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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나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마인드 오프너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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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네오와 조제의 행복한 모습. 바라만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제작국 : 일본

상영시간 : 117

개봉 : 2004.10.29 개봉, 2016.03.17 재개봉

감독 : 이누도 잇신

주연 :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등급 : 15세 관람가

 


소설, 영화로 옮겨지다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는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나타내지만 원작소설에는 없는, 각색한 부분도 많다. 원작이 너무 짧은지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원작 소설에서 조제와 츠네오의 사랑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반면, 영화는 보기에 따라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츠네오를 ‘장애인 여성을 농락하고 미모의 여성과 사랑에 빠져 버린 나쁜 남자’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도입부를 자세히 본다면 원작과 살짝 과정이 달라지긴 했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아...이 우울한 모습이라니. 훈남인 츠네오와 조제 가족의 모습이 너무 비교된다. 


소설과 다른 각색 부분

 

이누도 감독은 의도적으로 영화의 몇 부분을 원작소설과 다르게 각색했다. 1. 원작에서 아름답다고 묘사된 조제가 평범한 외모로 달라졌다. 2. 원작에서는 평범한 대학생인 츠네오가 훈남으로 바뀌었다. 여자 대학생들을 다루는 데도 능숙해서 두 명의 애인을 사귄다. 그 중 한 명과는 육체 관계도 나누는 사이다. 3. 가족들에게 조제를 소개하기 위한 여행을 삽입했다. 이 여행은 결국 실현되지 않고 수족관과 모텔로 이어진다. 4. 조제와 카나에가 츠네오를 두고 연적으로서 공개 결투를 벌인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이다. 5. 결말에서 츠네오는 조제를 버리고 카나에와 함께 떠난다. 혼자 남은 조제는 휠체어 대신 전동휠체어를 타고 당당히 시장을 보러 간다. 사랑은 떠났지만 더 강해진 모습으로 세상과 맞서는 조제를 강조한다.

 

츠네오를 두고 연적으로서 공개적인 결투를 벌인 조제와 카나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다.


조제에 대한 츠네오의 감정은 무엇인가

 

필자는 이 영화가 젊은 남성의 ‘장애인 여성에 대한 동정’에서 시작해서 ‘순수한 사랑 발견’으로 끝난다고 본다. 조제에 대한 츠네오의 감정이 처음에는 ‘동정’이라고 보는 이유는 조제(이케와키 치즈루)가 평범한 외모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캐스팅은 츠네오가 조제와 함께 하게 된 동기가 외모에 혹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원작에 없는 노리코와 카나에의 존재가 츠네오의 이런 내면을 더욱 부각시킨다. 츠네오와 같은 젊은 시절에는 동정과 사랑을 구분하기 어렵다. 조제와 사귀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츠네오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책을 구해주고, 여행을 떠나고, 집을 수리해 주는 건 연인이 아니라도 가능하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츠네오와 조제가 성관계를 갖는 계기도 사랑 때문이라고 보기는 무리다. 젊은이의 혈기로도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비록 결정은 바뀌었고 이별이 예감되지만 조제는 실망하지 않는다.


동정 - 사랑 – 이별

 

조제를 향한 츠네오의 감정은 서서히 변한다. 그의 감정이 사랑으로 변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은 츠네오가 조제와 같이 1년 동안 살았다는 것이다. 쉽게 끓어오르고 쉽게 식는 젊은이의 사랑은 사강의 소설 <한달 후 일년 후>처럼 일 년이 지난 후 변한다. 츠네오의 심경은 부모님께 인사시키기 위해 조제와 떠난 여행길에서 극적으로 변한다. 츠네오는 마음을 정한 후 집에 가지 못한다고 동생에게 전화한다. 츠네오의 심경 변화를 알아챈 조제는 먼저 여행지를 바다로 바꾼다. 이별을 예감한 것이다. 조제와 이별한 후 츠네오는 카나에와 걷던 중 길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이 장면과 대사를 보고 두 사람이 이별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관객들이 많다. 여기서 결론을 내리면 곤란하다. 다시 도입부로 돌아가 보자.

 

조제와 이별하고 카나에와 떠나는 츠네오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죄책감인가, 애틋함인가.


함께 살고 있는 현재

 

도입부는 츠네오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중요한 부분이 순간적으로 지나가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츠네오는 “조제가 책을 읽었다.”라고 말을 한 후 “아, 과거가 아니지”라며 “읽는다”로 정정한다. 츠네오의 독백과 함께 헤어 스타일이 달라진 조제의 모습이 사진으로 지나간다. 두 사람이 현재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카나에와 함께 사라진 결말 뒤에 츠네오는 조제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외모로 보나, 신체 조건으로 보나, 매력으로 보나 카나에가 조제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지만 츠네오는 인생을 건 결정을 내렸다. 남녀 간 사랑이란 조건을 따져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충실한 것이라는 원작소설의 결론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츠네오의 독백이 흐르는 동안 조제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조건부 사랑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권하고픈 영화

 

‘순애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근본없는 카피로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조건을 따지는 결혼을 하라고 속삭인다. 상대의 인성이나 품격보다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어디에 신혼집을 마련하느냐가 결혼의 성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라떼는 말이야”를 남발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연 이러한 트렌드가 바람직한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차별과 왕따가 은밀한것이 비일비재한 일본에서 츠네오는 용감하게 조제를 선택했다. 모든 조건이 월등한 카나에를 선택했어도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인지상정이니까. 기혼자로서 츠네오의 용감한 결정과 사랑을 최우선으로 한 귀환을 환영한다. 비록 그가 잠시 한눈을 팔긴 했지만 오히려 그 과정을 겪었기에 조제에 대한 사랑이 더 단단해졌으리라 믿는다.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의 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츠네오가 떠난 후 조제는 강한 모습이 되어 세상과 맞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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