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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인간 같은 괴물과 괴물 같은 인간이 종의 파멸을 위해 벌이는 처절한 대결, 다크 판타지 만화 <헬싱>

by 마인드 오프너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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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신장판이다.

장르 : 다크 판타지, 호러, 액션

작가 : 히라노 코우타

연재 : 1998.09-2008.11

권수 : 10권 완결

 


인간과 괴물의 설정 역전

 

처음 본 사이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 이성 간에도 ‘첫눈에 반하는’ 일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짓이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다. 유대인들을 수천만 명이나 죽인 SS나치 전범들이나 역사에 남은 연쇄살인범들 역시 집에 돌아가면 평범한 가장이자 남편이자 아들이었다. 외모로는 아주 선량하지만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 수두룩하다.

 

만화 <헬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외모와 내심에 간직한 흉성의 불일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이지만 악마보다 더 흉악한 인간과 괴물이지만 더 인간적인 괴물이 서로를 파멸시키기 위해 죽어라 싸운다. 이러한 설정의 역전이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를 담보한다.

 


하드코어 표현이 난무하는 다크 판타지

 

<헬싱>은 히라노 코우타가 1998년부터 10년 동안 연재한 다크 판타지 만화다. 1999년의 영국을 무대로 나치 잔당들과 흡혈귀, 바티칸의 특수부대가 벌이는 치열한 투쟁을 그렸다. 이야기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읽어 보는 게 좋다.

 

제목 <헬싱>은 <드라큘라>의 주인공인 아브라함 반 헬싱 교수에서 유래했다. 아카드와 대결하기 위한 특수인간들을 창조하기 위한 나치 밀레니엄의 연구는 <드라큘라>의 주인공인 미나 하커에서 시작되었다. 영화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하드코어 묘사가 많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나치 잔당 VS 바티칸 VS 영국 왕립 국교기사단

 

‘헬싱’은 흡혈귀, 좀비 등 괴물들을 타도하기 위해 설립된 영국 왕립 국교기사단이다. 헬싱을 이끄는 인테그라는 아버지가 죽은 후 쿠데타를 일으킨 삼촌에게 살해될 뻔 하지만 최강의 흡혈귀 ‘아카드’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긴다. 단장에 오른 후에는 아카드와 아카드의 피를 받은 세라스를 적절히 부리면서 괴물들을 숙청한다.

 

바티칸 교황청의 13과 이스카리옷은 바티칸 내에서 인간이 아닌 괴물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처리하는 특수조직이다. 이곳의 성당기사 안데르센 신부는 흡혈귀와 대결하기 위해 리제너레이터로 신체를 개조한 인간으로 거의 불사에 가까운 존재다.

 

‘헬싱’과 이스카리옷이 경쟁 관계에 있는데 비해 이들과 대치하는 조직은 나치 잔당인 밀레니엄이다. 밀레니엄의 수장은 아카드를 제거하는 것이 최후의 목표다. 아카드가 수천 년 동안 흡수한 불사의 능력을 말살시키기 위해 밀레니엄에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투입해서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아카드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 만화에서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기준은 생물학적 종의 분류가 아니다. 인간과 동물의 구분 기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욕망과 전투의 기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노력이나,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희망에 있다.

 

‘불로불사’에 이끌려 인간의 삶을 스스로 버리는 인간(밀레니엄)이 있는가 하면, 불로불사의 삶을 버리고 유한한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괴물(아카드)이 있다. 헬싱의 충직한 집사였던 월터는 아카드와의 대결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고 만다. 밀레니엄 리더인 소좌 역시 복수를 위해 몸의 대부분을 기계로 치환한다. 어쩔 수 없이 흡혈귀가 됬지만 끝까지 인간이길 희망하는 세라스와 대조적이다.

 


차라리 유한한 삶을 희망하며

 

전쟁이 끝나고 상처뿐인 평화가 찾아온다. 안데르센과 월터는 죽고, 밀레니엄은 사라졌으며 인테그라도 늙었다. 세라스만 젊은 시절 그대로다. 아카드는 몸에 내재된 삼십만 명 이상의 목숨을 제거하고 혼자만의 모습으로 귀환한다.

 

늙어버린 인테그라와 세라스, 누구의 삶이 더 행복한 것일까. 내 경우에는 늙은 인테그라의 예가 가장 좋았다. 육체는 늙었지만 마음은 젊은 시절보다 더 여유가 생겼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한한 삶보다는 확실한 종착역이 있는 삶이 더 반갑다. 그토록 원하던 기계인간의 삶을 목전에서 포기한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의 내심을 이해한다. 끝없는 삶의 고독과 외로움은 평범한 인간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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