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생겨서 무협지를 한 편 보게 되었습니다. 리뷰를 해야 하는 책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서 이제 심심풀이로 보는 책을 골라야 하는 지경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 입장에서 고를 수 있는 무협지들이 많지 않네요. 몇 권을 들었다 놓은 후에 간신히 읽게 된 책이 바로 임영기의 [대무신(大武神)]입니다.
임영기란 작가는 처음인지라 일단 기대를 접고 무심하게 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출발이 좋습니다. 일단 주인공인 무간백구호의 시련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탈옥 과정과 추격해 온 간수들을 따돌리고 처리하는 방법이 일품입니다. 방향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용대운 작가의 [독보건곤]을 연상케하는 전개입니다.
흠. 그런데 전집을 시작부터 결말까지 일관성을 가지고 마무리하는 건 역시나 쉽지 않네요. 좋던 흐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고꾸라집니다. 처음에 주인공인 무간백구호의 선전을 뒷받침했던 오행신체의 비밀이 풀리면서 그 다음부터는 평이한 전개가 됩니다.
작가의 실수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최종 빌런인 천존을 너무 높은 곳에 위치시켰다는 점입니다. 이 천존이라는 인물의 세력 범위는 무림은 물론이고 황궁, 왜국까지 펼쳐져 있는데 아무리 절대고수라고 해도 이 정도 세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없지요. 그런데 이깁니다. 여기서 주인공 버프가 심해집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초반을 제외하고는 거의 흡사한 방식이라는 점도 나중에 책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드리는 요인이 됩니다. 무간백구호가 이 거대한 세력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개격파뿐인데 실전에서는 몰라도 책을 읽는 독자가 보기엔 CTRL+V의 반복일 뿐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천존의 세력 범위를 강남이나 강북으로 좁히고 구성을 콤팩트하게 해서 6-7권 정도의 규모로 발간했다면 무리하지 않고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을텐데 중반부터의 무리수와 지루한 전개가 아쉬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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