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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호주 원주민들에 대한 백인 탄압의 보여주기에 그친 반쪽 스릴러, <나이팅게일>

by 마인드 오프너 2021.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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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실제 영화보다 훨씬 낫다. 포스터의 홍보 문구를 보고 영화를 그대로 기대하면 곤란하다.

장르 : 드라마, 모험, 스릴러
제작국 : 오스트레일리아
상영시간 : 136분
개봉 : 2020.12.30.
감독 : 제니퍼 켄트
주연 : 샘 클라플린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누적관객 : 13,254명(01.11 기준)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영화

 

어떤 창작 콘텐츠이든 명확한 콘셉은 필수다. 콘셉이야말로 감독이나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내용의 핵심이며 관객이나 독자, 시청자가 해당 콘텐츠를 고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는 명확한 콘셉이야말로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실제로는 콘셉이 없다시피 하거나 모호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혹자들은 다양한 표현 방법을 보여주는 게 좋은 콘셉이라고 착각한다. 천만의 말씀. 콘셉은 단일해야 하고 명료해야 한다. 콘셉의 부재는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들 뿐이다. 작년말 개봉했던 <나이팅게일>은 콘셉이 흐릿한 영화다. 표면적으로는 ‘가족을 잃은 여인의 복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보노라면 ‘아니올시다’이다.

 

스틸 사진들은 모두 '가족을 잃은 여인의 잔혹한 복수극'을 콘셉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표현, 복잡한 메시지

 

좋은 영화의 메시지는 단일하며 일관성을 갖는다. ‘복수’나 ‘영원한 사랑’, ‘부성애’, ‘민완첩보원’ 처럼 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다. 메시지는 하나이지만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표현 방법은 다양해야 한다. 액션 영화라면 리얼리티가 강조된 CG가 필수고, 스릴러라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조여주는 빈 틈 없는 각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재미가 생긴다. <나이팅게일>은 거꾸로 간다. 표현은 지루하고 건조한데, 메시지만 복합적이다. 가족을 잃은 여인의 복수, 호주 원주민에 대한 백인의 약탈과 인종차별, 아일랜드인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멸시와 비하 등이 동시에 전개되지만 표현은 대화로 이루어진다. 산만해지기만 하고,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이유다.

 

복수극의 실제 집행자는 길 안내를 맡은 원주민이다. 


홍보 따로, 영화 따로

 

이 영화가 당혹스러운 이유는 또 있다. 영화의 홍보 문구가 가리키는 곳과 실제 영화가 지향하는 곳이 다르다. 영화 포스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레버넌트>처럼 강렬한 복수극을 연상시킨다. 여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여전사처럼 보인다. 막상 뚜껑을 열면 포스터 속의 여주인공은 종적이 묘연하다. 남편과 아이의 시신 앞에서 이를 갈며 맹세한 그녀의 복수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와르르 부서져내린다. 정작 그녀가 원하던 복수는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제 3자가 대신한다. 맥 빠진다. 이 영화가 외국 언론들의 화려한 찬사와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실패한 이유다.

 

때로는 스틸이 거의 전부인 영화들이 있다. 


일말의 동정도 가지 않는, 내로남불형 여주인공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건질 것이 있다면 호주의 식민지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거다. 호주는 원래 영국이 본국의 범죄자들을 가두던 ‘격리감옥’이었다. 그 과정에서 영국인들은 호주 원주민들을 탄압했고, 각종 질병을 옮겨왔으며, 동물들을 멸종시켰다. 영화 속에서 영국군들은 죄수들을 물건처럼 취급하고 흑인인 원주민들을 벌레처럼 생각한다. 아이러니한 건 죄수들도 원주민들을 똑같이 차별한다는 점이다. 본인들이 차별을 받으며 겪는 억울함이나 괴로움을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래서 여주인공이 폭행당하고 가족들을 살해당해도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내로남불도 이정도면 불치병이다. 죄수의 신분을 벗으면 그녀도 영국인들처럼 원주민을 탄압하고 차별할 백인에 불과했다. 공감과 동정을 얻고 싶었다면 적어도 ‘동병상련’의 뜻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영국군들은 아일랜드 죄수를 물건처럼 취급하고, 아일랜드 죄수들은 흑인들을 벌레 취급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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