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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어수선하고 난잡하며 촌스럽기까지 해서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던 사극,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by 마인드 오프너 202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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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사극, 액션, 어드벤처, 코미디

개봉 : 2014.08.06

상영시간 : 129분

감독 : 이석훈

주연 : 김남길, 손예진

스트리밍 : 넷플릭스, wavve, 왓챠

등급 : 12세 이상


최동훈 감독은 억울하겠네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을 보고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다. 최동훈 감독이 그의 감독 인생을 걸고 만든 2부작 <외계 +인> 중 1부는 6.8의 평점을 받고 153만 관객을 들이는 데 그쳤다. 아무리 봐도 <외계 +인>이 <해적 ; 바다로 간 산적>보다 못 만들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어찌된 영문이든 이 영화는 8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고 속편까지 제작했으니 제작자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다. 이쯤 되면 영화라는 요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표현한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전개

 

이 영화처럼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튀는 경우가 또 있을까? 첫 장면에서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보여주며 정통 사극의 분위기를 띄우지만 그 다음 장면에서는 해적이 등장하며 코미디 임을 강변한다. 코미디인가 의문을 갖는 사이 고래가 배를 덮쳐 옥새를 삼킨다. 이성계를 꾸짖던 하급 군관은 산적이 되어 있고, 해적과 어깨동무를 하며 옥새를 찾으러 나갔다가 백상어와 사투를 벌인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 개그에 불만이 터질 무렵 문제의 하급 군관은 정색을 한 채 왕의 처소에 침투해 이성계에게 올바른 왕도의 길을 설파하고 사라진다(구중궁궐이 그토록 침입이 쉬운 곳이던가?). 이 영화, 도대체 장르가 무엇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오프닝에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반대하는 장면과 그 이후의 전개는 너무나 상반된다.


제작비 150억원은 어디 쓴 거지?

 

제목에 나와 있듯이 영화의 배경은 바다이다. 해적선과 조선 해군의 전투가 심심치않게 벌어진다. 고래와 백상어(?)가 등장한다. 조선 건국의 부당성을 몸으로 증명하는 고래라면 영물일텐데 등장하는 고래는 평범하기만 하다. 백상어(?)는 몸집은 작지만 실상은 메갈로돈의 종자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정 십여명이 탄 배를 그렇게 빨리, 오래 끌고 갈 수 있겠는가. 10년 전 150억 원이면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닌데 바다를 배경으로 한 CG는 엉성하고 어색하다. 그 돈 다 어디에 썼는지. 정극도 아니고 코미디를 표방했다면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할 바다를 굳이 배경으로 고집할 필요가 있었을까.

150억이면 적은 돈이 아닌데...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기사를 보니 손예진, 김남길, 이경영 등 주연 배우들이 연기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찬사가 대부분이던데 동의하기 힘들다. 세 사람 모두 캐릭터와 따로 노는 느낌이다. 해적 옷을 입고 액션을 취하고 있지만 그들의 전작 혹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배역이 겹쳐진다. 연기 변화를 성공적으로 시도한 배우의 예를 들라고 한다면 <내부자들>이나 <타짜>, <돈의 맛>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백윤식의 연기와 비교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매소드 연기를 펼친 말론 브란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고 해서 연기 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는 함부로 내리는 게 아니다.

나만 이경영의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걸까?


모두들 산으로 갔다

 

이 영화가 지루하고 불편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코미디가 ‘유치했다’는 점일 것이다. 흥미롭게 봤던 <극한직업>과 비교해보니 더욱 그렇고 그동안 ‘별로’라는 평가를 준 코미디 영화 대부분이 유치하고 촌스러웠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이 영화를 즐겨 본 8백만 영화관람객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들 대부분은 ‘생각 없이 즐기는 킬링타임용 오락물로 손색 없다’고 평가를 내리고 만족했을 것이다. 8백만의 평가와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기란 쉽지 않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이 영화를 배라고 가정한다면 너무 많은 사공에게 노를 쥐어 준 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젓지 못해서 방향을 잃고 산으로 올라간 셈이라고 본다. 산적이 해적으로 간다는 발상은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잔가지들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세련되게 풀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코미디라도 이런 표현, 안 좋아한다. 그래서 불편한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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