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문화

넷플릭스 드라마. 출구 없는 미로를 한없이 헤매다 나온 기분, <경성크리처>

by 마인드 오프너 2024. 2. 18.
반응형

좋은 재료를 넣었다고 저절로 요리가 되진 않는다

 

요리는 좋은 식재료가 좌우한다. 하지만 좋은 식재료를 넣었다고 해서 명품 요리가 저절로 탄생하지는 않는다. 요리사의 솜씨가 서투르면 아무리 좋은 식재료를 많이 넣어도 분식만도 못한 요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요리사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아닌가. 요리를 영화라고 한다면 감독은 요리사이다. 식재료를 공급하는 사람은 시나리오 작가로 보면 되겠다. 여기서 감독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를 전달해도 상황과 캐릭터, 배우들에 따라 감독이 연출을 하지 않으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없다. 넷플릭스 영화 <경성 크리처> 시즌 1은 좋은 재료들로 가득하지만 완성된 요리는 재료 값이 아깝다고 느낄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포스터가 아깝다.

 

장르 : 공포, 드라마, 괴수

공개 : 2023.12.22

방영 : 넷플릭스

러닝타임 : 692분

구성 : 10부작

연출 : 정동윤

출연 : 박서준

등급 : 15세관람가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잡탕밥 대령이오!

 

일본 본토에서 연락을 받고 만주 일본 기지에서 탈출하면서 가토는 새로운 생명체의 기반이 될 기생생물들을 가져간다. 이 생명체, 나진은 숙주의 몸에 침입하면 뇌를 차지하여 숙주를 괴물로 변화시킨다. 가토와 경성의 옹성병원장은 이 괴물을 패색이 짙은 전쟁을 뒤집기 위한 생물무기로 활용하고자 하지만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실패한다. 금옥당 대주 장태상(박서준)과 토두꾼 채옥(한소희)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기로 합의한 후 옹성병원에 잠입하여 일본군의 욕망이 만들어낸 괴물을 만나기에 이른다. 시놉시스만 보면 무척 흥미로운 줄거리인데 이야기를 잘라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장면들을 짜깁기한 느낌이 강하다. 가토의 탈출과정은 731부대 이야기, 장태상과 채옥의 이야기는 독립운동가, 괴물의 탄생은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기시감이 호기심을 압도한다.

남녀 주인공은 크리처와의 대결이 아니라 다른 일 하기에 바쁘다.


몰입감 떨어지는 조연 같은 주연

 

90분 내외의 영화로 만들어도 되는 작품을 굳이 10부작 드라마로 만든 이유는 펼쳐내려는 이야기를 의도한 대로 서술하고 싶은 감독의 욕심 때문이다. 692분. 일반 영화의 7배가 넘는 상영시간을 확보했으니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게 최선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했는데 짜임새는 사라지고 이야기는 늘어지며 캐릭터들 별로 분량 나눠먹기가 고작이다. 남녀 주인공은 어쩌다 한 번씩 등장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끌려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날고 기어야 할 장태상이 기억나는 장면은 늘 누군가에게 맞고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 뿐이다.

이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는 도대체 왜?...


'크리처 영화'라고 해서 봤는데?

 

이 작품을 굳이 본 이유는 크리처물이라는 특징 때문이었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크리처물이라니 신선하다 싶었다. 아마도 많은 크리처물 팬들이 같은 이유로 이 영화를 선택했을 것이다. 달리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태상과 채옥 그리고 나진이 창조한 크리처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크리처라는 소재를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야기는 독립운동가와 일본군의 대립, 실종된 인물 찾기 등으로 삐딱선을 탄다. 그나마 등장할 때에도 일본군에겐 사정없이 살육의 촉수를 뻗는 반면 조선인들에게는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모습을 비슷하게 참고했으면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에서 크리처들을 어떻게 활용했는지까지 마저 참고했어야 했다.

나진이 만든 크리처는 딱히 새로울 게 없다. <바이오 하자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선택과 집중의 의미 되새겼어야

 

영화나 드라마는 시선으로 연주하는 악보와 같다. 대중가요나 클래식을 잘 들어보면 알겠지만 어떤 음악도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귀에 착 달라붙는 멜로디를 갖지는 않는다. 도입부가 있고 고조기가 있으며 절정을 넘어선 후 해소기를 갖는다. 곡 전반에서 단 몇 소절이라도 귀에 착 붙어서 흥얼거리게 만들 수 있다면 히트곡이 되고 레전드가 되는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쉬어가는 부분이 있으면 그 다음에는 밀도 높게 액션을 몰아넣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해소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관객들을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묘(妙)다. 이 영화는 밋밋하다. 고조되지도 긴장되지도 해소되지도 않는다. 전개만 반복한다.

살벌한 표정이지만 고작 이 정도 위력의 괴물로 전쟁의 승부를 돌리려 하다니 돌았니?


연출과 작가는 싸웠어야 했다

 

각본을 쓴 강은경 작가는 나름 유명한 작가다. 한국 드라마를 전혀 안 봐서 이 작가가 쓴 작품을 하나도 모르지만 경력도 충분하고 좋은 드라마의 대본을 많이 쓴 작가가 이번에는 왜 기대 이하의 대본을 썼을까. 오리지널이 연출의 손에서 많이 수정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연출과 작가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치열한 다툼과 언쟁을 불사해야 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합의에 의해 나온 결과인지, 한쪽의 수정 요구에 의해 많이 각색이 된 결과인지 알 수 없으나 이 바닥에서 이 정도 짬이 되는 두 사람이 이 대본대로 찍을 경우 야기할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의아할 뿐이다.

크리처 이야기도 해야 하고, 독립군 이야기도 해야 하고, 로맨스도 그려야 하고, 일본군도 이야기하고 바쁘다 바빠...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