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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넷플릭스 영화. 모든 면에서 스타워즈의 다운 그레이드에 불과했던 잭 스나이더의 스페이스 오페라, <레벨 문 ; 불의 아이>

by 마인드 오프너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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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는 진정 위대했다

 

오래 전 방영한 <만달로리안>에 이어 최근에는 스타워즈의 다른 스핀 오프 시리즈인 <안다르>, <오비완> 등을 시청했다. 시청하는 내내 ‘원소스 멀티 유즈’ 정책을 시대를 앞서 실천했던 조지 루카스 옹의 선견지명을 확인하게 되었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스타워즈> 시리즈는 무척 유치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제다이는 중세 기사들의 변신이고 이들이 신봉하는 포스는 동양철학의 기(氣)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로 대를 잇는 팬덤을 양성하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은 잭 스나이더의 2부작 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 1부를 보고 바뀌었다.

 

‘스타워즈는 정말 대단한 시리즈였구나?’

 

시리즈가 벌어들인 수익이 무려 33조원에 달하는 <스타워즈>


장르 : 스페이스 오페라, SF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34분

개봉 : 2023.12.22

감독 :잭 스나이더

주연 : 소피아 부텔라

등급 : 전체가

 

배두나의 갓은 서양인들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스타워즈와 다른 게 뭔데?

 

<레벨문>은 전방위적으로 <스타워즈>의 아류작이다. 시대 배경을 자막으로 처리하는 방식,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마더월드에서 발리사리우스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는 현실, 우주 곳곳에서 반란군이 마더월드에 저항하는 구성은 <스타워즈> 표절에 가깝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제국 변방인 벨트 행성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유사하다. 신드리 촌장이 다스리는 농촌 마을에 노블 제독의 부대가 나타나면서 주인공 코라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코라가 자의 반 타의 반 우주로 떠나는 이유는 마더월드와 싸우기 위한 저항군 모집이다. 이 정도면 이 영화를 굳이 볼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다. <스타워즈>와 다른 점을 찾기가 더 힘들다.

우주를 지배하는 마더월드의 우주선.


호흡 조절의 명백한 실패

 

<레벨문>은 2부작이다. 1부인 <레벨 문 ; 불의 아이>만으로 판단하자면 명백한 호흡 조절의 실패다. 영화가 반환점을 돌았는데 주요 등장인물과 사건 배경 소개만 끝났을 뿐이다. ‘스페이스 오페라’로 기획한 작품을 나머지 두 시간 남짓한 2부로 끝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다면 애초부터 이 영화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아니었다는 증거가 된다. <스타워즈>를 떠올려 보라. 조지 루카스 감독은 처음부터 9부작 시리즈를 구상했고 당시 기술로 실현 가능한 작품부터 만들었다. 호흡이 긴 스페이스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다면 처음부터 8부작 이상의 드라마로 기획을 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1부에 1.6억 달러를 썼다고 하니 제작비 여건 상 무리였다. 감독판을 별도로 제작한다는데 오바다. 본편이나 잘 만들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야지.

2부작인데 1부에서 등장인물 소개만 하고 끝날 여유가 있을까...도대체 어쩌려고.


빈곤한 상상력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영화 최대 약점은 <스타워즈>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다. 이야기가 전개되어도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다. 결정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스타워즈>에는 제다이를 대표하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악을 대표하는 다스 베이더, 이 둘 사이에서 자유롭게 우주를 떠도는 한 솔로가 있다. 루크와 다스 베이더가 부자라는 비밀이 밝혀지며 팬들의 반응은 폭발했다. 덕분에 “I’m your father.”는 거의 전설이 되었다. <레벨문>의 히로인 코라(소피아 부텔라)는 개인 플레이에 치중할 뿐 일행을 이끄는 리더십도 매력도 현저하게 부족하다. 극과 캐릭터가 영화 속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건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과 각본의 문제다.

1부에서의 코라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흥미롭지도 않다.


설득력 없는 상황 전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전환의 설득력이 부족하다. 노블 제독은 코라의 마을에 도착해서 시장가의 3배를 주고 곡식을 사겠다(굳이?)고 제안하다가 촌장을 죽이고 약탈을 공표한다. 노예생활을 하던 타라크 왕자가 키메라 비슷한 거대 괴조를 길들이는 장면은 의문부호만 자아낸다(이 장면이 도대체 왜 필요한가?). 발리사리우스 장군은 노블 제독에게 “코라야말로 우주에서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존재”라고 설명하지만 근거는 없다. 어린 시절 발리사리우스 장군의 손에 이끌려 제국군 장교가 된 후 약탈과 살인을 밥 먹듯 했던 코라가 왜 갑자기 제국을 배신했는지도 모호하다. 감독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시청자들은 답답해 죽는다.

곡식을 약탈하면 될 일을 굳이 싯가의 몇 배나 주고 사겠다고 한 후에 변심하는 이유는?


긴장감 없는, 맥 빠진 액션 연출

 

각본도 빈약하고, 캐릭터도 매력 없고, 상황도 설득력이 없다면 남은 카드는 액션 한 가지뿐이다. 스페이스 오페라답게 거대한 함선 간 대결이 펼쳐지고 제국군과 저항군 간의 전투가 실감나게 펼쳐져야 마땅하다. 코라 일행의 전투 장면은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다. 요새 영화치고 보기 드물게 속된 말로 ‘구려서’ 못봐 줄 정도다. 함선끼리의 전투 액션도 <스타워즈>의 저항군 주력기인 엑스윙 스타파이터와 제국군의 타이 전투기가 벌이는 공중전과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다. 스페이스 오페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실현되지 않는 법이다.

요새 영화답지 않게 액션이 영 구리다.


주구장창 반복되는 슬로우 모션

 

이 영화에서 가장 지루하고 짜증났던 장면이다. 툭하면 슬로우 모션이다. 특정 장면을 강조하려면 아끼고 아끼다 결정적인 순간에 써줘야 약발이 먹히는 법이다. 실력 모자란 감독들이 부족한 연출력을 감추기 위해 애용하는 슬로우 모션을 연륜이 차고 넘치는 감독이 왜 남발했는지 모를 일이다. 슬로우 모션의 남발은 시청자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지루함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 잭 스나이더 감독과 같은 베테랑이라면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했다.

별 의미도 없는 장면에서 반복되는 슬로우모션. 오우삼이냐?


딱히 2부가 기대되지 않는 1부

 

2부작으로 구성된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성패는 전편의 완성도가 결정한다. 최동훈 감독의 기대작 <외계+인> 1부가 혹평의 포화를 맞은 후 2부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추락했던 사실을 떠올려보라. 2부는 그나마 낫다지만 박평식 평론가에 의하면 ‘엎지른 물 주워담기’에 불과하다. 출발이 잘못된 영화를 나중에 바로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레벨문>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전망이다. 시청자 평가를 보니 필자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 평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감독의 과대평가론까지 등장 중이다. 제작비가 1.6억불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동감한다. 이래저래 2부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저항군 모으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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