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액션, 범죄, 스릴러
상영시간 : 131분
개봉 : 2019.06.26.
감독 : 채드 스타헬스키
출연 : 키아누 리브스, 할리 베리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누적관객 수 : 1,007,762명
월드박스오피스 : 326,709,727달러
존 윅 시리즈, ‘유종의 미’를 고민할 때?
누구나 욕심이 있다. 영화 제작자라면 자신이 만든 영화가 흥행하여 영화사에 남기를 바란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같은 제목의 시리즈를 오래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욕망은 비교적 쉽지만 두 번째 욕망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오리지널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만든 시리즈들 중 크게 성공한 작품을 찾기 힘들다. 속편이 성공하면 고민은 더욱 커진다. 언제까지 계속 만들 것인가?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전작과의 비교는 심화되고 스트레스는 커진다. 대부분 시리즈는 자의로 멈추지 못하고 흥행에 참패를 하고 나서야 타의에 의해 경주를 포기한다. 이때쯤이면 오리지널의 영향력이나 그림자는 거의 사라진 후다. 영화 한 편으로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판이지만 때로는 정상에 있을 때 떠날 줄 아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편 리로드 역시 성공하고 개봉한 <존 윅> 3편 파라벨룸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파문을 당하고 현상수배범이 된 존 윅
존 윅은 성역으로 지정된 뉴욕 콘티넨털에서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을 킬러의 삶으로 되돌아오게 한 산티노를 살해한다. 최고 회의의 룰을 깨고 파문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무모한 행동이었다. 자신만만한 행동이었지만 대가는 참혹했다. 1400만 불의 현상금을 얻으려는 전 세계 킬러들의 추적을 감당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존 윅과 암살자들의 끝없는 추격전을 이야기의 큰 가닥으로 잡은 후 존 윅을 도와준 인물들(윈스턴과 킹)에 대한 최고 회의의 징벌과 저항을 하부 줄거리로 포장한다. 스타헬스키 감독의 성향이나 장점의 특성 상 스토리텔링보다 액션이 강한 건 예상 내의 결과이지만 리로드에서 보여준 비장미나 캐릭터끼리의 교감 등이 사라진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최고 회의라더니 고작 이 정도야?
내로라하는 전 세계 범죄 카르텔의 수장 12명으로 구성된 최고 회의는 모든 범죄자들의 꿈이자 마지막 종착지다. 가입 조건도 까다로워서 카모라, 흑사회, 마피아 등 각국의 암흑가를 좌우하고 있는 수준의 조직 수장 정도가 되어야 어깨를 견줄 수 있다. 최고 의회 멤버들의 말은 법이나 다름없어서, 이들에게 파문당할 경우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시리즈의 흐름으로 미루어 보면 결국 존 윅의 궁극적인 적은 이들 최고 회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최고 회의는 존 윅을 살해하기로 하고 심사관을 보내 살인을 청부하는 동시에 윈스턴과 킹에게 존 윅의 탈출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징벌을 가한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러웠다. 문제는 최고 회의의 화력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거다. 존 윅과 콘티넨탈 호텔의 반격에 무너지면서 기세등등했던 심판관은 황급히 중재를 제안하는 데 참 없어 보인다. 배신과 계략이 판을 치는 암흑가에서 이토록 허약한 상사에게 무조건 복종한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단편화되고 분절된 소모성 캐릭터들
줄거리의 개연성은 감독의 특성을 감안한다 쳐도 별다른 의미 없이 소모되고 마는 캐릭터는 3편을 더더욱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요인이다. 리로드 편에서 등장했던 카모라 수장 지아나, 그녀의 보디가드 카시안, 존 윅을 구해주는 의사, 존 윅의 물품을 보관하는 유대인, 총기 소믈리에 등은 짧은 출연 시간을 상회하는 의미와 존재감을 발산했었다.
헌데 3편의 캐릭터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역할도 불분명하고 이야기 속에 녹아들지도 못한다. 단편적으로 소모되기만 할 뿐이다. 카사블랑카 콘티넨털의 소피아, 러시아 마피아 디렉터, 최고 회의 심판관, 최고 회의의 파문 철회 방법을 알려주는 장로 모두 출연 시간은 긴데 딱히 인상적이지 않다. 출연 분량을 삭제하거나 대거 편집을 해도 이야기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1, 2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필사적이었다는 느낌을 준 것과 대조해 보면 너무 느슨하다. 4편이 망하지 않으려면 존 윅 혼자만의 독고다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익숙해지면서 긴장감과 흥미가 떨어지고 있는 액션
1편에서도 어느 정도 호신강기의 강력함을 보여주었지만 2편 리로드에서는 아예 금강불괴 수준이다. 존 윅이 특수제작된 방탄복을 입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의 내구성은 좀 심해 보인다. 칼에 찔리고, 주먹에 맞아도 금방 회복하는 건 그렇다 쳐도 총에 맞거나 7층 정도의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니.
게다가 스태미너는 게임 속 주인공처럼 전혀 줄지 않는다. 혼자서 중대 정도는 가뿐하게 처리한다. 이제 존 윅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킬러는 감독뿐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진다. 언제나 무적 모드를 유지하다 보니 이젠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 액션 장면 연출에 리듬감과 강약을 조절해서 양적인 승부를 지향하고 질적 승부로 넘어가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
3편은 4편을 위한 소모품에 불과할 뿐?
4편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니 3편이 왜 이토록 부실했는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어차피 3편의 부제는 파라벨룸. 본 게임을 위한 준비운동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다. 준비 운동을 하면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뽑을 수 없으니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쉬어가는 코스로 잡았던 것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2편 리로드를 시리즈 베스트로 뽑고 싶다. 1편이 시리즈의 소개와 캐릭터 설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면 2편에서는 다소 부족하고 어눌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캐릭터 간의 유대 관계를 조명했을 뿐만 아니라 3편의 예고 편 성격도 겸비했기 때문이다. 속편이 이 정도 퀄리티를 유지한 사례는 <터미네이터>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원래 선수는 후반전에 등장하는 게 제격이지만 3편은 아껴도 너무 아꼈다. 최고 회의와 본격적인 전쟁을 벌일 4편에서는 아껴둔 이야기의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와 전개가 필요하다. 액션 연출은 좋지만 이야기나 캐릭터 설정에서 한계를 보이는 감독의 대처 방안이 궁금해진다.
★★★
<존 윅 4> 미리보기가 궁금하다면
<존 윅> 1편이 궁금하다면
<존 윅 2 ; 리로드>가 궁금하다면
https://exclusive-life.tistory.com/343#comment1346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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