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최강을 위해서라면 남성도 포기 가능한 무림인들의 욕망을 신랄하게 까버린 김용의 무협 ; 소오강호(笑傲江湖)

김용의 <사조영웅전>에서 빡친 경험이 있다면 이 작품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오강호 세트

정의를 외치지만 권력에 눈이 먼 악독한 자들 사이에서 구속과 편견에 맞서는 영호충의 모험담 『소오강호 세트』. 무협 소설 마니아들에게 꼭 읽어야 할 고전 중의 고전으로 거론되는 김용의 작품으로, 영화 《동방불패》의 원작이자 몇 년에 한 번씩은 꼭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인기작이기도 하다. 세상은 정의를 외치지만 추악하다. 권력을 움켜쥐려는 자들은 불의도 서슴지 않는다. 신의를 중시하는 강호 세계도 마찬가지다. 명문 정파든 사파든 다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저자

김용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18.10.15

 

제 채널의 열혈구독자이신 송태영님이 리뷰 요청하신 김용의 <소오강호(笑傲江湖)>를 읽었습니다. 지난 번 <사조영웅전>을 리뷰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네요.

 

다만 이야기 구성에서 <사조영웅전>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국가 간의 대립 중에 움직이는 주인공을 이야기하기에 스케일이 더 큰 반면 <소오강호>는 무림 최고수가 되기 위해 명예고, 정체성이고 다 버리고 달려드는 무림인들의 적나라한 욕망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그릇이 작은 대신 깊이가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상당수 무협 독자들이 김용의 작품을 걸작이라고 칭하는데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작품을 읽고난 후의 느낌은 ‘이렇게 답답하고 지루하며 재미없는 책을 왜 걸작이라고 하는 거지?’ 의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저만 느끼는 게 아니더군요. 무협 커뮤니티에 들러봤더니 김용의 작품에 대해 저와 흡사한 소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용대운 작가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중국의 무협이 몇몇 걸작을 제외하고는 국내 독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산만하고 방대한 스토리 구성, 장황하고 늘어지는 문장, 중국인 특유의 정 서에서 비롯되는 상황의 어색함 때문일 것이다.

 

소오강호(笑傲江湖)는 ‘강호를 내려다보며 오연히 웃는다’는 뜻으로 무림 최강 고수와 문파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호인들의 위선과 욕심을 비웃는 태도를 은유적으로 전달합니다.

 

소오강호의 사상은 형산파 유정풍과 일월신교 장로 곡양을 거쳐 영호충과 임영영 부부로 이어집니다. 위선을 일삼던 정파의 모든 인물들이 죽고 모든 갈등이 해소된 후 영호충은 승려나 도인들이 추구하는 무위(無爲)의 삶이 아닌 일반인의 삶, 즉 유위(有爲)의 삶에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무런 구속 없는 자유로운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을 하게 된 캐릭터는 복위표국의 임평지였습니다. 그는 귀하게 자라나지만 악의를 품은 청성파 장문인의 음모에 빠져 집안이 멸문하고 복수 일념에 원치 않는 삶을 살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니까요. 하지만 우유부단하고 스토커인데다 배은망덕한 영호충에 비하면 훨씬 솔직하고 충실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동방불패의 출연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적고 어이없는 패배를 당하는 것도 의외였습니다. 일월신교로 이어진 규화보전과 복위표국으로 이어진 벽사검보의 수련 조건이 동일하다는 점도 역시나 의외입니다.

 

<소오강호>에 대한 제 평점은 6.5입니다만 영호충이 아닌 다른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8점대 이상을 주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