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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대한민국 무협계의 새 역사를 쓰는 장편무협, 용대운의 <군림천하>

by 마인드 오프너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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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협 사상 20년 이상 연재, 35권 이상 단행본은 최초다.

 

21세기 한국 무협을 대표하는 작품

 

국내 무협이 오랜 암흑기를 헤치고 잠시나마 찬란한 전성기를 구가할 무렵, 선두에 섰던 작가가 있다. 그 이전의 무협과 대비되는 신무협의 리더로 많은 독자들의 열화같은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그는 용대운이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면서 불모지로 변해가던 국내 무협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그런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인생 역작으로 쓰고 있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군림천하>다. 무협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장기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2000년 3월부터 스포츠투데이에서 연재를 했으니 햇수로 20년을 넘었다. 현재 35권이 나온 상태인데 다음권이 완결이라는 소문이 있다. 슬슬 끝낼 때가 되긴 했다.


몰락한 구대 문파의 부활

 

용대운은 특이하게도 자신의 대표작 주제를 구대문파의 몰락과 부흥으로 잡았다. 왠지 구대문파하면 올드하게 들리는 게 사실인 점을 감안한다면 일종의 모험으로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의 스토리텔링에 자신을 가져서일 수도 있고, 그동안 주로 재야의 주인공들을 다룬 과거와 다른 작품을 하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용대운이 구대 문파 중 주목한 곳은 종남파다. 구대 문파라 해도 소림이나 무당, 화산은 너무 많이 등장했기에 식상한 게 사실이다. 더구나 작품 속에서 종남파는 몰락한 나머지 형산파에게 구대문파 자리를 빼앗긴 상태다. 용대운 문학을 관통하는 주제인 복수를 실현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꿈의 실현에 관한 이야기

 

장르 구분 상 무협에 속하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진산월은 종남파의 대제자이지만 무인으로 가장 중요한 무공 실력은 별 볼일 없는 인물이다. 그의 스승인 임장홍도 역시나 무공 실력이 별로인 관계로 종남파의 몰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종남산에서 사문 어른들의 비급을 발견하고, 3년간 각고의 수련 끝에 천하제일검사로 거듭난다. 이후 진산월은 얼마 되지 않는 사문의 제자들을 이끌고 종남파 부활이라는 필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호에 출도한다. 무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연 습득이라는 클리셰는 피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의 스토리텔링은 성장소설의 그것과 닮아서 요새 유행하는 먼치킨 류의 판타지 무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극의 변주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미스터리

 

용대운은 자신의 작품에 미스터리 요소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다른 작품 <냉혈무정>에서는 신비의 인물 임조영은 누구이며, 불의의 기습을 당한 칠혈당주를 죽인 의문의 암살자는 누구인지에 관한 의문을 던져놓고 작품을 시작한다. 결말에서는 뜻밖의 반전을 통해 독자와의 머리싸움을 즐기기도 한다. 한자 파자에 대한 지식도 상당해서 미스터리 과정에 한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여하튼 등장인물들이 무공 겨루기로 시간을 때우는 단순무식한 무협지와는 궤를 달리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하드보일드 무협 세계를 정립하고 꾸준히 밀고 나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휘몰아치는 미스터리, 어떻게 해결할까

 

20년이 넘은 지금 연재를 끝내야 한다고 바람을 적어놓긴 했지만 그게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작가가 벌여 놓은 이야기를 제대로 완결하기 위해서는 일정 분량의 원고가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백 년 전에 벌어진 종남오선에 얽힌 진실도 밝혀야 하고, 무림을 좌우하는 천봉궁과 신목령, 성숙해와 쾌의당 등 거대 세력들과의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종남파의 구대문파 복귀도 아직 미정이고, 봉황금시의 미스터리도 여전히 안개를 헤맨다. 무엇보다도 종남파의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는 매종도의 유학을 되찾는 것도 급선무다. 이처럼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한 권으로 마무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라건데 40권 전후에서 멋지게 마무리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요새 무협 시장에는 아이들 장난 같은 쓰레기들만 범람할 뿐 읽을만한 작품이 전무하다. 신무협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좌백, 이재일, 풍종호 등 작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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