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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자만이었을까, 자멸이었을까, 보스턴 갱단 두목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느와르, <블랙매스>

by 마인드 오프너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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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액션, 범죄, 드라마

제작국 : 미국

제작년도 : 2015

상영시간 : 122분

감독 : 스콧 쿠퍼

주연 : 조니 뎁, 조엘 에저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다른 배우들 캐스팅도 화려하지만 백미는 역시 조니 뎁이다.


Based on True Story...

 

이 영화는 미국 보스턴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갱 조직 두목 ' 제임스 화이티 불저'의 실화를 다룬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느와르 풍을 강조하기에 내용이며 분위기가 무척 어둡고 진지하다. 불저(조니 뎁)는 FBI와 제휴한 이후 FBI의 지인을 통해 정보를 빼돌리고, 경쟁 조직을 제거하며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세력을 넓혀가는 중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은 모조리 제거하는 잔인함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나름 법치 체제가 확립되어 있다는 미국도 지역 연고와 혈연이 얽힌 네트워크를 통해 허물을 무마하는 행태가 존재하는 걸 보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진리를 재확인한다.

 

밀고자나 경쟁자는 잔혹하게 처리했지만 일반인에게는 매우 친절한 이웃이었다는 게 불저의 특징이다.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

 

어느 나라나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들은 비공식적으로 다양한 부문에 정보원을 둔다. 이들이 물어다주는 정보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받거나 언더커버로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사건 해결이 곧 출세의 척도인 상황에서 유능한 정보원을 확보하는 건 수사관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희망사항이다. 이탈리아 갱조직을 수사하기 위해 보스턴에 부임한 FBI 요원 존 코널리(조엘 에저턴)도 그런 유형이었다. 존은 어린 시절 마을 친구인 불저에게 정보원이 되어줄 것을 제안한다. 불저는 그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경쟁 조직을 박살내줄 것을 부탁한다. 불저가 대박 정보를 제공하면서 존의 위상은 팀 내에서 크게 올라간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저가 범죄를 계속 저지르며 FBI의 용의자 목록에 오르자 존은 궁지에 몰린다. 존은 불저를 비호하기로 하고, 자료를 허위로 가공하고, 기밀을 누설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끝에 40년 형을 받고 투옥된다. 악을 가까이 하면 자신도 악에 물들 수밖에 없다는 고사성어(近墨者黑 近朱者赤)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빌 불저(베네딕트 컴버비치)와 존 코너리(조엘 에저튼)은 불저와 형제라는 이유로, 친구라는 이유로 가까이하다가 신세를 망친다.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는 영화

 

‘미국’하면 아메리카 드림을 연상하게 되지만 이 나라의 치안 상태는 기대 이하다. 미국 거주인들이 올린 유튜브만 보더라도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차에 귀중품이나 노트북을 놓고 내리는 건 훔쳐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위험의 근원은 자유로운 총기 소지와 마약이다. 이 두 가지만 근절해도 미국의 사건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영화에서 불저의 명령을 받은 그의 부하들이 사람들을 대낮에 아무렇지 않게 쏴 죽이는 걸 보면 미국 이민에 대한 생각이 깨끗이 사라진다. 각색을 감안하더라도 불저가 11명 이상을 청부살인 혹은 직접 죽인 건 사실이니 한국보다 미국의 치안이 부실하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각색이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대낮에 아무에게나 총맞고 죽을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영화는 불저가 크게 변화한 계기를 두 가지로 꼽는다. 의사의 잘못된 처방으로 아들이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과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조직을 경영한 방식으로 볼 때 불저는 독재적이지만 머리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두 사건 이후 그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아무리 존이 그를 비호해도 범죄가 도를 넘어서면 FBI가 조사를 시작하리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불저는 FBI가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범죄를 저질러서 스스로 파멸을 택한 게 아닐까? 불저가 파멸하면서 그를 비호했던 FBI의 존과 모리스도 같이 파멸한다. 권력이 하늘을 찌를 듯해도 오래갈 수 없다는 옛말을 잊은 대가라 하겠다.

 

불저는 독불장군 식 조직 운영을 하다가 선을 넘음으로써 치명적인 파국을 맞는다.


느와르를 지배하는 ‘캐리비안의 해적’

 

이 영화의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시종일관 이끌어가면서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 인물은 단연 조니 뎁이다.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높낮이 없는 무심한 음성으로 부하들과 FBI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가위손>과는 천양지차다. 코믹하고 방정맞은 해적의 내면에 이토록 냉혹하고 무시무시한 캐릭터가 숨어 있었나 싶다. 방탕한 사생활만 아니라면 오래도록 톱 배우의 자리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인데 어찌될지 의문이다. 조니 뎁 이외에도 조엘 에저튼이나 베네딕트 컴버배치, 케빈 베이컨, 다코타 존슨, 코리 스톨, 제시 플레먼스 등 연기로는 어디 가도 아쉽지 않은 배우들이 조연으로 영화를 빛낸다.

 

조니뎁의 카리스마도 장난아니지만 조연들이 모두 한가닥 하는 연기자들이라 영화가 더욱 빛난다.


여러 문제에도 미국이 선진국인 이유

 

불저의 천하는 다양한 루트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은 FBI의 합동조사로 파국을 맞는다. 불저의 부하들은 양형 거래를 통해 5년~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불저는 보스턴을 떠나 도피에 성공했지만 12년 후 캘리포니아에서 익명의 제보로 체포됐다. 그는 11건 이상의 살인사건 혐의로 무기 징역을 두 번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러한 법 집행이야말로 미국이 다양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미국에서도 권력과 돈을 가진 이들이 법망을 빠져나오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여론을 거슬러가며 무조건적인 사면을 받지는 못한다. 판사는 재판 주관만 하고 검사들은 증거 위주로 재판에 임하며 판결은 배심원들이 내리기 때문에 비리가 끼어들기 어렵다. 돈과 권력이 있는 이들이 전관예우를 활용하거나 심신 미약 등의 이유를 드는 로펌들의 비호를 받아 십중팔구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우리 실정과는 대조적인 장면이라 부럽기만 하다. 이런 좋은 영화를 사법부 정신교육자료로 이용하지 않고 뭐하는 건가.

 

불저는 체포를 피해 도망치는 데 성공했지만 12년 후 캘리포니아에서 잡혀 두 번의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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