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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이순신 시리즈 3부작의 막을 내리며 ; <노량 ; 죽음의 바다>

by 마인드 오프너 2024.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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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는 어색하지 않다.

김한민 감독의 대표작이 될 <이순신 3부작>

 

콘텐츠를 만드는 분야에 몸담고 있다면 공통적인 바람이 있다. 최소한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대표작 하나 정도는 남기고 싶다. 운과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가능한 일이나 현실적으로는 극히 소수만 이룩할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김한민 감독은 무척 운이 좋은 편이다. 일생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으니 말이다. 이순신 장군 3부작이 <노량 ; 죽음의 바다>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감독으로서는 시원섭섭한 심정일 것이다. 극을 자세히 보면 감독이 시리즈에 얼마나 몰입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포스터, 뻔하지 않아서 좋다.

 

장르 : 액션, 사극, 전쟁

상영시간 : 153분

개봉 : 2023.12.20

감독 : 김한민

주연 : 김윤식

등급 : 12세 이상


왜군 처리를 놓고 갈등하는 조명 연합군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조선에 있는 왜군에게 퇴각령이 전달된다. 남해에서 이순신의 포위망에 갇혀 있던 고니시 유키나가는 진린 총사령관에게 뇌물을 써서 탈출을 꾀하려 한다. 진린은 이순신을 불러 물러날 것을 종용하나 이순신은 단독 출병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물리지 않는다. 진린은 할 수 없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으로 조선 해군과 왜군의 전투를 방관한다. 고니시를 도우러 온 시마즈 군의 결사적인 전투 모습을 본 진린은 그제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참전한다. 바다에 2만 명 이상의 왜군 목숨을 남기고 도망쳐야 했던 왜군의 참혹한 흑역사를 기록한 노량 해전이 펼쳐진다.

이순신은 진린의 설득과 회유에도 전투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언어를 살려야 리얼리티가 산다

 

영화 초반은 지루하다. 감독이 개연성과 몰입성을 강화하기 위해 판을 까는 예열 단계이기 때문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과 고니시의 탈출 작전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충분한 가치가 있다. 대사 암기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각국 장수들이 모국어를 쓰면서 리얼리티를 살려준다. 덕분에 배우들의 연기에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부여되며 몰입감마저 제공한다. 알고도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배우들의 노고와 감독의 타협 없는 고집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 중, 일 각국 등장인물들이 모두 해당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리얼리티 제고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


다양한 전투 유형으로 해전의 재미 극대화

 

전쟁 영화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피와 살이 난무하는 치열한 전투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순신 군과 시마즈 군이 벌이는 노량해전이 압권이다. 야간 전투지만 사전에 각군 함선의 모양과 깃발 모습을 명확히 구분한 세심한 배려와 각군의 전술, 움직임 등을 잘 잡아낸 덕분에 피아를 구별하기엔 어렵지 않다. CG로 구현한 왜군 함선 500척을 내려다보는 장면은 웅장함과 규모감을 선사한다. 거북선이 앞장서는 돌격전, 현대의 다련장 로켓이라 할 수 있는 신기전을 이용한 공격은 박진감을 더한다. 당시 사용하던 다양한 총통과 조총을 이용한 원격전, 상대방 배로 건너가 벌이는 백병전 등이 조화를 이루며 해전의 살벌함과 현장감을 가감없이 전한다.

야간전투이지만 오히려 긴박감과 몰입도가 상승한다.


구국의 영웅을 위한 노골적인 의전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 중에 적의 총탄에 사망한다. 결말이 이미 드러나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이 장면을 어떻게 묘사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이 알려져 있으니 과장도 불가능하다. 사실대로 가자니 밋밋하다. 수없이 고민한 결과는 전투 중 사망한 부하들과 아들을 회상하는 장면, 슬로우 모션, 북을 치는 이순신의 대리인 등으로 연이어 나타난다. 최상은 아니나 감독의 의도를 알기에 차선이라고 하고 싶다. 시리즈가 아닌 단편이라면 결말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3부작이기에 뻔한 단점을 감수하며 밀어붙였다. 불세출의 영웅에게 바치는 감독의 헌사라 하겠다.

우리 역사를 대표하는 인물을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않겠는가.


왜 각기 다른 이순신이었을까

 

이순신 시리즈에서 정말로 아쉬운 점은 이순신을 왜 각기 다른 배우로 기용했는가이다. <명량>은 최민식, <한산>은 박해일, <노량>은 김윤식이다. 이순신의 생애를 연대기 형식으로 그리고자 했다면 이해가 가지만 중년 이후의 삶과 전쟁을 그리고자 했다. 그렇다면 배우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낙점하는 게 맞다. 다른 시리즈처럼 <명량>의 흥행이 결정된 이후에 후속작을 기획했던 영향 탓일까? 그야말로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최민식이 주연한 3부작이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임팩트가 강하고 관객들의 뇌리에도 더 오래도록 남지 않았을까.

 

선이 굵은 최민식이 이순신 시리즈의 주역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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