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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석탄을 쥐어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스모 선수의 탄생?? ; 바키도 2부

by 마인드 오프너 2023.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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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가 아니라 판타지, <바키도 2부>

 

만화라고 해서 무한정의 상상력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지켜야 할 설정이 분명히 있다. 평범한 사람이 100m를 3초에 달리고, 60층 꼭대기에서 추락해서 살아남는다면 독자들은 외면할 것이다.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의 상식과 작가의 상상력 사이 어딘가에서 표현을 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바키 시리즈의 흥행 성공에 작가가 거나하게 취한 것일까? 시리즈 4부이자 <바키도 2부>에서는 이런 한계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조짐은 3부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를 부활시키고, 공룡 시대의 원시인을 창조하는 장면에서 예견되었다. 그래도 사람이 석탄을 쥐어 다이아몬드로 만든다는 설정은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이 장면으로 인해 이 만화는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작가 초심은 어디로?

 

필자는 격투기 만화의 애독자다. 이제는 고전이 된 <군계>, <고교 철권전 터프>, <베리타스>, <수라의 문>, <홀리랜드>, <더 파이팅> 등을 섭렵했다. 이들 격투 만화는 시각적인 흥미를 더하고 연출의 편이성을 위해 일반인은 불가능한 초인적인 능력을 어느 정도 허용한다. 10대 소년 바키가 등장하는 오리지널 <한마 바키>도 처음에는 이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격투 만화의 경계는 넘지 않았다. 바키가 무술을 익히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오리지널의 리얼리티는 흔적도 없고 마블 영웅들을 뺨치는 초인들만 존재한다. 필자가 애독하던 바키는 더 이상 없다.


안드로메다로 표류하는 이야기

 

1부에서 바키는 약했다. 일반인의 관점으로 보면 지역 최강일 수 있었지만 그의 아버지 한마 유지로는 세계 최강이자 인류 최강이라는 칭호를 가진 인물이기에 바키의 부담감은 더했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를 향해 도전하겠다는 일념으로 바키는 세계 최강 격투가들과 격전을 벌이며 순위를 올린다. 이 시점의 바키는 만화를 보는 독자들의 자아와 다를 바 없었다. 바키가 고난과 부상을 겪으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모습을 보며 팬들은 열광했다. 이제 바키는 고난도, 부상도 겪지 않는다. 챔피언으로서 너무나 가볍게 도전자들을 물리친다. 아버지를 향해 처절하게 도전하고 땀흘리던 소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2부의 주인공, 고대 스모

 

바키도 2부의 핵심 무술은 고대 스모다. 지금의 스모와는 경기 방식이 전혀 다르다. 고대 스모는 한쪽이 경기 불능이 될 때까지 싸워야 했다. 무기 사용만 금지되었을 뿐 눈을 찌르거나 급소를 공격해도 무방했다. 고대 스모 최강자의 후예인 스쿠나는 바키를 비롯한 각 분야 격투기 강자들과 팀을 이루어 현대 스모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격투를 벌인 끝에 승리한다. 다음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오거의 큰아들 잭 해머로 특이하게도 교도(물기)를 주무기로 사용한다. 격투기에 상대방을 무는 게 주특기라니 작가 병이 또 도졌나 싶다. 이밖에도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최강보스 한마 유지로가 나타나 스쿠나와 케하야를 가볍게 눌러버리고 사라진다. 한마 유지로의 특성을 분석한 의사가 일반 남성들에 비해 남성 호르몬이 10배가 넘는다는 대목에서는 그저 웃고 말았다. 최강 빌런이 너무 엄청나서 시리즈가 끝나도 순위는 안 바뀔 것 같다.


시리즈의 인기 비결은...

 

이 만화 시리즈가 4부를 이어가고 판매 부수가 수천만 부에 달한다는 건 독자들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의미다. 구성이 엇나가고 황당해지는 것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시리즈의 구성이 선을 넘은 것에 대한 비판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독자도 보았다. 이 만화의 인기 비결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필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황당하지만 작가가 그림에 들이는 공력은 진심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럴 듯하게 꾸밀 줄 아는 덕분에 만화를 보는 독자들이 있다는 거다. 실제로 작가의 그림체를 보면 한 컷에 하루 이상 혹은 며칠을 소요했을 법한 경우가 보인다.


일본 만화의, 도가 지나친 황당함의 이유를 상상해보니...

 

최근 일본 만화들은 초능력자나 괴수나 변형인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장면 묘사역시 수위가 높아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에 대한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정치도, 경제도 막막한데 불만을 적극적으로 토로할 수 있는 열린 사회도 아니다.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없으니 어디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만화의 역할은 분명해 보인다. 초인이 문제들을 시원하게 처리하고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야말로 일본 독자들이 원하는 게 아닐까. <바키도>를 비롯한 일부 일본 만화들이 막장 연재를 하는데도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상상은 나만의 공상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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