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영상에서 약속한 대로 삼체 시리즈 2권 [암흑의 숲]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이 시리즈를 읽어 본 결과부터 말하자면 2권이 1권보다 3배는 재미있고, 3권이 2권보다 역시 3배는 재미있습니다. 그러니 책이 두껍다고 1권에서 포기하지 말고 마음을 넉넉하게 잡고 완독을 하기 바랍니다.
1권 [삼체문제>가 46광년 떨어진 삼체인들이 세 개의 항성이 빚어내는 문제로 몰락을 반복하면서 마침내 문제 풀기를 포기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태양계 이주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면 2권은 삼체인들이 본격적으로 태양계까지 도착하고 지구인들과 전쟁(사실 전쟁이라고 하기 민망한 결과)을 벌이는 과정,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 발견한 기상천외한 해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마지막 반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2권의 제목 [암흑의 숲]은 류츠신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개념이 아닙니다.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던진 질문에 대해 수많은 이들이 내놓은 해답 중의 하나인 ‘어둠의 숲’ 가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SF작가 그레그 베어가 자신의 소설에서 사용한 비유에서 출발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우주는 어둠이 내려앉은 숲과 같다’는 비유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워보이지만 숲의 어둠 속에는 존재를 감추고 먹이감을 노리고 있는 수많은 포식자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상태이죠. 이때 가장 먼저 먹이가 될 피해자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실수이든, 고의든 노출시키는 동물이 됩니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 법칙이 적용됩니다. 우주에서는 상대 문명이 우리 문명보다 더 높은 수준인지 아닌지, 우리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 호의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언제 공격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먼저 공격해서 근심거리를 없애는 게 되겠죠.
삼체인들은 우리보다 수백 년 앞선 문명을 가진 고도의 생명체이지만 우주 전체의 기준으로 보면 하급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삼체인들은 그토록 꿈에 그리던 태양계를 거의 손에 넣은 상황에서 미련 없이 함대를 돌립니다.
지구가 파멸하는 순간이 코앞에 와 있는데도 인간들의 욕망과 어리석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 명의 면벽자들은 저마다 다른 꿍꿍이로 결국 그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가장 형편없이 보이던 뤄지가 삼체인들을 돌려세우는 데 성공합니다. 흔히 ‘세상 일 모른다’고 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죠.
하드 SF계열 소설이 대중성을 갖기 쉽지 않은데 삼체 시리즈는 다릅니다. 얼마 전에 삼체와 비교하기 위해 아서 C.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를 다시 읽었는데 역시나 확실히 다르네요. 대중성이나 흥행성은 [삼체] 시리즈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라마와의 랑데부]가 갖는 존재감이 훼손되는 건 아닙니다.
꼭 읽어보시고 각자의 소감을 댓글로 남겨주면 행복하겠습니다. 즐거운 독서 하세요.
삼체 시리즈 1권 [삼체 문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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