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작가 허선철의 무협만화 <표인(鏢人)>은 잘 모르는 이가 꽤 많을 겁니다. 이 작품의 작가가 만화가가 아니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만화를 독학하면서 만화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지요. 4년 동안 허선철 작가는 절치부심한 끝에 이 작품을 데뷔작으로 내놓았습니다.
놀랍게도 <표인(镖人)>은 단행본 출간과 동시에 30만부나 팔려나가는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며 중국과 한국, 일본의 무협독자들 가슴을 단박에 뒤흔들어놓았습니다. 2023년에는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한 후 2기가 제작 중이라고 하네요.
<표인>은 서기 607년 수양제가 중국을 통치하던 시절 옥문관 바깥쪽 사막이 배경입니다. 주인공 도마는 소칠이라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변방을 떠돌아다니며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갑니다. 두 번째 임무에서 우여곡절 끝에 조정이 파견한 관리를 죽이는 바람에 5만전의 현상금이 걸린 채 도망치는 신세가 되지요.
도마는 5대 호상 중 모씨 부족장의 의뢰로 반란군 지도자 지세랑을 장안까지 호위하게 됩니다. 이때 장안의 자미궁에서 수양제는 신하 배세구에게 지세랑을 제거할 것을 명령합니다. 효웅 배세구는 용병을 선임하고 5대 호상 사이를 이간질시켜 변방의 중개무역권을 손아귀에 넣으려 합니다.
이제 도마 일행은 중원과 변방의 힘이 얼키고 설키는 폭풍의 핵이 됩니다. 도마의 이야기는 실제 수나라 양제의 역사를 배경으로 리얼리티를 더하고 갈등과 배신 속에서 운명을 달리하는 변방 부족들의 운명과 함께 기대감을 더합니다.
<표인>은 애니메이션보다는 허선철 작가가 직접 그린, 선이 굵고 거칠지만 무협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만화로 봐야 합니다. 거친 데생과 붓칠 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거든요. 아직도 이 작품을 안 보았다면 서둘러 보길 권합니다. 만화대여점에 간다면 발매된 지 5년이나 되어서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장님에게 찾아달라고 하는 게 빠릅니다. 북마존 평점은 8.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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