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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4월, 12년의 진격을 멈추는 당대 최고의 만화, [진격의 거인]

by 마인드 오프너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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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은 1억부를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만화이기도 하다.

저자 : 이사야마 하지메
출판사 : 고단샤
연재 : 소년 매거진(월간) 2009.10~


파죽지세의 12년 진격

 

2009년 10월. 무려 햇수로 12년이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이제는 아득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25살의 햇병아리 만화가가 내놓은 만화는 12년의 세월 동안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 놓았고, 제목을 딴 신드롬까지 양산했다. 언론에서 앞다투어 이 만화에 영향을 받은 트렌드를 조명하고, TV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작품 속 장면을 소재로 한 개그가 등장했다. 심지어 제목을 가지고 <진격의~>로 패러디하는 광고나 인용도 많았다. 만화 한 편이 이처럼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재패니메이션의 무서운 점인가 싶다.

 

<진격의 거인>은 작품 제목이자 주인공 엘런이 가진 거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보물을 알아보지 못한 안목

 

내가 <진격의 거인>을 알게 된 것은 5-6년 전이었다. 이따금 들리는 만화방에 갔다가 기묘한 표지를 한 신간에 끌려 펼쳐보게 되었다. 인간의 살가죽을 벗겨 놓은 듯한 거인의 모습이 그로테스크했다. 하지만 <진격의 거인>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대략 네다섯 권쯤 읽었지만 굳이 계속 읽어야 할 정도로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거인보다 더 인간과 흥미로운 대결을 펼칠 종족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착각이었다. 이 작품은 중후반으로 갈수록 세계관이나 주제의식이 더 명확하게 발동하고 있었다. 단순히 인간 대 거인의 대결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 인간 대 인간이라는 새로운 대결 구도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었다. 이걸 몰랐다니.

 

초중반까지는 인간과 거인의 대결을 그리고 있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인간과 인간의 싸움으로 변모한다.

 


즐길 ‘꺼리’가 많은 작품

 

지금 일본 만화계에서는 이 작품과 <귀멸의 칼날>을 양대 산맥으로 치고 있다. <귀멸의 칼날>은 이미 완결이 난 상태다. 일본 내에서는 <귀멸의 칼날>이 더 높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진격의 거인> 팬층이 더 두껍다. 두 작품을 모두 본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가볍게 시간을 때우면서 보기에는 <귀멸의 칼날>이 더 좋다. 만화를 시간때우기 용이 아니라 철학이나 주제를 곱씹으며 이야기 전개 방식, 스토리텔링 등까지 유심히 보는 독자라면 단연 <진격의 거인>이 좋다. 이 작품은 장르 구분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장점들을 녹여낼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제국주의, 리더십, 선민사상 등 생각해보기 좋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 속에는 인간의 탐욕, 거짓, 이기심, 선민사상, 어리석음 등이 망라되어 있다.

 


오호라! 이게 바로 통섭이로구나

 

이 작품이 전 세계를 휩쓰는 대히트를 기록한 이유는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절묘하게 버무렸다는 데 있다. 이 작품의 장르는 다크 판타지, 액션, 전쟁, 미스터리, 배틀, 괴수, 정치 등에 걸쳐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퓨전물일 경우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못 다루는 사례가 많은데 작가는 등장인물과 사건 등을 적절하게 운용하며 앞에서 제시한 복선을 뒤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놀라운 공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독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물이나 반전을 보여줌으로써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듦으로써 골수팬들을 확실하게 심어놓을 수 있었다. 거인과 인간의 계속되는 대결이 지루해질 쯤에는 거인의 정체와 거인 탄생 계기, 파라디 섬 외부 민족의 이야기로 전환하여 새로운 국면을 꾀하는 스토리텔링의 묘미도 선사한다.

 

끊임없는 미스터리와 복선,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이 이 작품을 떠날 수 없게 만든다.

 


놀라운 기록들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일본 만화사상 16번째로 판매부수 1억부를 기록한 것도, 2013년 한 해 가장 많은 구글 검색어 기록도, 서양에서 가장 인기 높은 일본 만화라는 사실도, 애니ㆍ영화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화 소식도 아니었다. 도대체 작가는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길래 불과 25살의 나이에 이런 만화를 그려낼 수 있었느냐였다. 25살의 나는 제대하고 나서 복학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내 머리는 ‘어떻게 하면 취직을 잘 해서 잘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느라 바빴다. 같은 나이에 생각하는 게 이렇게 수준 차가 나다니 아, 도대체 뭘 하고 살았나 싶다.

 

예체능은 역시나 타고나는 능력 차이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걸까.


대미는 과연 어떻게?

 

이제 한 달도 채 안 남은 결말을 앞두고 이 작품의 이야기는 절정을 달리고 있다. 오래 전 예고한 대로 자유를 갈망하던 엘런은 엘디아 인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세계 멸망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거인들을 깨워 ‘땅고르기’를 실시한다. 세계 공멸이라는 인류 최대의 위기를 맞아 파라디 섬 안쪽과 바깥쪽의 사람들이 국적을 떠나 엘런을 막는 데 전력을 다한다. 도무지 인간의 힘으로는 막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엘런과 거인들의 진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해 전 세계 독자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이 작품을 본 경험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이 작품의 결말을 예상해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이다.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명작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자니 후련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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