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문화

레전드 흉내내기에만 급급했던 잠수함 영화 ; 작전명 씨울프

by 마인드 오프너 2023. 10. 13.
반응형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던 잠수함 영화

 

장르 : 전쟁/액션

국가 : 미국

개봉 : 2023.09.21

연출 : 스티븐 루크

주연 : 돌프 룬드그렌, 프랭크 그릴로

상영시간 : 86분

등급 : 15세이상


명품과 짝퉁의 차이

 

명품과 짝퉁은 언뜻 봐서는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진짜 명품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구분하기 어렵다. 이미 명품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어지간해서는 짝퉁에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두 가지를 구분하게 만드는 명확한 차이는 작은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만물이 다 그렇다. 명품을 대충 흉내내는 건 쉽지만 완벽하게 명품을 따라하는 건 의외로 어렵다. 그런데도 명품을 가장한 짝퉁을 만드는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대충 만들어도 넘어갈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유보트를 소재로 만든 영화들은 많았지만 기억되는 영화는 드물다.


<특전 유보트>를 연상케하는 영화

 

<작전명 씨울프>가 지향하는 목표가 어디인지는 명확하다. 잠수함 영화의 레전드 <특전 유보트>와 최근에 개봉한 <울프 콜>의 중간쯤일 것이다. 나치 제국의 말기에 이르러 ‘뉴욕에 로켓을 발사하라’는 특수 임무를 가지고 바다로 나선 유보트와 케슬러 함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특수 임무를 성공시키기 위한 케슬러의 고군분투가 중심이 되어야 했다. 잠수함 영화에서 흔히 구경할 수 있고, 기대하기 마련인 비주얼들은 대부분 구현되었지만 정작 잠수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압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적과 싸우는 잠수함 선원들의 심리를 표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포장만 그럴듯한 선물이 되고 만 이유다.

젊은 잠수함 장교였던 캐슬러는 배와 함께 침몰하는 함장의 마지막을 본다.


포장만 그럴 듯, 알맹이는 엉망

 

바다 속을 항해하고 어뢰를 발사하는 유보트의 모습은 여느 잠수함 영화처럼 표현했다. 하지만 이따금 등장하는 전투장면의 CG는 어색하기만 하다.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가 미국 상선에 명중될 때의 장면은 어뢰 머리에 장착된 고폭약이 불발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애매한 장면을 연출한다. 유보트와 미국 구축함과의 쫓고 쫓기는 장면이 이어져야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긴장감과 압박감이 연출되는데 전투/비전투 장면이 칼로 벤 것처럼 단절되는 바람에 보는 사람이 리듬을 맞추기 어렵다. 감독의 연출력 문제로 보인다.

천천히 다가오는 상선을 피하지 못해 침몰하는 유보트의 함장이라니 죽어도 할 말이 없다.


이해불가의 상황만 반복

 

미국 해군 수뇌부와 유보트 전단 사령관 케슬러를 동시에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촬영에서, 정확히 말하면 편집에서 써먹을만한 장면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배우들이 극적인 장면을 연기할 대본과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다. 케슬러는 히틀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받고 난 후 확실한 태도 표명을 하지 못해서 유보트와 운명을 함께한다. 미국 전투함 사령관이 유보트가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대를 격침한 후 좋아하는 장면 역시 이상하다. 케슬러 휘하의 선원들이 함장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명령을 내려서 미군 전투기에 의해 자멸하는 장면 역시 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다. 편집을 마친 후 다시 한 번 검토는 했는지 의심스럽다.

함장의 명령이 없는데도 부상해서 적기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멍청한 승무원들


완전히 내려앉은 왕년의 스타

 

돌프 룬드그렌은 한때 실베스타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비중이 있는 스타이자 실력 있는 격투기 선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할리우드에서 축출되더니 B급 액션 영화에만 출연하는 배우로 격하되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돌프 룬드그렌이 주연이라는 사실에서 이 영화의 수준을 미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부질없는 기대를 한 끝에 시간만 버린 셈이다. 한 번 내려앉은 스타의 이름값이 다시 올라서기 힘든 이유가 있다.

케슬러 함장은 시종일관 모든걸 내려놓은 무력한 모습만 보여주다 죽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