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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명배우들이 그려내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 스코어 >

by 마인드 오프너 2021.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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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미와 젊은 피의 대결.

 

장르 : 범죄, 드라마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24분

개봉 : 2001.11.09.

감독 : 프랭크 오즈

주연 : 로버트 드 니로, 에드워드 노튼

등급 : 15세 관람가


명배우들의 연기는 언제나 즐겁다

 

호화찬란한 대작 영화도 아닌데 캐스팅이 너무 화려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명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눈이 호강한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다. 드니로와 말론 브란도는 제집 안방처럼 편안하게 연기를 해서 오히려 연기를 잘 하는지 모를 정도고, 에드워드 노튼은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장애인을 가장해서 취업을 한 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인다. 다시 한 번 <프라이멀 피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세관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장애 청년 연기를 하고 있는 잭과 닉. 연기가 멋지다.

 


오래간만의 클래식 금고털이 범죄 영화

 

금고털이범 닉 웰즈는 빈틈 없는 범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체포되지 않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한 건을 해치우고 돌아온 닉에게 오랜 친구이자 장물아비 맥스는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 할 것을 제안한다. 무려 4백만 불이라는 막대한 대가를 제안하면서. 털어야 하는 곳이 몬트리올 세관이라는 사실을 들은 닉은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하지만 여자친구와의 은퇴 욕심에 결국 수락하고 만다. 계획을 준비하던 닉은 동료로부터 맥스가 조폭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인다. 맥스가 소개한 파트너 잭은 젊고, 적극적이지만 경험이 없어 닉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닉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대안까지 철저히 준비한 끝에 금고털이에 성공하고 배신한 잭에게 범죄 혐의까지 씌운 후 여자친구와 행복한 은퇴를 하게 된다.

 

닉은 맥스의 제안을 내켜하지 않지만 여자친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작업을 결심한다.


혈기를 잠재우는 노련미

 

극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노련미를 앞세워 항상 만반의 대책을 세우는 닉과 머리는 좋지만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교만한 잭과의 대비다. 관객들은 자만심에 가득한 잭의 행동에서 언젠가 그가 닉을 배신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감독은 매사에 꼼꼼하고, 철저하게 마무리를 하는 닉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잭의 돌발행동에 쉽게 당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지하실 금고에서 닉이 보물을 손에 넣자마자 잭이 나타나 총을 겨냥함으로써 이러한 예측은 현실이 된다. 잭은 닉을 남겨두고 서둘러 탈출에 성공하지만 정작 그가 얻은 것은 경찰의 수배뿐이다. 잭은 충분히 경찰의 의심을 피할 수도 있었다. 범행 후에도 근무를 정상적으로 마쳐야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고 닉이 조언했던 것이다. 잭은 닉의 조언을 듣지 않은 탓에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스스로를 밀어넣었다. 왕성한 혈기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미에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닉은 현장 답사와 철저한 준비 끝에 감시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보물을 꺼내는 데 성공한다.

 


중요한 건 위험이 큰 도박을 피하는 것

 

잭과 닉이 범행을 계획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우리에게 잊기 쉬운 인생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준다. 잭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묻는다.

 

“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큰 도박은 뭡니까?”

 

초보자인 잭은 완벽해 보이는 닉의 현재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결과라고 믿었다. 닉은 잭의 예상을 깨뜨리고 이렇게 말한다.

 

“ 난 지금까지 큰 도박을 한 적이 없네. 중요한 건 위험한 도박을 피하는 단련을 하는 거야.”

 

닉은 다시금 잭한테 조언한다.

 

“원하는 것을 모두 적어 놓고 25년 동안 하나씩 이루어 나가게.”

 

닉이 친절하게 조언했음에도 잭은 그 내용을 무시하고 배신했다가 스스로의 꾀에 빠진다.


대박보다 착실한 소박을 축적할 것

 

닉의 이야기는 흔히 말하는 버킷 리스트를 연상케 한다. 버킷 리스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계획, 노력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야말로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진리다. 인생에서 로또나 사업 성공을 비롯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로또는 평생에 한 번 벼락을 맞을 확률과 비슷한 확률이며, 사업은 자신만의 힘으로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 노력도 필요하지만, 주변의 도움과 운이 따라야 한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인생이 위험에 노출된다. 위험한 도박(사업이나 투기)을 하느니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소박을 여러 번 축적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닉은 그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극소수의 초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이 부풀린 성공담에 휘말려 분수를 알지 못하고 무모한 사업이나 투기를 하다가 패가망신을 하는 사람들은 귀담아 들어서 좋은 교훈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위험을 최소화할 줄 알았기에 닉은 자신이 그리던 은퇴에 성공한다.

 

※ 영화의 묘미라 할 수 있는 반전은 지금은 너무 자주 사용된 트릭이라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제작 시기가 2000년대 초인 걸 감안하면 신선한 접근이었다고 평가했을 법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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