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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전쟁영웅이 아닌,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

by 마인드 오프너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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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기막히다.

 

 

장르 : 전쟁, 드라마

개봉 : 2023.12.06.

국가 : 미국

러닝타임 : 158분

감독 : 리들리 스콧

주연 : 호아킨 피닉스

등급 : 15세 관람가


영국 감독이 그려낸 나폴레옹이라니

 

예로부터 영국과 프랑스는 앙숙지간이다. 우리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중세와 왕위를 둘러싼 다툼이 있었고, 식민주의 시대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다. 오랜 동안 두 나라 사이에 축적된 앙금이 쉽게 사라질 수는 없을 터이다. 우리나라에서 영웅시되는 영웅을 상대국에서 다루는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기분일까?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한국에서 공과 과를 공정하게 적용하여 객관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영국 감독이 그려내는 프랑스 영웅 영화에 음모론이 거론되는 이유는 충분히 타당하다.

우리는 인간 나폴레옹은 익숙하지 않다.


탁월하고, 애처롭고, 서툴렀던 인간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운 나폴레옹은 야심가이자 독재자이자 실패한 영웅이었다. 코르시카에서 태어나 포병 장교가 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황제가 되고 두 번의 유배 생활로 삶을 마쳤으니 그럴 만하다. 나폴레옹을 묘사하고자 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기존의 나폴레옹 상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야만 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된 나폴레옹을 다시 재탕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는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폴레옹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그로 인해 전투에는 탁월하고, 사랑에는 애처롭고, 정치에는 서툴렀던 인간 나폴레옹이 탄생했다.

황제로서 왕관을 스스로 자신에게 씌웠던 담대한 사나이.


황제 등극부터 두 번의 유배까지 파란만장한 삶

 

코르시카 출신의 야심만만했던 촌뜨기 포병장교의 삶은 드라마틱했다.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는 말은 나폴레옹의 삶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폴레옹은 일개 포병장교로 외국과의 전투에서 연승을 거듭하며 단번에 장군으로 고속승진한다. 복잡하고 어지럽던 프랑스의 정치 상황을 이용하여 황제로 등극하지만 러시아 원정 실패의 책임을 지고 엘바섬에 유배된다. 계급사회의 정점을 찍었던 인물이 귀양살이로 만족할 수는 없는 법. 나폴레옹은 지지자들을 데리고 엘바섬을 탈출하여 다시 한 번 정권을 잡지만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여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두 번째 유배를 당한 후 생을 마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나폴레옹 생애의 큰 변곡점을 이루는 주요 사건들을 연결하여 영욕의 인생을 정리한다.

세인트헬레나 섬에서의 첫번째 유배를 종착지로 삼았더라면 어땠을까?


조세핀에 방점을 찍은 이유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는 영화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조세핀에게 지나칠 정도의 분량을 할애한 감독에게 실망한 경우가 많다. 조세핀의 역할이라고 해봐야 사망한 군인의 미망인으로 나폴레옹을 유혹하고 결혼 후에는 불륜을 저지르고, 능력 있는 남편 덕으로 황후가 된 팔자 좋은 여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조세핀을 빼고 나면 인간 나폴레옹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감독의 고민이 있었다. 타고난 전략가이자 자신만만한 황제의 모습에 가려진 소심한 남자의 모습은 조세핀 곁에서 비로소 나타나기 때문이다. 감독도 이러한 의도를 알리고 싶었던지 나폴레옹이 죽기 전 말한 마지막 세 마디가 프랑스, 군대, 조세핀이라고 자막을 남긴다.

아내이자 왕비로 조세핀은 나폴레옹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건 분명한 것 같다.


미학의 거장다운 미장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장기는 미학적으로 유려한 화면 연출이다. 그의 장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영화 시작 후 단두대에 의해 목이 잘리는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의 사형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건 리들리 스콧다운 선택이다. 전투에 나선 나폴레옹이 타고 있던 말의 복부에 적의 포탄이 박혀 복부가 박살나고 시위 중인 군중들에게 포탄을 퍼부어 유혈이 낭자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프랑스군의 매복에 못 이겨 도망치는 러시아군인들이 호수에 빠지는 장면에서 연출되는 색의 대비이다. 차갑기 그지 없는 얼음물과 뜨거운 혈액이 화면을 어지럽게 수놓으며 선연한 대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리들리 스콧의 미학적 감각이라니...

 

마리 앙트와네트의 단두대형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참기 어렵겠지.


전투 장면은 나쁘지 않은 편

 

이 영화를 보며 많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장면은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프랑스 군대와 외국 군대의 치열한 전투일 것이다. 전쟁 영화에서 1:1이 아닌 집단과 집단이 대결하는 장면은 사실성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흥분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러시아군과 프랑스군의 대결,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대결 등 몇 차례 군대와 군대가 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지만 기대치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아무리 관대하게 평가해도 스펙터클이라는 형용사를 붙이기는 민망하고 전쟁영화로서 평균 수준을 유지한다고 보면 되겠다. 감독이 인간 나폴레옹을 묘사하는데 집중했다는 추측이 사실이라면 수긍할 수 있는 결과이나 일반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폴레옹의 중요한 인생 변곡점을 표현하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15세 관람가가 맞나?

 

영화 등급을 보면 의아해진다.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라고? 영화에서는 나폴레옹과 조세핀의 정사 장면이 등장하고 포탄으로 인한 잔혹한 부상 장면도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어찌된 일일까. 요새는 등급 판정 기준이 예전보다 관대해진 것일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민망한 장면을 중학교 자녀와 함께 본다는 생각을 하자니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필자 기준으로는 청소년관람불가가 적당한 등급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부모와 함께 혹은 친구들과 본 중딩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대미문

압도적!

좋은데?

평타는 쳤네

시간 낭비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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