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대를 무려 3천년이나 앞서간 작가가 있습니다. 대서사시 <일리아스>를 쓴 호메로스입니다. 그는 8세기 경 그리스와 트로이가 벌인 10여년과 51일 간의 전쟁 이야기를 흥미로운 대서사시로 묶어 냄으로써 ‘서양 문학의 시발점’이라는 명예를 얻었습니다.
지금 읽으면 호메로스의 두 작품(일리아스와 오디세이)은 사실 독자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철학자들과 작가들과 전문가들의 격한 칭찬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지금 시대와 3천년 전을 비교해 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오리지널리티라는 정체성입니다.
<일리아스>가 탄생한 시대는 변변한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구전신화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엄청난 이야기가 등장했으니 인기가 없으면 이상한 겁니다. <일리아스>는 그리스 시대를 거치면서 서양문학의 근원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른 시대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져나옵니다. 살벌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작품들은 시장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친 것들입니다. 우리는 더 자극적이고, 더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대합니다. 그리스, 중세 시대 작가들이 일리아스를 보고 느꼈던 놀라움을 느끼기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일리아스>는 당시로서는 독보적인 존재감도 대단하지만 완성도가 현대 콘텐츠 기준으로 봐도 손색 없을 정도라는 사실이 더 대단합니다. 영웅, 우정, 미녀, 로맨스, 신, 인생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풍부합니다.
고전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읽힙니다. <일리아스>는 무려 3천년 동안 스테디셀러로서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오디세이>와 함께 시간이 없더라도 짬을 내서 꼭 읽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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