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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이야기 구성은 좋았으나 너무나 지루한 전개로 자폭하고 만 도박만화, <도박타천록 카이지 원포커 편>

by 마인드 오프너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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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후쿠모토 노부유키
발매 : 2021.07.16.
완결 : 16권

 

도박전문 만화가의 작품

 

일본 만화가 중 그림을 제일 못 그리는 작가를 한 명 뽑으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가 후쿠모토 노부유키다. 만화가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로 못 그린다. 하지만 후쿠모토 노부유키는 성공한 만화가가 되었다. 작화를 포기하는 대신 매력적이고 도발적인 이야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도박 만화에 올인했다. 그 결과 다른 만화가들과는 비견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기상천외한 도박 만화들을 그려내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전략과 계략, 사기가 판치는 원포커

 

3백만 엔으로 4억 엔을 만든 카이지는 제애 그룹 회장의 2남인 카즈야와 다시 한 번 결전을 벌이게 된다. 카즈야가 무려 24억 엔이라는, 거절하기 어려운 거금을 걸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천운에 의해 100배가 넘는 거금을 번 카이지는 겁을 상실했다. 이번에도 운이 따르리라 생각한 끝에 카즈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카즈야가 제안한 게임은 원포커. 마더 소피라는 기계가 뽑아 준 카드 두 장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게임 규칙은 단순하지만 두 장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서 블러핑도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한 머리 싸움이 필요하다. 두 사람은 낮은 카드를 잡은 상태에서 높은 카드를 잡기도 하고, 기계에 내장된 비밀 장치를 이용해서 상대를 속이기도 한다.

 


 

심장이 쫄깃쫄깃, 역시 도박전문 만화가

 

도박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에는 이골이 난 작가인지라 흡인력이 대단하다.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매우 궁금하기에 일단 책을 잡으면 중간에 놓기 어렵다. 운을 과신한 나머지 추락사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동료들이 목숨을 담보로 제공한 덕분에 지옥문 앞에서 생환한다는 구성은 극적이다. 부활한 카이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베팅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카즈야를 몰아붙인다. 그 과정이 꽤나 설득력 있게 묘사되어 있어서 흥미를 배가한다.

 


 

장점을 스스로 까먹는 단점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장점을 스스로 까먹는 단점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도 비난을 받았다. 이야기 전개 속도가 황당할 정도로 느리다. 16권 연재 분량이 카이지가 하루 동안 벌인 3가지 게임(폭탄 마작, 탈출 게임, 원포커) 중 한 가지만을 다루고 있다. 만화 상의 이야기는 한나절이지만 작품을 연재하는 현실에서는 무려 5년의 세월이 흘렀다. 3가지 게임을 모두 다루는 데에는 13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어떤 권에서는 카즈야가 카이지의 카드를 보면서

 

무슨 카드인지를 고민하는 내용으로 전 페이지를 도배한 경우도 있다.  게임 상황을 카즈야와 카이지의 내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삽입함으로써 페이지를 무수하게 낭비한다. 연재분을 보는 독자들은 짜증이 치밀어 중간에 포기했을 듯 싶다.(단행본이야 보기 싫으면 넘기면 그만이니까)

 

 


허무한 결말

 

게임 과정은 나무랄 데가 없다. 속고 속이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는 카이지가 승리한다.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승부에서 패배한 카즈야의 최후(?)를 황당하게 설정해 놓음으로써 작가는 또다시 자충수를 둔다. 카즈야를 증오하던 카이지의 극적인 심경 변화의 개연성 여부를 차지하더라도 카즈야를 살리기 위해 동원한 방법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도박 만화에만 빠삭할 뿐 현실적인 다른 상황은 잘 모르는 건지, 도박 이외에는 대충 그려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 설정으로 인해 그 전까지 유지되던 긴장감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카이지의 말대로 작가가 ‘승리를 너무 확신한 나머지 도취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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