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전쟁
제작년도 : 2018
제작 : 독일 Sky One
시즌 : 8부작 1부 완결
감독 : 드레아스 프로차스카
영원히 기억될 잠수함 영화의 전설
1981년 독일에서 제작한 <특전 유보트>는 잠수함을 소재로 한 영화로서는 어깨를 겨루기 힘든 전설로 유명하다. 독일 작가 로다르 G. 부츠헤임이 1973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독특한 포지셔닝과 유명세 덕분에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었고, 2018년에는 독일 TV채널 Sky One 에서 TV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이 글에서 다룰 <특전 유보트>는 바로 이 TV시리즈이다. 오리지널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등장하기 전까지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가장 많은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외국어 영화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소설에 추가한 이야기
TV 시리즈는 로다르의 오리지널 동명 소설과 1995년에 발표한 후속편 소설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서 진행한다. 시기적으로는 영화가 끝난 1941년 12월에서 9개월 지난 시기가 배경이다.
스토리는 크게 잠수함 기지가 있는 라로셸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작전 지역으로 나간 유보트 U-612에서 벌어지는 사건 두 가지로 구분된다. 라로셸 시에서는 현지 독일군들과 싸우는 프랑스 레지스탕스들과 U-612의 통신병 프랑크의 누나 시몬의 제휴 활동,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게슈타포와 프랑스 경찰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유보트 U-612호 호프만 함장은 본부에서 날아온 비밀 작전을 수행하려다 전투를 피하게 되면서 다른 U보트 함장 브랑겔 소령과 부함장 텐슈테트의 불만을 사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의 선동으로 반란이 일어나고 호프만 함장은 배 밖으로 축출된다. 함장을 버린 U-612호는 전투에 휘말리고 곤경을 겪으면서도 기사회생하여 라로셸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근무환경 자체가 공포인 잠수함
잠수함은 수중에서 흔적을 감춰야 생존률을 높일 수 있지만 목표를 파괴하려면 수면으로 부상해야 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목표를 타격한 후에는 천적인 구축함을 피해 도망쳐야 살 수 있다. 소나로 잠수함을 찾는 구축함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속도를 줄이고 소음도 줄여야 한다. 구축함과 잠수함의 소리없는 전쟁은 1차 대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잠수함 승무원들은 항상 수중에서 폭사하거나 심해로 가라앉아 수압에 의해 눌려 죽는 공포와 싸워야 한다. 외부의 적보다 근무 환경이 더 무서운 적인 셈이다. 영화 <특전유보트>가 잠수함 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유도 외부의 적이 아니라 이러한 내적 요인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액션 씬은 기대 금물
TV 시리즈 역시 원작의 방향을 따르고 있다. 잠수함 영화라고 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신명나는 전투 액션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 확실하다. U-612는 호송단을 격침시키기 위해 출항하지만 도중에 미국인 기업가를 실어서 나르라는 본부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전투를 피하기 때문이다. 호프만 함장이 반란으로 물러난 후 브랑겔 함장의 지휘로 호송단 한 척을 어뢰로 격침시키기는 하지만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다.
두 함장의 대비를 통해 조명하는 충성의 의미
시즌 1에서 주목할 건 두 가지다. 호프만 함장과 브랑겔 함장을 대비하여 군인이 갖춰야 할 충성심의 의미를 질문한다. 호프만 함장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작전과 부하의 안전을 배려하는 탁월한 주인공인데 비해, 브랑겔 함장은 충성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곡해하고, 부하들마저 죽음으로 이끄는 광기 어린 인물이다. 군대에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유연성을 과잉 발휘하는 지휘관이 부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몬과 레지스탕스의 대비로 보는 애국
게슈타포와 독일군, 프랑스 경찰의 추적을 피해 시몬과 레지스탕스가 벌이는 작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범한 군무원인 시몬은 처음에는 동생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지만 나중에는 레지스탕스와 조카를 위해 게슈타포와도 몸을 섞는 대담한 첩보행동도 불사한다. 시몬은 사랑을 위해 순수하게 자신을 헌신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은 사랑은 외피일 뿐 각자 추구하는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시몬을 이용한다.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지만 전쟁터에서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것 역시 사치이기에 나쁘다고만 하기는 어려운 장면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시시각각 찾아오는 공포
호프만 함장을 추방한 후 U-612는 그토록 바라던 전투에 휘말리지만 무모한 작전 때문에 구축함의 기뢰에 맞아 바다에 가라앉는다. 산소가 떨어지면 찾아올 질식사의 공포와 마주하며 승조원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반란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게 된다. 나사 하나, 기기의 잡소리 하나에도 숨이 막힐 듯이 경악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승조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란의 주역인 텐슈테트는 승조원들에게 참회하는 심정으로 잠수함의 전력을 회복시킨 후 염소 가스에 질식되어 사망한다.
<시즌 2>를 위한 특이한 떡밥
U-612의 승무원들은 사소한 전투를 벌인 후 기적적으로 라로셸로 생환한다. 브랑겔 함장과 장교들은 입을 맞추어 사건을 날조하여 보고한다. 라로셸의 레지스탕스는 독일군과 게슈타포의 작전으로 일망타진당한다. 레지스탕스의 리더이던 몬로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비밀을 빼내기 위해 게슈타포와도 관계를 유지하던 시몬은 정체가 탄로났음에도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위험에서 벗어난다. 한편 대서양 한복판에 버려졌던 호프만 함장은 기적적으로 미국에 상륙하여 작전 중 실어날랐던 기업가 그린우드를 찾아간다. 독일 국채를 매입하여 U보트 건조를 후원한 그린우드 집안과 호프만이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기대가 되는 결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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