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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신무협 이후 국내 무협소설의 침체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졸작 ; 무협소설 ‘십삼월무’

by 마인드 오프너 202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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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참마도

출판 : 알에스매니지먼트

발간 : 2013.02.05


무협 작품성에 대한 소고

 

무협소설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 작가 김용은 “소설은 일종의 예술이며, 소설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말과 글, 줄거리 구조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과연 대가다운 이야기다. 최근 포털과 인터넷에 연재되는 판타지 무협소설을 보지 않는 이유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 참마도의 <십삼월무>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신무협 이후 실망했던 판무를 내려놓은 이후 집어든 <십삼월무>, 과연 어땠을까.


작품 개요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송나라 시대다. 송나라 대장군 서현의 집에 복면인들이 찾아와 일가를 몰살시킨다. 서현 장군은 우두머리(서현 장군의 지인)에게 “가전무공을 넘길테니 아들만 살려달라”고 애원한 후 자결한다. ‘전중뇌검식’이라고 불리는 이 무공은 이 작품의 시작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핵심이다.

서현 장군의 아들은 죄수들의 유배지인 망일곡에 갇혀 무당파 장로에게 무공을 사사하며 이름을 호월로 바꾼다. 삼류무사였던 호월은 강호 출도 후 개방과 무당파, 마교 인물들과 교류하며 초절정고수로 거듭난다. 그 기반은 아버지 서현 장군이 남긴 가전 무공이었다. 그의 음유기공은 무당파 시조의 무공 ‘십삼월무’와 이어진다. 호월은 우연과 기연을 거듭하며 무림과 송나라를 지배하려는 악당들을 물리친 후 가족들과 은거한다.


참신하려 했던 기획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초반 기획이다. 무림 최고 무공이 장군부의 가전무공이며 장삼풍과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주인공 호월의 앞을 가로막으며 무림을 장악하려는 세력이 구파일방의 수뇌부라는 설정도 좋다. ‘십삼월무’가 무공 이름이 아니라 무공 이치라는 점도 흔치 않은 설정이다. 국내 무협소설 대다수가 구파일방은 기본으로 깔고 소외된 인물이나 비극적인 주인공의 활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에 비해 구파일방 성립 이전을 사건 배경으로 삼는 점도 특이하다. 기획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허술한 세계관

 

기획이 좋다고 이야기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이 작품 역시 욕심만 앞섰을 뿐 기획을 단계별로 녹여내지 못함으로써 허술함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세계관에서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구파일방 수뇌부들은 이익을 위해서는 사파보다 악랄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교 인물들과 정파 인물들이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것도 이상하다. 최종 빌런이어야 할 전 재상이 심모원려한 계획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무림인의 주구로 전락하는 과정도 어설프다.

이 작품의 핵심인 ‘십삼월무’가 무공이 아니라 이치라는 설정은 대담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각 문파 고수들이 음유기공 기반의 비슷한 무공을 시전한다는 설정도 어불성설이다. 일정 단계 이상 고수가 내공이 다른 무공을 억지로 익히면 주화입마뿐이다.


먼치킨 주인공과 바보 캐릭터들

 

무협의 주인공들이 기연을 통해 천하제일인이 되는 건 흔한일이지만 호월의 변화는 선을 넘었다. 개연성마저 무시한다. 적과 대결하는 순간에 무공 이치를 깨닫고 발전한다. <군림천하>의 진산월이 종남파 비전을 익히기 위해 수년 간 고련하고 <태극문>의 조자건도 몇 년 간 개고생하는 것과 비하면 천지 차이다.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바보라는 것도 문제다. 독자는 아는데 캐릭터들만 모른다. 청성파 삼목진인은 태사조 적금검노 천우안의 명령을 받는 좀비 같은 인물이면서도 쿠데타를 획책한다. 쿠데타를 통한 반전을 의도했다면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높게 설정했어야 한다.


지루한 전개

 

최근 무협소설은 단행본 기준 7권 이상이 기본이다. 터무니없다. 본인들의 이야기가 그토록 재미있다고 자신하는 건가. 무협은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클리셰가 난무한다. ‘한 이야기 또 하고’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0년 3월에 연재해서 신무협 최고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은 용대운의 <군림천하>는 흥미로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35권이 발간된 지금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무협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김용의 작품조차 10권 안팎으로 끝나는 마당에 양적 거품이 심하다. <십삼월무> 역시 지루하게 반복되는 무공 대결만 걷어내도 3권으로 마무리 가능하다. 비슷한 장면의 재생산을 계속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닐까.


중반부터 지루했던 작품

 

이 작품을 보면서 졸다 읽다를 반복했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가 지루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작가의 문장력 수준 미비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이 소설을 읽고 접한 좌백의 무협단편집과 비교해보니 문장력, 논리력, 상상력, 구성력 등에서 확실한 수준 차이가 나는 걸 알 수 있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무협 장르를 떠난 신무협 독자층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문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이 등장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리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글빨 좋으며 무협의 클리셰에 안주하지 않는 예비 무협 작가들의 도전을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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