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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성과지상주의 사회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질문, <더 레이서>

by 마인드 오프너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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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사이클 선수의 경기장은 전쟁터다.

장르 : 드라마

제작국 : 벨기에

상영시간 : 97분

개봉 : 2021.02.24.

감독 :키에론 J. 월쉬

주연 : 루이스 탈페

등급 : 15세 관람가

누적관객 : 12,079명(03.18 기준)


공정한 경쟁이란 없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누구는 자본력이 뛰어나고, 누구는 체력이 뛰어나며, 누구는 머리가 좋고, 누구는 학벌과 네트워크가 끝내준다. 가진 게 두 주먹밖에 없다면 망하기 십상이다. 불공평하다고 불평해봐야 돌아오는 건 없다.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니까. 내가 가진 걸 최대한 이용해 베팅에 뛰어드는 수밖에. 그런데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속임수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약물의 힘으로 승부를 조작한다면 인간의 힘으로 이길 도리가 없다.

 


레이서의 꿈,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 ; 프랑스 일주 사이클 경기)는 프랑스에서 매년 7월 3주동안 열리는 세계적인 장거리 사이클 대회다. 1903년부터 제1,2차 세계 대전 기간을 제외하면 매년 개최돼왔다. 총 길이 3,000~4,000km를 구간별로 나누어 달린 후, 총 소요기록을 계산해서 가장 시간이 짧은 선수가 우승한다. 투르 드 프랑스는 프로 스포츠 경기 중에서 관중이 가장 많이 동원되기에 프로 사이클 선수에게는 단 한 구간이라도 우승하는 것이 경력에 큰 명예로 기록된다.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은 사이클선수에게는 꿈이나 마찬가지다.

 


도핑이 생활화되어 있는 스포츠(?)

 

영화의 무대인 1998년 '투르 드 프랑스'는 ‘Tour of Shame’으로 불릴 정도로 도핑 스캔들로 얼룩진 대회였다. 사이클 스포츠에서 도핑의 역사는 백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6년에 도핑으로 선수가 사망한 기록이 있을 정도다. ‘투르 드 프랑스'를 7회 연속 재패한 랜스 암스트롱도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기록을 박탈당하고 영구제명 조치를 당했다. 이 정도면 스포츠가 아니라 약물 광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하며 전설로 남았지만 그 모든 기록이 약물의 덕분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구퇴출당한 랜스 암스트롱.

 


성적이 우선인 냉정한 시장

 

전성기를 한참 지난 프로 사이클 선수 돔 샤볼은 팀의 페이스 메이커로 오랜 동안 뛰어 왔다. 39살의 나이는 체력적으로 부담이다. 조만간 팀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돔은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팀 트레이너 소니가 준 약물을 투여하고, 적혈구 생성제를 맞는다. 약물 부작용으로 수면 중 맥박이 20 이하로 떨어진 돔은 대회에서 만난 의사 인턴에게 약물 투여의 증거를 잡힌다. 돔에게 호감을 느낀 그녀는 도핑 검사용 혈액 채취 중 그릇을 일부러 떨어뜨려 돔의 적발을 막는다. 간신히 위기를 넘기지만 친구이자 약물 공급원인 소니가 갑자기 죽는 사건이 생기자, 돔은 인생의 결정을 해야 하는 지경에 몰린다.

 

돔은 약물의 부작용으로 자다가 죽다 살아난다. 

 


비겁한 성적이냐, 정정당당한 경기냐

 

감독은 경쟁이 치열하고 팀원별로 자기 역할이 할당된 사이클 팀에서 프로 사이클선수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성과가 먼저인지, 과정이 먼저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양심에 기대자면 약물을 멀리 해야 하지만, 선수로 존재하려면 먹어야 하는 딜레마. 엄밀히 따지자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대회 사무국이다. 약물을 복용하면 무조건 적발돼서 선수 생명이 끝장난다는 명제가 생기면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자신 없으면 대회를 없애든가.

 

프로는 성적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약물은 스포츠의 본질을 어긋난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건 DNA의 차이는 있지만 노력과 훈련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타고난 능력을 극대화해서 경쟁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학기술과 약물이 개입한다면 스포츠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 나는 더 좋은 약물을 먹고 슈퍼맨이 된 사이클러보다는 힘겹게 인간 한계에 도전해서 승리하는 사이클러가 주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고 싶다. 약물이 정당화된다면 하루 종일 달려도 지치지 않는 로봇이나 A.I를 출전시키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약물 복용의 유혹을 끊는건 사무국의 재빠른 대처뿐이다.

 


돔의 통쾌한 마지막 결정

 

 

성과를 위해, 사이클 선수로서 마지막을 불태우기 위해 약물에 굴복했던 돔의 인생에 반전이 일어난다. 결정적인 계기는 수면 중 죽을 뻔한 경험과 소니의 죽음이었다. 돔은 거짓으로 점철된 승리보다 지더라도 깨끗한 경기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 돔은 에이스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데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 구간 우승을 차지한다. 우승을 차지한 후 돔은 의외의 행보를 보인다. 그토록 집착하던 사이클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돔은 에이스와 감독의 만류로 결국 팀으로 복귀한다. 팀의 선두를 이끄는 돔의 모습에서는 이전과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변했다. 사이클 경기에 임하는 돔의 내면이다. 돔은 더 이상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지면 지는 대로 결과를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정직하게 사이클에 임할 것. 이제 돔의 목표는 뚜렷해졌다. 사이클 선수로서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돔의 변화는 인턴이 준 사이클 인형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약물을 복용하고 몸의 이상까지 감수하며 이어온 돔의 사이클 인생은 이처럼 쓰러진 상황이었다. 
쓰러져 있는 사이클 인형을 돔이 다시 세우는 순간 그의 실제 사이클 인생도 멋지게 부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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