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4> 개봉을 앞두고 지난 1, 2, 3편을 다시 보았는데 오래 전 볼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걸린다.
<존 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관객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면 최근 ‘액션 영화 연출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비록 키아누 리브스가 스턴트 없이 90% 이상 액션 연기를 했다고 하지만 어색한 장면도 꽤 눈에 띄고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느리고 어색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존 윅의 액션 장면 연출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른 이유는 편집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내친 김에 존 윅의 액션이 왜 다른 액션 영화보다 더 좋은지 여섯 가지 이유를 파고들어 보자.
1. 존 윅 시리즈 액션의 중심 ; 권총
제작자가 처음에 이 영화의 주연배우를 팔팔한 2-30대 배우가 아닌 노장 키아누 리브스를 낙점했다는 사실을 감안하자. 키아누 리브스가 아무리 잘해도 <매트릭스> 시절의 네오처럼 액션을 연기하기란 불가능하다. 무술을 할 줄 아는 배우도 아니다. 감독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대안은 권총 중심의 연출이었다. 물론 키아누 리브스가 극 중에서 사용하는 주짓수를 비롯한 무술과 실용 사격술을 미친 듯이 연습을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은 해결책이었다. 키아누 리브스는 감독의 대안에 합의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액션의 지평을 열 수 있었다.
키아누 리브스가 전술액션 훈련하는 자료 화면
https://www.youtube.com/watch?v=zbDmE1RqkBs
2. 롱테이크 + 와이드 편집
이따금 악당들과 격투를 벌이는 존 윅의 액션이 느리고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최근 액션 영화의 분할 편집 기술에 길들여진 탓이다. <본> 시리즈나 <테이큰> 시리즈의 경우 근접 격투가 벌어지면 초 이하 단위로 편집한 장면을 보여준다. 채 1초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두세 컷이 지나가면 관객들은 속도감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분할 편집은 속도감 강조에는 좋지만 뭐가 뭔지 이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감도 떨어진다. <존 윅> 감독은 최근 트렌드와 정면으로 맞붙는다. 롱테이크와 와이드 화면으로 격투 당사자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관객들은 격투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오랜 격투와 타격으로 인한 충격과 피해 사실을 실감나게 보여줄 수도 있다. 어느 쪽을 좋아하느냐는 주관적인 문제다.
3. 스턴트 연출 전문가가 창조한 액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들어와 스턴트 디렉터까지 오른 인물이다. <매트릭스>에서는 키아누 리브스의 스턴트 대역을 맡아 인연을 맺었다. 액션이나 스턴트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인물인 것이다. 와이드 화면과 롱테이크를 고집한 건 분할 편집으로 창조한 액션이 의도와 맞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피아나 카모라 일당과 존 윅이 싸우는 장면은 쿵푸 영화처럼 합이 맞지 않지만 훨씬 현실적인 느낌이다. 과거에 했던 주먹 싸움을 떠올려 보라. 한 대 맞고, 한 대 피하고 그렇게 진행되던가. 아니다. 마구잡이 식 싸움에 가깝다. 감독의 선택이 충분히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4. 키아누 리브스가 보여주는 실용 무술
키아누 리브스가 보여주는 액션은 나름 멋있지만 기가 막히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행동이 느려 보이는 경우가 있고, 발차기의 모습도 위력적이지 않다. 키아누 리브스의 육체적 한계를 고려하면 어쩜녀 당연한 것이다. 감독은 자연스럽게 액션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존 윅은 상대방과 싸울 때 멋있어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쿵푸 전문가들처럼 예술적인 발차기나 덤블링은 애초에 기대를 말아야 한다. 대신 존 윅은 실용적인 방법을 택한다. 상대 발목을 차거나, 관절을 부러뜨리거나 사타구니를 차거나 목을 조른다. 연필로 눈을 찌르고, 허리띠로 칼과 맞선다. 관절기는 자주 등장한다. 멋은 별로 없지만 싸움에는 가장 효과적이다.
5. 상황마다 변화를 준 총기와 사격술
<존 윅>에 가장 열광하는 팬덤은 밀덕들이다. 특히 총기와 사격술을 잘 아는 밀덕이라면 환장한다. 상황마다, 편마다 다양한 총기들이 등장하고 권총을 이용한 사격술을 실제감 있게 재현한다. 1편에서 존 윅은 컴펜세이터를 부착한 헤클러 운트 코흐 사의 P30모델을 사용하며 <존 윅 리로드>에서 카모라 조직과 산티노 부하들과 맞설 때 글록 34와 26, AR-15 소총과 베넬리 M4 산탄총을 사용한다. 모잠비크 드릴(상대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복부 2방 + 머리 1방 쏘는 사격기술)과 니 캐핑(Knee- Capping; 상대방 무릎을 쏴서 대인저지력을 높이는 사격기술), 더블탭(권총을 두 발 연달아 쏘는 기술)은 교과서처럼 등장한다.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를 제외하면 다른 총격전 영화에서 이처럼 실감나는 사격술을 보여준 적이 있나 싶다.
6. 차이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다. 사격 중 탄창을 갈아 끼우는 순간의 연출이 좋은 사례다. 주인공의 권총은 절대로 탄창이 비지 않는 홍콩 영화와 달리 존 윅은 사격 후 탄창이 비면 정확하게 탄창을 교체한다. 총을 쏘려는데 탄창이 비거나 탄피가 걸려서 발사가 되지 않는 장면도 등장한다. 사격 자세도 혹독하게 훈련한 덕분에 매우 정확하다. 이따금 여배우들이 군인이나 킬러로 등장하는 액션 영화(특히 중국영화)에서 황당한 자세로 소총을 쏘는 장면을 자주 본 입장에서는 디테일에 완벽을 기하려는 감독과 키아누 리브스의 진심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뜯어 보니 <존 윅> 시리즈가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제작진 모두 더 좋은 장면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다. 위에 언급한 사항들을 떠올리면서 <존 윅 4>를 비롯한 시리즈를 관람하면 몇 배나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내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개봉을 앞둔 [존 윅 4] 개봉하기 전에 먼저 예상해 보는 preview
<존 윅> 1편에 대한 후기가 궁금하다면!
https://exclusive-life.tistory.com/343#comment1346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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