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의 무협 단편집 <더 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에 수록된 단편을 두 차례 소개했었습니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여기에 수록된 나머지 단편 [고기만두], [웃는 매화], [날아가는 칼], [잠자는 꽃], 네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 4편의 단편집들을 동시에 소개 가능한 이유는 풍적회라는 무림방파와 이 방파의 핵심인물들인 사군자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읽히기 때문입니다.
풍적회의 주력인 사군자(四君子), 철죽, 소매, 묵란과 남자인 취국은 각 단편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입니다. 네 편의 단편 무협은 길이는 짧아도 어지간한 장편 무협은 찜쪄먹을 정도의 막강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러니 무협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보기 바랍니다.
고기만두(1997)는 무협의 형식을 빈 로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풍적회 사군자 중 철죽의 러브 스토리를 다룹니다.
웃는 매화(2000)는 발목귀신을 잡으려다 사랑을 찾게 되는 소매와 신입 취국의 이야기를 합니다. 결말에서는 진산이 내는 수수께끼 문제가 있습니다.
날아가는 칼(2003)은 세월이 흘러 호법이 된 취국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취국은 강호제일고수인 설선생을 찾아가 그의 검법을 익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아를 찾고 절대자의 고독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결말의 문장이 가슴을 후벼팝니다. 무협 애독자라면 네 작품 중 이 작품을 가장 선호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잠자는 꽃(2006)은 사군자 중 회주의 곁을 유일하게 지키는 묵란의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회주의 복수를 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죽음을 택한 이유가 문제로 남습니다. 묵란 역시 애증이 강한 여성이었나 봅니다.
네 편의 단편은 독립적인 이야기로도 재미있지만, 함께 읽을 때 풍적회와 사군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서사를 제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 진산만이 구사할 수 있는 캐릭터 묘사와 정통 무협의 향수, 문체와 구성, 예상치 못한 반전들은 이 작품들을 잊지 못하게 만듭니다. 제 평점은 8.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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