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스릴러, 드라마
제작국 : 영국, 폴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상영시간 : 97분
감독 :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주연 : 나오미 왓츠
등급 : 12세 관람가
실화...였어?
이 작품이 시나리오 작가의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 이야기인 줄 알았다. 주인공인 팸의 행동과 주인공이 구조한 조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판에 반전이 일어난다. 이 영화가 실화란다. 영화보다 더 영화다운 실화가 아닐 수 없다. 나중에 영화 도입부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자막을 놓쳤다는 걸 깨달았다. Pam Bales라는 여성은 위대한 자기 극복의 여정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존을 구원하는 데 성공했다.
다큐처럼 멋진 풍경
영화의 주인공은 나오미 왓츠이지만 자세히 보면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자연이다. 나오미 왓츠가 등반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산봉우리를 비롯한 자연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더 아름답고 황홀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사가 만든 산악등반 다큐멘터리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도 모르게 등산을 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악천후에 도대체 왜?
뉴햄프셔주 산악 구조대원 ‘팸’은 기상이 악화된 산에 오른다. 그녀의 회상을 통해 이유가 드러난다. 자신의 잘못으로 두 자녀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일부러 악천후를 골라 산에 올랐던 것이다.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 속을 뚫고 산 정상에 오른 팸은 그곳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존을 발견한다. 존 역시 연인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산을 오른 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팸은 해가 떨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한 존을 데리고 하산하는 데 성공한다.
범인(凡人)을 초인으로 만드는 힘
이 영화가 실화가 아니었다면 팸이 존을 이끌고 하산하는 장면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팸은 존을 구했고, 환갑이 넘어서 다른 산의 구조대원으로 일하기 위해 떠나기까지 한다. 도대체 무엇이 왜소하고 평범한 장년의 여자를 원더우먼으로 만들었던 건지 궁금했다.짐작컨대 연인과 자식들의 죽음으로 삶을 포기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의지해서 돌아오는 과정 중에 삶의 의미를 찾았던 게 아닐까. 포기하지 않고 목숨을 구해준 팸을 만나 존은 스스로를 속박하던 연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해방된다. 그러는 존을 보며 팸 역시 자식들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서 비로소 해방된다. 헌신과 사랑의 실천이 두 사람을 좌절과 고통의 구덩이에서 구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삶을 바꿀 수 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역전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는 의미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실수를 한다. 그 실수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 자기 연민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은 길다.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괴로워하며 사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승리하는 삶, 희망적인 삶과 패배하는 삶, 좌절하는 삶을 사는 건 결국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팸은 존을 구하는 헌신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인생은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살만한 가치가 있으며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평이한 교훈이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수시로 잊기에 자주 되새기고 회상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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