 만든다. 그 후로도 잊을 만하면 엽기적인 살해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랜던 감독이 ‘기묘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공포 영화의 잔혹한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이 점이 가장 아쉽다. ‘정말 기묘한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살인 순간만 보여주고 관객들이 결과를 상상하도록 남겨두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 전작과 달리 국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 걸 보면 정통 공포영화 팬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게 많았던 모양이다. 어디서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것은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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