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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멀티버스를 누비는 B급 감성의 히로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by 마인드 오프너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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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참신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장르 : 액션, 코미디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39분

개봉 : 2022.10.12.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주연 : 양자경

등급 : 15세 관람가

누적관객 : 364,244명(03.15 기준)

 


걸작과 괴작 사이

 

내 기호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한 영화라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괴랄한 건 사실이다. 내용을 온전히, 형식을 완전히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영화에 열광한 영화팬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그저 경악할 뿐이다. 영화 보는 눈은 아직도 한참 멀었음을 실감한다. 그나마 확실한 건 감독의 연출 능력이 후져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내 수준으로는 걸작과 괴작 사이의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게 고작이다.

양장경은 B급 쌈마이액션에서도 연기력을 보여준다.

 


오스카상 7개 부문 수상이라도

 

제작비가 겨우 2500만불인 영화인데도 개봉 후 입소문을 타며 2022년 하반기에 많은 상을 수상했다.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무려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아카데미상 수상은 이미 입소문에서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수상을 많이 한 영화가 대개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모든 영화가 다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영화의 세계관이나 만듦새는 대다수 관객을 납득시키기 힘들다. 전문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나쁜 영화’다. 짐작컨대 이 영화의 수상복은 기교나 아이디어 면에서 참신함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하지 않는 괴벽을 해야만 멀티버스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는 신박한 설정.

 


혼란스러웠던 다중우주 세계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편과 결혼 후 미국에 이민 와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다. 세무조사 담당자가 납득할 수 없는 기장 자료로 곤란에 처한 에블린은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과 커밍아웃을 선언한 딸 때문에 엉망진창이 된다. 그 순간 이 영화만의 독특한 세계관인 다중우주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다중우주를 소재로 다룬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다중우주 간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이 설정의 차이 하나로 영화는 완전히 신세계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양자경 개인의 인생사를 돌아보는 듯하다.

 


B급 영화와 같은 난장판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B급 성향 강한 감독의 연출방식 때문일 것이다. 다중우주 속에서 난장판을 헤집고 다니는 주인공들과 상대방이 보여주는 방식은 영락없는 싼마이 액션이다. 국내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면도 있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차분하게 정돈된 스토리 속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개연성은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다만 마블이나 기타 영웅 영화에 질려 버린 관객이라면 관용을 베풀 경우 참신함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 했더니 왕년의 여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다.

 


중장년층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결말

 

원하는 삶을 꿈꾸다가 현실에서는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장년들은 이 영화에 많이 공감할 법하다. 순간의 선택이 달라질 경우 만날 수 있는 나의 다른 세계가 바로 다중우주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뒤돌아보면 후회가 남는 순간이 많다. 그 순간, ‘다른 길을 걸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가져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불만이 폭주하는 지금 여기보다 어딘가 다른 인생에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꿈꿔 본 경험이 있다면 영화 속 양자경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에블린의 남편은 다른 세상에서 성공한 남자가 되어 있다.

 


예상을 벗어나는 히로인

 

위기에 처한 멀티버스를 구할 히로인이 이민 온 평범한 아시아 중년 여성이라는 점은 여느 영웅설화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마블이나 DC의 영웅 일대기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배신감마저 느낄 터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감독은 아예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B급 코믹 감성을 빵빵 터뜨린다. “이 영화는 당신이 보던 영화와는 달라. 그러니 이해해.”

 

종횡무진 다중우주를 누비던 에블린이 결국 선택하는 것이 가족이라는 결말은 참신한 구성에 비하면 김이 빠지는 느낌이다. 결말에서도 B급 감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었을까. 이왕 버린 몸, 화끈하게 질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갑자기 등장하는 돌 씬. 어떤 이에겐 얼척이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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