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에 ‘개미친 영화’라는 문구를 써놔서 황당했는데 외국 포스터를 보니 Absolutely F***king Insane이라는 홍보 카피가 있습니다. 리뷰인지 후기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충격적이라는 의미이겠죠.
국내 수입사 마케터가 고민을 하던 중 이걸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요즘 세대들이 사용하는 속어 ‘개미친’에 생각이 미쳤던 모양입니다. 사실 언어적으로는 절대로 찬동할 수 없는 비속어 표현이지만 마케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카피입니다. 언어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것 같아요.
참고로 식사 전후나 비위가 약하거나 심신노약자들이나 그로테스크한 영화들은 꺼리는 분들은 가급적 보지 않는 걸 권합니다. 표현이 그로테스크하거든요.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거든요.
[서브스턴스]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 37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시각효과상, 37회 유럽영화상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며 이야기 구성의 참신함과 비주얼 표현의 탁월함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본 불로불사(不老不死) 소재 영화 중에서 비주얼로만 따지면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무조건적으로 젊음과 외모에서만 찾다가 돌려받는 참혹한 대가를 이처럼 살벌하게 표현한 영화는 없었으니까요.
다만 이 영화를 연출한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공감은 하지만 효과가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니고 더구나 미의 기준은 바뀌어도 미를 숭배하는 인간의 본성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테니까요.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데 혼자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해봐야 힘만 빠질 뿐입니다.
다만 같은 주제라도 그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와 나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에서는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도 휩쓸려서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나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해야 하니까요.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서브스턴스 약물의 효과였습니다. 아무리 약효가 강하다고 해도 그렇지 순식간에 모체와 동일한 크기의 성체를 만들 수 있다고? 차라리 판타지나 외계인의 행위라고 하면 넘어가지만 이걸 현대 과학기술의 결과라고 하니 도무지 설득이 안 되더군요. 이 부분에서 저는 점수를 많이 깎았습니다. 그렇게 따지니까 예전 영화들의 감독들도 못한 게 아니라 안 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2024년 한 해를 화끈하게 마무리해 준 괴랄한 비주얼의 끝판왕 <서브스턴스>에 대한 평점은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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