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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도전의 의도는 좋았지만 미흡했던 반전과 연출, <앵커>

by 마인드 오프너 2022.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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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보고 나면 포스터의 헤드카피가 엇나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르 : 스릴러

제작국 : 한국

상영시간 : 111분

개봉 : 2022.04.20.

감독 : 정지연

주연 : 천우희

등급 : 15세 관람가

 


 

해리성 장애로 영화를 만든다고? 용기는 가상하지만...

 

 

정신병 중에 해리성 장애(Dissociative Disorder)가 있다.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다른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상태다. 눈치 빠른 사람은 알아챘겠지만 이 질병의 상태는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딱이다. 당연하게도 해리성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리처드 기어와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한 <프라이멀 피어, 1996>는 선구적인 영화고 최근 영화로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주연한 <23 아이덴티티>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전작들이 있음에도 같은 소재를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고자 한 용기는 인정한다. 다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반전 영화의 대명사들. 특히 <23아이덴터티>는 포스터 자체가 영화의 내용을 대변한다. 


 

모성 VS 여성

 

 

초반에 공포 장르를 방불케 하는 사건을 보여주는 이유는 일종의 복선이자 전제를 깔아놓기 위해서다. 해리성 장애가 소재이지만 감독이 정말 말하고 싶은 건 모성과 여성의 대립으로 보인다. 결혼을 하고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잘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모성과 여성을 조화롭게 가꿔 나가기 어려운 나라다. 지금은 조건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한 쪽을 희생하는 걸 당연시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강제한다. 감독은 이러한 현실 속의 대립 사항을 모녀 관계인 이혜영과 천우희의 갈등을 통해 보여준다.

 

잘 나갔던 엄마와 잘 나가는 딸의 대립은 모성과 여성의 갈등을 상징한다.

 


 

괴리로 인한 스트레스 탈출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을 보면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해당 회사에서 ‘최초의 여성 임원’이라는 찬사를 받는 경우라면 여지없다. 출세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포기해야만 가능하다는 뜻일까(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최초 여성 임원은 영업을 위해 거래처 직원들과 룸살롱까지 갔다고 술회했다. 특히 소수의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전문직의 경우에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공백을 조직이 용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시 뉴스의 앵커 자리를 후배에게 빼앗길 위기에 놓인 정세라(천우희)의 발병은 이러한 강박과 갈등을 이기지 못해서 비롯된 결과다. 잠재의식이 자기 보호를 위해 긴급 회피를 하는 것이다.

 

화려하지만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곳은 여성에게는 가혹한 근무를 요구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반전

 

 

여성의 커리어 단절과 결혼 생활의 병행이라는 문제 상황을 메시지로 풀어낸 것에는 공감하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고조된 갈등을 극적으로 풀어야 하는 결말의 반전은 허무하기까지 하다. 눈썰미가 있는 관객들은 지속되는 모녀 갈등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차렸겠지만 모녀의 대치 상태를 막판에서야 내려놓는 모습은 전략적이기보다 포기에 가깝다. 나이트 샤말란이나 브라이언 싱어가 선사하는 반전과 비교해 보면 어디에서 급의 차이가 생기는지 알 수 있다.

 

정세라 집 뒤쪽의 지하실은 그녀가 알지 못하는 의식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또다른 자아를 의미한다.

 


 

작위적인 설정과 배역

 

캐릭터의 설정과 배역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예비 엄마이자 딸로서 보여준 천우희의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 앵커로서의 연기는 어색하고 서투르다. 딸과 대립각을 세우는 엄마(이혜영)와 미스터리를 푸는 정신과 의사 최인호(신하균)는 왜 그토록 심각하고 비장했는지 의문이다. 누가 봐도 이 두 사람이 미스터리의 핵심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배역에 너무 힘을 주었다. 이들의 오버하는 연기로 인해 주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말았다. 혹자는 카리스마로 느낄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정신과 의사가 저렇게 하고 다닌다고?

 


 

여성 관객이라면 더 공감할 수도

 

 

장르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만 사회 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 의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메시지나 교훈에 방점을 찍지 말았어야 한다고 본다. 흥행을 위한 재미와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메시지를 다 살리는 연출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잘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다. 결과적으로 남자 관객보다는 3-40대 직장 여성들이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혜영의 연기는 녹록하지 않았지만 반전을 드러내는 방식 때문에 빛이 바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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