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문화

의미 없는 액션 & 머리 나쁜 캐릭터의 대환장 파티. <더 큐어(The Cure>

by 마인드 오프너 2021. 1. 4.
반응형

포스터는 매우 그럴 듯 하다.

장르 : 액션
제작국 : 미국
개봉 : 2020.5.15.
상영시간 : 37분
감독 : Ahmet Atalay
주연 : Mashood Alam


좋은 콘텐츠는 의문을 해결한다

 

잘 만든 영화, 소설, 광고는 보는 이에게 재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의문을 남기지 않는다. 의문이 남으면 몰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좋은 평가가 나올 수 없다. 능력 있는 감독들은 분위기나 인물 설정에 의심의 여지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무능하거나 디테일이 부족한 감독들은 반대다. 구성에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도 애써 외면하거나 아예 무시한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괜찮을 거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가령 F-35 전투기로 지상 요원 한 명을 추적, 공격한다는 발상은 전혀 공감되지 않을 뿐더러 의문만 양산한다.


액션 영화에서 액션만 좋으면 O.K?

 

단편영화 <큐어>를 보고 나면 장점은 두 가지만 남는다. 화려하다 못해 과해 보이기까지 한 액션과 포르쉐다. 액션은 그야말로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영화, 심지어 마이클 베이의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액션 씬이 폭발한다. 저게 가능할까?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게 할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액션 연출의 중심에는 카체이싱이 있다. 전체 러닝타임의 절반을 카 체이싱에 할애한다. 그 과정에서 압도적인 자태로 등장하는 게 포르쉐다. 포르쉐의 협찬이나 후원을 받았으리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정도다. 카 체이싱도 분노의 질주와 맞먹을 정도로 화려하다. 여기까진 좋다. 단점은…불행하게도 장점의 배나 된다. 이 영화에는 머리를 쓸 줄 아는 등장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특수부대원이 이 정도 거리에서 표적을 못 맞춘다는 것도 우습거니와 미리 매복을 해서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건 더 웃기다.


사건의 개요

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이 개발된다. 연구 담당자는 백신을 운반하다가 적대국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하고 백신을 빼앗긴다. 헤드쿼터의 작전 책임자는 특수부대원인 노아와 다른 팀을 시켜 백신 회수를 명령한다. 그토록 중요하다는 백신을 운반 중인 테러리스트는 혈혈단신(?)이다. 작전을 거창하게 할 필요도 없다. 특수 부대 1개 분대면 간단하게 정리될 일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걸 그대로 보여준다.


 왜  작전을 크게 키웠을까

 

책임자는 작전팀을 다섯 팀으로 나눈다. 1. 노아는 현장에 투입되어 목표의 길목을 막는다. 2. 포르쉐를 모는 리퍼는 목표를 차로 막거나 사살한다. 3. 지프 팀은 리퍼를 지원한다. 4. 트럭을 탄 백업 팀은 대기한다. 5. 하늘에서는 F-35가 대기한다.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을 쓰는 꼴이다. 다섯 팀이 필요없다. 외진 2차선 굴곡 도로이기에 노아와 리퍼 두 명만 매복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다. 간단한 일을 어렵게 하는 것도 재능인가?

 

쉬운 작전을 무척이나 어렵게 만드는 장본인. 


리퍼(포르쉐 운전자)는 장님?

 

포르쉐를 운전하는 리퍼는 목표가 탄 BMW를 쉽게 따라잡는다. 당연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접지력과 핸들링 성능을 자랑하는 911 아닌가. 헌데 BMW를 옆에 놓고도 운전자를 못 맞춘다. 족히 수백 발을 갈기는 데 BMW 운전자는 상처 하나 없다. 세계 8대 불가사의에 오를 일이다. 혹시 편집 분량을 늘리려는 잔머리?

 

평행으로 달리고, 뒤쫓아서 달리면서 쏴도 테러리스트는 단 한 발도 맞지 않는 신공을 보여준다. 군 면제인가?


지상의 인간을 굳이 F-35로 제거하려는 이유는?

 

숲 속의 인간을 시야가 가려진 하늘에서 제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항공기가 헬기가 아니라 초음속 전투기라면 명령권자를 문책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책임자는 지상에 1개 분대 이상의 병력 4팀이 대기 중인데도 굳이 F-35 조종사를 위협하여 노아를 추적한다. 제정신이냐. 항공유 값도 안 나온다.

 

지상 부대 놔두고 보병 1명 죽이기 위해 F-35를 출격시키는 위엄. 역시 천조국!!!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로 포르쉐를 딴다고?

 

리퍼가 목표를 제거한 후 적의 지원부대가 출동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15대 규모의 대부대다. 중무장을 한 적이 달려오고 있는데도 리퍼는 서둘지 않는다. SUV가 포르쉐를 딸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방심은 화근으로 돌아온다. 에스컬레이드는 튜닝이라도 한 모양인지 구절양장의 도로에서 포르쉐를 너무나 쉽게 따라잡는다. 실제로 이렇다면 모두 SUV를 사야겠다.

 

와인딩 도로에서 대형SUV가 포르쉐를 따라잡는 기적이 일어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액션장면을 찍어야 하니까!!!! 순서가 잘못되었다.


백신을 전 세계에 나눠주는 게 왜 문제일까?

 

책임자는 백신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에 노아를 제거하라고 명령한다. 이상하다. 전 세계인을 구하면 영웅이 될지언정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노아를 죽이고, F-35 조종사를 협박하고, 작전에 투입된 부대 간의 자중지란으로 책임자가 해고될 걸 걱정하는 게 먼저다.

 

임무 중인 조종사가 사망 위기에 처했는데도 작전을 하라는 지시는 처벌감 아닌가?


책임자는 진정 돌대가리인가?

 

노아가 백신을 탈취하자 책임자는 그때까지의 입장을 바꾸고 협상을 제안한다. 미쳤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노아가 허락할 것 같은가? 책임자를 연기한 배우도 대사를 읊으면서 속으로는 대본과 연출을 비웃었을 것 같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부하 대원을 똥개 훈련시키며 엿먹였으면 이 정도 후폭풍이 올 줄은 알았어야지...

 

<큐어>는 영화라고 하긴 어렵겠다. 차라리 영화의 홍보 동영상을 보는 느낌이다. 37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내기보다는 강렬한 임팩트로 관객의 기억 속에 남을 액션만 추구한다.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구성해서 관객에게 흥미와 공감대를 주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액션 그 자체만 보고 즐길 것이라면 만족할 것이요, 긴 호흡의 합리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알고나 보자.

 

 

 

 

[  ★★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