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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과학기술의 발달로 가능해진 의료 혁명의 결과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인간 실격, Human Lost>

by 마인드 오프너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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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엔 진입장벽도 있고,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장르 : 애니메이션, SF, 스릴러

제작국 : 일본

상영시간 : 110분

감독 : 키자키 후미노리

등급 : 15세 관람가


 

과학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과학과 기술은 문명 발전을 이룩하는 데 필수지만 그 결과가 인류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보장할 수 없다. 방향성과 목표, 윤리와 철학이 결여된 과학기술은 오히려 인류 멸망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인류의 에너지 위기를 구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았던 원자력이 원자폭탄으로 돌변하여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과거를 보라.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목적 의식 없는 과학기술이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셸에 가입되지 않아서 로스트 된 인간의 모습. 인간실격이라 할만하다.

 


 

의료 혁명이 창출한 신세계

 

영화 <인간실격>에 등장하는 2036년의 일본은 일부 일본 국민에게는 유토피아나 다름없다. 건강 보장기관 셸이 주도한 의료 혁명(유전자 조작, 재생 의료, 나노 머신, 만능 특효약)으로 질병과 부상의 고통 없이 평균수명 120세를 보장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제도권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국민들에게 이 사회는 거부하고 반항해야 하는 디스토피아다. 쉘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 경우 인간의 형상을 잃고 괴물이 되어 제거되기 때문이다.

 

셸이 주도하는 시스템에 반기를 든 호리키 마사오와 인류의 희망이 될 요조.

 


 

인간의 자격을 잃는 사람들

 

제목을 보고 다자이 오사무의 책 <인간실격>을 애니화한 줄 알았다. 그래픽이 도무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는 맞지 않았다. 이 작품이 의미하는 ‘인간실격’은 도덕이나 윤리적인 의미가 아닌, 하드웨어적인 자격(생물 종으로서의 인간)의 상실을 가리킨다. ‘실격’의 의미는 다르지만 다자이 오사무가 이야기하는 ‘실격’과도 맥락이 어느 정도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체제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와 자유마저 박탈당하는 장면은 과학기술로 실현 가능한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다른 의미의 인간 실격을 다룬 다자이 오사무의 책

 


 

초인 탄생의 어두운 그림자

 

유발 하라리는 바이오 기술과 나노 기술, A.I 등을 조합하는 시기가 오면 인류의 한계를 극복하여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초인류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기억은 메모리를 교환하거나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노화되는 세포는 새로운 나노 세포로 고치거나 사이보그 부품으로 대체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이 일부 권력층과 돈 있는 자들에게만 가능한 낭만이라는 거다. 초인이 될 수 있는 자들이 과학 기술로 얻게 된 힘으로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미래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셸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인류 문명의 지표를 나타내는 그래프. 누구를 위한 사인인가.

 


 

근미래의 암울한 현실

 

윤리와 철학을 갖추지 않은 채 하드웨어만 초인이 된 이들이 벌이는 타락 행위와 경제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는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이 맞닥뜨려야 할 가시적인 위협이다. 근미래를 다룬 SF영화나 애니들이 한결같이 부정적인 모습을 그리는 이유가 단지 흥행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매드맥스>, <터미네이터>, 애니 <공각기동대> 등을 보라. 언제나 욕망은 이성보다 강하다. 인류의 위기는 인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경지를 제공하는 과학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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