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책을 고를 때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추천목록을 참고합니다. 독서를 오래 한 진성독자답게 골라주는 책의 퀄리티가 장난 없거든요. 이번에 이동진 평론가의 레이더에 걸린 소설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 생전에는 무명으로 있다가 발간 후 무려 50년만에 재조명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읽어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느낄 겁니다. 소설의 이야기 전개에 최근 독자들이 기대하는 흥미 요소가 전혀 없거든요. 할리우드 영화나 넷플릭스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이라면 “뭐 이런 책을 추천하고 그래?” 라며 화를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재미요소가 없고 지루할 정도로 잔잔하게 흘러가는데도 초입부터 빠져들어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책을 잡고 나서 자리를 바꿔가면서 당일에 다 읽고 말았네요.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인 <부처스 크로싱>을 읽고 <아우구스투스>도 읽고 있는데 두 작품 모두 강추할 정도로 좋습니다.
존 윌리엄스의 작품을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이들은 운이 좋아서, 재능이 좋아서 생전에 작가로서의 명성과 경제적 부를 획득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오랜 시간 숙성을 거쳐서 비록 사후에라도 그 진가를 인정받는구나. 유명한 예술가들도 이런 경우가 많았죠. 대표적인 경우가 고호가 아닐까 합니다.
모두들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리지만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이들은 극소수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요. 그런데 말이죠. 설령 시간이 지나서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인생을 살더라도 인생 곳곳에 빛나는 기억을 남겼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살만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요?
오늘도 하루를 충실히 보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과 근심 때문에 어깨가 무거운 전국의 가장들, 자영업자들, 중장년 여러분. 우리 인생이 어떻게 끝나든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 명심하시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길 바랍니다. 조금 여유가 있다면 <스토너>를 비롯해서 존 윌리엄스의 작품들을 일독해 보는 걸 권합니다. 내일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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