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범죄
방영 : 아마존
방송일자 : 2020.04.
편성 : 10부작
주연 : 타이터스 웰리버
원작이 좋은 드라마가 롱런한다
아마존의 미드 <보슈> 시즌 6을 보았다. 글을 쓰는 현재 <보슈>는 마지막 시즌인 7을 끝내고 편법(?)을 써서 <보슈 레거시>로 시즌 2번째를 완료했다. 수많은 경쟁 드라마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가운데 꿋꿋하게 힘겨운 생존의 길을 거쳐온 게 대단할 뿐이다. 어느 정도 수정이 있긴 하지만 <보슈> 시리즈는 마이클 코넬리의 원작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장수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이 좋으면 다른 매체로 변화해도 여전히 좋은 법이다.
드라마 롱런을 위해 필요한 것
예전 미드들은 시리즈 하나에 24편 혹은 22편이 들어가는 장편이었다. 최근에는 제작 편수가 급속도로 줄어서 8편 내지는 10편에 불과하다. 유튜브나 쇼츠처럼 짧은 길이의 영상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최근 시청자들은 비슷하거나 지루한 걸 못 참는다는 반영이다. 시즌을 반복하면서 같은 주인공과 설정을 사용하는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기본적인 재미와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를 더 가져야 한다. 바로 시리즈별 차별성이다.
미국식 사법 시스템의 명과 암
계약으로 만사를 해결하는 미국에서는 심지어 범죄자들도 계약을 통해 형량을 감하는 게 가능하다. 양형 거래 제도 덕분이다. 양형 거래제도는 단순하게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스템일 수 있다. 검사는 피고인의 형량을 줄여주는 대가로 더 큰 범죄 정보를 얻어서 성과를 쌓고 사법부 내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피고는 정보를 주는 대가로 형량을 낮출 수 있다. 다만 피해자와 유족들은 억울할 수 있다. 정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협상에서 제외하고 범죄자의 형량을 낮춰주다니 말이다.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데이지의 엄마 엘리자베스가 형량 거래의 결과로 인해 범인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다는 말을 듣고 절망에 빠져 목숨을 끊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거래 가능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질문
<보슈> 시즌 6의 주제는 ‘미국식 사법 시스템의 대안’으로 보인다. 재미 삼아 보는 미드에서 일견 어울리지 않는 주제 같지만 극 내용과 잘 어울리며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FBI요원인 상간남과 모의해서 남편을 살해한 엘리샤, 에드거와 원한 관계에 있던 아브릴은 미국식 사법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준다. 엘리샤는 주범을 알려준다는 조건으로 양형 거래를 시도하지만 그녀가 남편을 죽이려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보슈가 발견하면서 무효가 된다.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주범이 종범이 되는 엉뚱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브릴이 두 손을 들고 얌전히 체포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에드거는 권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아브릴의 미소를 보는 순간 미국 사법 시스템으로는 그를 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언제나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가질 것인가
그래도 미국은 한국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미국에서도 유전무죄의 경우가 없지 않지만 한국처럼 돈 있고 권력 있는 이들이 말도 안 되는 사법부 판결을 빌미로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을 주재하는 판사의 역할 제한과 배심원 제도는 주관에 빠지기 쉬운 사법 시스템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직장에서 수습사원을 폭행해도 이를 심사하는 노동청은 ‘과실없음’으로 외면하고 산업 재해가 끊이지 않는데도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외면한 채 기업의 편의만 봐주는 정부기관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못하는 이 나라는 언제나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가질 것인가.
'감성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쟁영웅이 아닌,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 (0) | 2024.01.11 |
---|---|
신무협소설. 진정한 금강불괴지신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좌백의 새로운 관점, <금강불괴> (2) | 2024.01.10 |
영국 드라마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1-2 핫 샷(15 Million Merits) ;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 굴종하는 개인 (4) | 2024.01.06 |
디즈니 플러스 미드.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들 ; 원작에 비교적 충실한 미드 (2) | 2024.01.01 |
신무협 시대의 전성기를 열었던 좌백의 대표작, [대도오] (0) | 2023.12.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