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애니메이션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02분
개봉 : 2023.01.04.
감독 : 조엘 크로포드
주연 :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등급 : 전체 관람가
누적관객 : 359,713명(01.10 기준)
장화 신은 고양이가 돌아왔다. 오리지널이 모습을 드러낸 후 11년 만이다. 동화로 무척이나 흥미롭게 접했던 캐릭터이기에 반갑기만 하다. 11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제목처럼 끝내주는 모험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일단 장화를 신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이 고양이는 절대로 범상치 않다. ‘푸스’는 처음부터 자신이 세월의 흐름에 무릎을 꿇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이나믹하고 유쾌하다. 인생을 신명나게 즐길 줄 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생의 주인공처럼 파티를 주도하던 그의 모습에 대반전이 일어난다. 진짜 성의 주인인 성주가 돌아온 것이다. 푸스는 파티의 주인공인 척했지만 ‘특이하게도 장화를 신은 고양이’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푸스는 잠에서 깨어나 마을을 파괴하는 거인을 물리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종에 깔려 중상을 입은 것이다. 의사는 “이제 아홉 개의 목숨 중 하나만 남았으니 아껴 쓰라”고 충고한다. 고양이가 9개의 생명을 가졌다는 서양의 믿음을 인용한 것이다. 푸스 역시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되돌아 본 후 평범한 반려묘의 길을 걷기로 한다.
이야기 구성은 다르지만 여전히 젊은 타겟에 집중했던 동화적인 분위기가 일변하는 순간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인생 속에서 더 이상 찾기를 포기하거나 의미를 두지 않는 가치를 돌아보라는 주제가 접목된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과연 누구를 위한 주제의 변화였을까.
푸스는 옛 여자 친구인 '말랑손 키티', 강아지 '페로'와 함께 소원을 빌기 위해 소원을 들어주는 별을 찾아 떠난다. 소원별을 찾고자 하는 인물들은 푸스 일행만이 아니다. '잭 호너'와 13인의 베이커 일당, 빅 배드 울프,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 범죄단이 소원별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소원별을 찾는 여정 속에서 푸스의 생각은 조금씩 변한다. 푸스는 영웅으로 사는 인생을 좋아했고, 즐겼다. 푸스의 모습에서 유명세나 돈, 권력을 비롯한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푸스는 고난을 겪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어쩌면 일부러 외면했던 인생의 가치들을 찾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동화지만 내면에 깃든 철학적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메시지가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세속적인 가치를 얻기 위해 달리다가 자신에게 정말 로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중년 이상의 관객이라면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20대 이하의 어린이 관객이나 청소년이라면 거추장스러운 짐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메시지 전달 과정이 산만하고 정신 사나운 건 유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푸스 이외에도 시간을 배분해야 할 등장인물이 적지 않다. 이들이 모두 역동적인 액션을 보여주며 씬을 나눠먹기에 산만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혹자는 다이나믹한 액션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메시지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애니메이션 퀄리티는 최고 수준이다. 등장인물들의 동작은 부드럽고, 화질은 선명하다. 액션은 자유로우며 속도감이 느껴진다. 제작진이 11년 동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최근에 화질이 크게 개선된 대형 LCD TV라면 극장 상영이 끝난 후 집에서 보는 느낌도 좋을 듯싶다.
원작 동화는 장화 신은 고양이가 가난한 주인의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위해 지혜를 발휘한 결과 주인과 고양이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2편에서 기대했던 액션 일변도의 연출을 지양하고 자신과 주변인들의 관계와 미래를 고민하는 푸스의 삶을 다룬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감독만의 고민이었을까.
관객 수로만 보자면 한국에서는 관객들이 새로워진 푸스의 모습에 대체로 좋은 평가를 하는 모양이다. 내면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한 푸스가 다음 편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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