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었지만 1편의 참신함은 사라진
<인사이드 아웃> 오리지널을 처음 접했을 때 놀랐던 점은 표현 방법이었다. 인간 내면의 감정을 의인화해서 이렇게 만들 수 있다고? 상상력의 끝판왕이다 싶었다. 의인화된 감정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충실하며 한 개인을 움직인다는 설정도 감탄스러웠고, 감정들의 결정과 행동이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도 좋았다. 도대체 어떤 성장과정과 학습 과정을 거쳐야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워낙 아이디어가 좋고 작화마저 흠잡을 데 없다 보니 흥행은 당연지사였다. 모두들 2편을 생각했지만 제작은 지연되었고 9년만에 2편이 등장했다. 표현은 1편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구성에서 주인공 라일리의 성장 과정에 따른 새로운 감정들을 추가하며 모든 감정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편만큼의 신선한 충격이 없는 건 아쉽지만 시리즈의 맥을 잘 잇고 있는 셈이다.
장르 : 애니메이션
제작국 : 미국
공개일 : 2024.06.12.
상영시간 : 96분
감독 : 켈시 맨
주연 : 에이미 포엘러
등급 : 전체관람가
감정 컨트롤 본부를 장악한 새로운 감정들
13살이 된 라일리는 여러 가지로 내면의 변화를 겪었다. 공부도 잘하고, 이빨 교정기도 꼈고, 키도 컸다. '신념'을 바탕으로 ‘난 좋은 사람이다’이라는 '자아'가 형성되었다. 수업 도중 실수로 동전을 쏟아 웃음거리가 된 '그레이스'라는 친구를 도와주며 '브리'와 함께 절친이 된다.
하키 경기 도중 라일리는 브리와 그레이스와 약속한 '바늘구멍 뚫기' 작전으로 경기 종료 1초 르 남기고 극적인 결승골을 넣는다. 라일리와 친구들 앞에 고교 아이스하키팀 코치가 나타나 하키 유망주들이 모이는 하키 캠프에 초대하고 세 사람은 기꺼이 참가하기로 한다.
캠프에서 우상이자 선배인 밸과 동료들을 만난 라일리는 불안감과 조바심에 시달린다. 벨 일행과 친하게 지내고 하키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자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을 밀어내고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등장하여 라일리의 내면을 조종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상상에 기반한 결정을 하는 ‘불안’이의 조종 때문에 라일리는 브리와 그레이스도 모른 체하고 가짜 자아를 갖게 된다. 본부에서 쫓겨난 채 이 상황을 보던 기쁨이 일행은 사태를 뒤집기 위해 본부 회복 작전을 벌이기로 한다.
부드럽고 세련된 작화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제작 실력은 정점에 이른 듯하다. 캐릭터의 움직임이 흠잡을 곳 없이 자연스럽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직된 움직임에 비교하면 천지차이임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움직임이 격렬한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라일리와 팀원들이 스케이트를 지치고 하키를 휘두르는 장면에서 눈에 거슬리거나 경직된 장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각 감정을 나타내는 캐릭터들 역시 외모로만 따지면 촌스러울 수 있으나 각 감정의 특성을 고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절묘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성장기 자존감의 중요성 역설
기존 감정들과 새로 등장한 감정들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서 복잡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본편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성장 과정,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에 특정 감정에 치우치는 점을 주의하고 자존감을 가지라는 메시지다. 특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주변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진실된 자아를 속이는 ‘불안’이의 독주를 보는 관객들은 자신들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볼 수도 있겠다. 경험도 모자라고 생각도 깊지 않은 시기이기에 빠지는 시행착오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스스로 헤쳐나올 수 없는 괴로운 과정이었기에 그토록 그립기도 할 것이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주타겟은 성인층일 듯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픽사 애니는 디즈니 애니와 결이 다르게 보인다. 애니 작화 스타일은 영유아와 초등학생 층을 겨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과 기획은 오히려 성인층에 더 어울려 보인다. 이번 작만 해도 어린이들이 과연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인화된 감정들이 벌이는 소동에 집중하고 상상으로 표현한 내면 세계라는 표면적인 부분만 느끼고 마는 게 아닐까. 설령 그렇다 해도 그 사실이 이 작품의 단점이라고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인 관객들은 자신들의 지난 사춘기 시절을 되돌아보고 이번에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어린 관객들은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보면 되니 말이다.
1편 흥행의 핵심인 참신함은 미흡
디즈니에서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박스 오피스 10억 달러를 넘어선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인사이드 아웃2>는 관계자들에게 최고의 효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편이 선사해 준 기획과 표현의 참신성을 감안하면 탁월한 인상을 주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1편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는데다 성장기 시절 유난히 주변인들과 사귀는 과정이 어려웠거나, 파란만장한 사춘기를 거친 경험이 있는 관객들은 감성적인 공감과 함께 이야기 전개에 만족감을 표시할 수 있기에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을 것 같다. 반면 그런 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미 경험한 표현법과 다소 느린 이야기 전개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역시 영화는 경험하는 만큼,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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