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범죄, 스릴러
제작국 : 미국
개봉 : 2022.12.23.
상영 시간 : 139분
감독 : 라이언 존슨
출연진 : 다니엘 크레이그 외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형만한 동생 없다더라
시리즈를 만드는 제작자의 고민은 항상 같다. 속편이 오리지날보다 좋기 어렵다는 것이다. 열의 아홉은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3년만에 다시 돌아온 <나이브스 아웃>이지만 오리지날을 능가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오리지날은 ‘고택에서 일어난 사건’의 형식을 빌어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속편은 현대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향하면서도 오히려 지루하기만 하다.
폐쇄된 공간의 살인사건
억만장자 마일스 브론은 오랜 친구들을 그리스 섬에 초대한다. 주지사 클레어, 천재 과학자 라이오넬, 패션 아이콘 버디,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듀크는 각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는 인물들이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불청객은 르누아 블랑 탐정뿐이다. 마일스 브론조차 카드를 보낸 적 이 없다고 하는데 무슨 영문일까. 도대체 블랑은 어떻게 초대장을 받은 걸까? 사실 여기에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해답이 숨겨져 있다.
무슨 초대장을 그렇게 보내나요?
과유불급이라 했다. 클래식한 고전 추리극을 지향하면서 초대장은 최첨단을 지향한다. 너무나 복잡하고 현란하다. 머리 안 좋은 사람들은 오지 말라는 것인지. 듀크의 어머니는 평범한 외모와 달리 천외천의 지식과 혜안을 보여주는데 웃으라고 설정을 한 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모양새다. 가장 마음에 든 장면은 망치를 들고 박스를 부셔 버린 헬렌의 퍼포먼스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린 알렉산더 대왕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익숙한 이야기 구조, 지루한 전개
억만장자가 소유한 외딴 섬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형식은 너무나 익숙한 추리의 대상이다. 당장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정일>만 해도 이와 같은 방식의 밀실 살인 혹은 폐쇄 공간 살인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형식은 비슷하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오히려 한참 뒤떨어진다. 쉽게 갈 수 있는 방식을 굳이 물리치고 돌고 돌아 먼 길을 간다. 결정적으로 르누아 블랑의 추리는 법적 효력이 없다. 눈앞에서 유일한 물증을 날리고서야 무슨 추리가 필요하단 말인가. 마일즈 브론의 재력이라면 등장인물이 모두 불리한 증언을 한다고 해도 위증으로 몰아붙일 수 있다. 추리극인데 물증이 없는 추리극이라니.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탐정, 다니엘 크레이그
007로서 죽고 새로운 배우 여정을 나선 다니엘 크레이그이지만 아직 블랑 탐정의 연기는 몸에 익지 않는다. 어떻게든 새로운 탐정으로서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싶은 심정이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독특한 탐정 캐릭터로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사실 그 역할은 그의 연기가 할 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의 신묘한 대본이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1, 2편까지 블랑 탐정의 추리는 ‘세계 제일’이라는 명성에는 못 미친다.
글래스 어니언의 의미
제목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은 영화에 등장하는 브론의 주택에 있는 거대한 양파 모양 유리병을 뜻한다. 하지만 관점을 돌려 생각해보면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트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블랑의 입장에서 범인의 트릭을 글래스 어니언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기대가 컸지만 오리지날보다 못한 점에서 3편을 개봉한다 해도 서둘러 볼 것 같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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