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액션, 어드벤처, 스릴러
감독 : 레니 할린
주연 : 에런 엑하트
러닝타임 : 110분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레니 할린을 아십니까?
레니 할린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다면 최소 중장년층일 것이다. 레니 할린은 1980-1990년대에 액션 영화로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감독이다. 대표작은 <다이하드 2>, <딥 블루 씨>, <클리프행어>, <컷스로트 아일랜드>, <마인드 헌터> 등이다. 시원하고 화끈한 액션을 연출하며 할리우드 스타들을 동원한 블록버스터로 흥행도 나쁘지 않았다. 한동안 할리우드 감독 리스트에는 보이지 않던 그가 오랜만에 중견배우 에런 엑하트를 내세워 연출한 액션 스릴러가 <브릭레이어(벽돌공)>이다. 전직 FBI 요원 출신 노아 보이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전직 CIA 요원이 배신한 동료를 찾아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CIA에 의한, CIA를 위한, CIA의 공작
전 CIA요원 라덱은 독일 언론인을 만나 정보를 제공하는 척하며 살해한다. 라덱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CIA가 살인을 주도한다는 그리스 외무차관 코스타스의 음모론이 퍼지자 이를 막기 위해 CIA 오말리는 케이트와 함께 벽돌공이자 전 CIA요원 베일을 찾는다. 베일은 라덱과 절친이었기에 범행동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자신과 라덱이 CIA의 임무를 거부하자 CIA가 앙갚음으로 라덱 가족의 신원을 노출시킨 덕분에 러시아가 라덱 가족을 살해했던 것이다. 라덱은 가족의 복수를 하기 위해 CIA를 궁지로 몰아넣고자 한다. 베일은 라덱을 이해하지만 정의감과 충성심으로 옛친구를 막는다.
일그러지고 왜곡된 인간관계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면서 일그러진 관계는 베일과 라덱뿐만이 아니다. 베일의 연인이자 CIA 그리스 책임자였던 타이는 라덱의 범죄를 음지에서 도와주고 이를 눈치챈 베일을 제거하고자 한다. CIA 책임자 오말리는 라덱의 가족을 죽인 책임은 무시한 채 베일을 사주해서 라덱을 제거한다. 일그러지고 왜곡된 인간 관계 중에서 정의감과 의무감으로 베일의 임무에 동참했다가 추악한 CIA의 진면목을 알게 된 케이트는 오말리의 승진 제안을 거절한 채 제 갈 길을 간다.
영원한 건 없는 스파이월드
스파이에게 최고 가치는 ‘충성’이다. 충성 그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충성을 빙자해서 고위층에서 내리는 명령은 왜곡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라덱과 베일은 너무나 탁월한 스파이였기에 은밀하게 사욕을 채우려는 CIA간부들의 제안을 받게 된다.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제안이기에 둘 다 거절하지만 숨겨야 할 비밀을 알아버린 스파이의 존재만큼 두려운 건 없기에 CIA는 라덱을 제거하고자 한다(베일을 제거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훌륭한 스파이가 배신자로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보기관의 진짜 문제는 부패하고 타락한 스파이의 존재인데 내부에서는 충성심 강하고 정직한 스파이가 원인으로 왜곡된다. 모든 정보기관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제목 벽돌공의 의미
스파이 영화의 제목이 뜬금없이 ‘벽돌공’인 이유가 있다. CIA를 그만두고 베일이 선택한 직업이 벽돌공이기도 하거니와 베일이 오말리에게 이야기한 문장에 해답이 숨어 있다.
“벽돌의 형태가 목적을 부여한다”
CIA라는 거대한 조직의 목적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CIA를 구성하고 있는 상하 조직원(벽돌)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베일이 벽돌공을 제 2의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도 누구의 간섭 없이 본인 의지대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케이트가 오말리의 승진 제안을 뿌리치고 CIA를 박차고 나간 이유도 부패와 감시가 판치는 CIA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휘둘리는 부속품이 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B급 액션치고는 훌륭, 개봉용으로는 미흡
90년대 히트작들을 여러 편 연출했던 왕년의 명감독인지라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오랜 동안 블록버스터 연출을 하지 못했던 커리어의 공백 때문인지, 아니면 감독 자신의 연출 스타일 변화로 인한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골목길을 누비는 라덱과 베일의 카체이싱이나 주택 안에서의 격투 장면 등을 제외하면 이야기나 액션 구성으로 관객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 하지 않던가. 개봉영화로 보기엔 미흡해도 OTT용 영화로는 썩 훌륭하다. 다시 한 번 블록버스터 연출 기회가 주어진다면 레니 할린이 어떤 결과를 보일지 궁금하다.
전대미문
압도적!
좋은데?
평타는 쳤네
OTT로 딱!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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