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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현실감 제로의 서바이벌 낭만 판타지, <불도저에 탄 소녀>

by 마인드 오프너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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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식당>처럼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와 군상을 너무 만만하게 그려놓았다.

 


장르 : 드라마

제작국 : 한국

상영시간 : 112분

개봉 : 2022.04.07.

감독 : 박이웅

주연 : 김혜윤

등급 : 15세 관람가

 


 

어쩔 수 없이 불량청소년이 된 소녀

 

여기 발칙하고 두려움 없는 소녀가 있다. 그녀의 생활 신조는 “그냥 당하지 않겠다”이다. 소녀의 이름은 혜영. 팔에는 용 문신을 새기고 있고, 입만 열면 욕을 퍼붓고, 어른들에게 존경심을 보일 줄 모른다. 불량소녀나 다름없다. 그녀를 섣불리 판단하는 건 이르다. 그녀를 둘러싼 상황을 보면 그녀의 태도가 이해가 간다. 무능한 데다 고집불통인 아버지는 뇌사상태에 빠져 있고, 집과 가게는 넘어갔으며, 하나뿐인 남동생을 돌봐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살기 위해서라도 불량소녀가 되야 하지 않을까?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듯이 하는 혜영. 다 사정이 있다.

 

 


 

카타르시스는커녕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 아빠의 사고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과 집을 나가달라고 하고, 돈을 갚으라는 빚쟁이들의 외침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는다. 누구 하나 의지할 데 없는 혜영은 마침내 꾹꾹 눌러담았던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 절정은 아버지에게 중국집 부지를 빌려주었던 건설회사 사장의 집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행동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는커녕 슬프기만 하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행동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무능하다 못해 사고만 치고 의지할 데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혜영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기득권은 생각보다 강하다

 

현실 세계에서 갓 청춘이 된 소녀가 기성세대에 대항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더구나 사법계와 경검찰과 연계된 기득권의 힘은 상상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심지어 힘 있는 사람조차도 기득권들의 네트워크에 말리면 단번에 무너질 정도다.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당한 과정을 떠올려보라.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영화 속 혜영의 행동은 너무 과장되어 있다. 빚쟁이들과 건설사 사장이 혜영의 행동에 쩔쩔 매는 모습은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조종되고 있는 것처럼 작위적이다.

 

건설회사 사장이자 차기 정치인이라면 혜영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현실감 제로에 좌절

 

관객이 느끼는 좌절감과 피로는 결국 주인공인 혜영의 설정 오류에서 비롯된다. 어딜 봐도 돈과 권력을 다 가진 상대를 이길 방법이 없는 소녀가 파죽지세로 상대를 당황시키고, 위협하며 원하는 효과를 얻어내는 장면은 통쾌하기보다는 어색하기만 하다. 차라리 그녀에게 남들이 모르는 특수 능력이 있거나 특수 신분이 있다는 설정이 있었다면 모를까. 이러한 설정 오류로 인해 다큐 필로 진행되던 전반부에 이어지는 후반부가 액션 필로 펼쳐지는 건 밸붕이다.

 

실제였다면 아마도 여기서 혜영의 이야기는 끝났을 것이다.

 


 

사족에 불과한 결말

 

결말은 차라리 생략하는 게 더 나앗을 것이다.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의 보험금이 일시에 모두 나와서 갑자기 해피엔딩라니. 차라리 혜영이 사장 집 파괴행위로 징역형을 받고 교도소에서 나와 새 출발을 하는 장면으로 갔다면 이야기의 흐름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상영시간 내내 지면을 박박 기다가 종영을 앞두고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양새다. 주연을 맡은 김혜윤의 연기는 시종일관 이야기를 멱살 잡고 가지만 캐릭터 간 균형감 상실과 무리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생각보다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로더를 탄 건 좋았지만 이후의 흐름은 차라리 없었던 게 더 나앗다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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