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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큐브 오리지널 이외의 큐브는 모두 가짜다, <큐브 2 : 하이퍼큐브>

by 마인드 오프너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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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문제였다

 


장르 : 공포, 스릴러

제작국 : 캐나다

상영시간 : 95분

개봉 : 2003.01.24.

감독 : 안드레이 세큘라

주연 : 그리어 켄트, 캐리 매쳇

등급 : 15세 관람가

 


 

1997년 전설의 시작

 

 

1997년 감독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캐나다의 애송이 영화인이 매우 독특한 기획안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때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정육면체의 방들로 이루어진 폐쇄공간에서 여섯 명의 사람들이 죽음을 피해 탈출해야 하는 영화가 탄생했다. 그 정육면체의 폐쇄공간은 큐브라고 이름 붙었고 많은 관객들이 참신한 감독의 사고법에 공감한다. 이 젊은 감독은 입봉작 하나로 단번에 세계적인 이름을 얻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감독이 바로 빈센조 나탈리다.

 

큐브 오리지널의 감독 빈센조 나탈리

 


 

도대체 어디서 하이퍼의 가치가...?

 

 

대단했던 영화 <큐브>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난 후 오리지널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제작자와 감독들이 형보다 나은 후속작을 만들기 위해 이합집산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리지널의 명성과 참신한 구성을 재현할 수 없었다. 오히려 오리지널의 맥락과는 상관 없는 엉뚱한 이야기만 하다가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냈을 뿐이다. <큐브 2>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실상 내용은 오리지널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하이퍼라고 붙인 부제가 아까울 정도다.

 

맥락 없이 우왕좌왕만 하는 등장인물들

 


 

맥락 없이 벌어지는 탈출극

 

 

제목을 큐브 2라고 붙여놓았으니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오리지널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영화의 성패는 오리지널이 보여준 참신한 이야기를 어떻게 발전시켰느냐에 달려 있다. 즉, 큐브 안에 갇힌 주인공들의 탈출극을 어떻게 개연성과 의외성을 겸하면서 성사시켜내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탈출의 know-how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탈출극 이후의 반전에만 신경을 쓴 모양새다. 그러면 뭐하는가. 설득력이 없는데. 정작 탈출 과정은 학예회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짜임새다.

 

이들이 갇혀 있는 공간만 큐브일 뿐 나머지는 오리지널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한다.

 


 

차라리 논문을 쓰던가

 

 

이런 미스터리 퍼즐 영화는 어려워서는 곤란하다. 단순한 가운데 관객들이 스릴과 긴장감을 느끼며 영화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주연배우들의 행동과 생각을 같이 해야 하는데 갑자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꺼내들면 동기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 처음부터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다. 갑자기 양자 역학이 등장하더니, 평행우주, 가변 시간 등의 과학 용어가 난무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아무 부담없이 즐기러 왔는데 감독은 굳이 관객들과 머리 싸움을 하자며 도전장을 내민 꼴이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는 그녀만 익숙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B급도 안 되는 그들만의 잔치

 

 

결말은 시종일관 미스터리로 일관하다가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이게 정답이야.”라고 주장하는 모양새다. 감동도, 반전도, 느낌도 없다. “도대체 이런 영화를 왜 만든 거야?” 라는 의문과 괜히 시간만 버렸다는 짜증만 밀려올 뿐이다. 오리지널의 무게감을 어깨에 짊어졌으면 최소한 원작의 그림자 근처에는 가고자 하는 근성이라도 보여야 하였건만. ‘큐브’를 표방했지만 정작 ‘큐브’는 없는 앙꼬 없는 찐빵을 맛본 셈이 되어 버렸다.

 

과정도 그랬지만 결말은 더 허탈하다. 그들만의 잔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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