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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위대한 SF고전과 흥행 귀재의 만남, <우주전쟁>

by 마인드 오프너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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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화성인의 트라이포드가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장르 : SF, 드라마, 스릴러

제작국 : 미국

상영시간 : 110

개봉 : 2005.07.07.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톰 크루즈

등급 : 12세 관람가

 


 

허버트 조지 웰즈의 SF 고전 명작

허버트 조지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다룬 SF 소설의 고전이다.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류가 멸망 직전에 놓인다는 ‘에일리언 아포칼립스’ 장르의 시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발간 시기가 무려 1898년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는 짚신 신고 소를 끌며 밭 갈던 시절에 화성인의 침공을 상상하다니. 천재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아주 어릴 때 이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00년 전에 이런 소설을 상상하다니...

 


 

외계 생명체의 공포

원작소설도 훌륭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도 놀랍다. 우주전쟁은 외계에서 찾아온 생명체의 무시무시한 등장으로 시작된다. 규모도 규모거니와 등장 방식이 기괴하고 독특하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SF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와 확실히 비교된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크기의 우주선으로 도시를 날려버린 반면 스티븐 스필버그는 원작의 묘사를 염두에 많이 둔 듯하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잔혹한 살상과 피부로 느껴지는 공포는 <인디펜던스 데이> 못지 않다. 과연 흥행의 귀재라 할만하다.

 

원작의 트라이포드를 현대적으로 훌륭하게 재해석했다.

 


 

전사가 아닌 가장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철저히 도망자의 모습을 연기한다. 그의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가 가족을 우선시하고 가장의 역할을 다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레이)가 무기를 들고 트라이포드를 때려 부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겠지만 영화의 짜임새가 무너지고 원작에서 벗어난다. 레이가 가장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화성인의 침공에 무력한 인류의 공포가 더 생생하게 전해질 수 있다.

 

톰 크루즈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뛰고 또 뛴다.

 


 

무너진 인류의 자존심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한 초고도문명을 앞세운 외계인의 습격 앞에 절망하고, 좌절하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영장류라고 스스로를 올려 부르며 자만하던 인류의 모습은 영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트라이포드가 쏘아대는 빔을 맞고 재가 되어 사라지는 인간은 우리가 휘두른 파리채에 맞아 속절없이 죽어가는 파리와 다르지 않다. 인류의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다.

 

영장류로서의 체면과 자존심은 없다.


 

전염되는 공포

이 영화에서 공포는 전염병처럼 번진다. 전염병이 이유를 가리지 않는 것처럼 공포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살아남기 위한 원초적인 몸부림에서 비롯되는 공포다. 레이의 차가 군중들에게 가로막힌 후 쟁탈전 끝에 빼앗기는 장면은 현실적이다. 영화처럼 외계인의 습격이 진행된다면 인간의 가장 큰 적은 인간이 될 것이라는 스필버그의 예견이다. 외계인은 눈에 보여야 두렵지만 같은 종인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공포를 자아낸다.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인류는 할 것이 없다.

 

 


 

부성애라는 이름의 초능력

레이는 희망도 없이 살던 이혼남이었다.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아들과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화성인의 침공 후 레이의 부성애는 그를 새로운 인간으로 바꾸는 동기가 된다. 오길비(팀 로빈스)가 공포에 질려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자 레이는 그를 죽인다. 숨어 있다가 트라이포드에 잡혀 딸과 갇히게 되자 수류탄을 터뜨려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살아남는다. 의도하지 않았던 변화는 부성애가 만든 기적이었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레이는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원작을 오마주하면서도 흥미롭게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잔재주를 피우지 않았다. 조지 웰즈의 원작소설을 최대한 예우해서 만들겠다는 각오가 읽힌다. 어쩌면 스필버그답게 액션이 넘실대는 21세기의 우주전쟁을 기대한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연출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인트로에서 지구 문명을 오시하며 인류를 관찰하다 습격 시기를 선택하는 외계문명을 예고하는 점도 섬뜩하고 참신한 연출이다. 지구의 박테리아가 화성인을 물리친 일등공신이라는 해설도 간결하면서 원작의 핵심을 그대로 짚어 좋았다. 스필버그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외계인의 습격 앞에 무력한 인류의 공포와 재난영화로서의 재미를 잘 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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