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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영화 트위스터스 줄거리 결말 리뷰 ; 미나리 감독 정이삭, 드라마만 잘 찍는 게 아니었네?

by 마인드 오프너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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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와 맞짱 뜨는 전사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미국, 특히 중부 지방에서는 토네이도가 재앙 그 자체다. 태풍이나 마찬가지의 엄청난 규모로 갑자기 시작되어 마을과 도시를 쓸어버리고 그 빈도 수도 매우 잦기에 미처 대비할 틈도,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1996년작인 <트위스터> 이외에 토네이도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가 많지 않다는 건 의외다. 어쩌면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도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트위스터스> 연출을 허락했는지도 모른다. 특이하게도 이 영화에서는 토네이도를 피하려는 일반인들이 아니라 토네이도를 찾아가 대책 방법을 찾으려는 연구자들이 주인공이다. 파괴와 멸망의 화신으로 폐허만 남기고 사라지는, 자연이 남긴 괴물 토네이도와 대결하는 인간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트위스터스>와 흡사한 내용의 <트위스터 (1996)>


 

​장르 : 액션, 모험, 드라마

제작국 : 미국

공개일 : 2024.08.14.

상영시간 : 122분

감독 : 정이삭

주연 : 글렌 파월

등급 : 12세 이상


토네이도와의 아픈 추억, 그리고 재도전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는 대학교 동기들과 함께 토네이도를 추적하다가 예상을 벗어난 강력한 토네이도에 휘말려 애인과 동료들을 잃고 만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죄책감에 빠진 케이트는 뉴욕 기상청 직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간다.

"누구나 계획은 세운다. 쳐 맞기 전까지는..."이라는 마이클 타이슨의 이야기를 몰랐던 이들.

 

어느날 그녀 앞에 토네이도를 추적하던 시절의 동기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찾아와 토네이도에 대처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케이트는 일주일 동안 일행에 합류하기로 결심하고 하비와 함께 토네이도가 빈발하는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그곳에서 토네이도를 소재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명인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난다.

처음에는 하비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결국 동행하게 되는 케이트

 

토네이도를 자신의 유명세와 눈요기거리로 활용하려는 ‘타일러'와 번번히 부딪히는 ‘케이트’는 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반면, 타일러는 자신보다 더 확실하게 토네이도의 진로를 예측하는 케이트에게 주목한다.

토네이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았던 타일러에게 케이트의 존재는 무척이나 특이했을 것이다.

 

토네이도가 지나가고 난 후 폐허에 나타난 개발업자가 하비의 스폰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케이트는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갖게 되고 하비와 다투게 된다. 이후 케이트와 타일러의 관계는 호전되고 두 사람 앞에 역대급 토네이도가 등장하며 도시를 위협한다.

토네이도의 위력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에겐 생소한 재해, 토네이도

 

한국인들에게 ‘재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자연현상은 단연 태풍이다. 매년 여름 장마철에 찾아오는 태풍은 막대한 재산 피해와 사상자를 남기고 가기 때문이다. 지진은 두 번째로 떠오르는 재해현상이다. 인접국인 일본의 엄청난 피해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지진 현상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엔 워낙 땅덩이가 넓다 보니 지역마다 다르다. 미국 동부는 단연 허리케인이다. 역대급 허리케인이 밀어닥치면 주단위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재난이 시작되기도 한다. 중부를 대표하는 재해는 단연 토네이도다. 미국에서는 이 영화의 배경인 오클라호마 주를 비롯해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텍사스, 캔자스, 네브래스카, 미주리, 아이오와 주를 묶어서 아예 ‘토네이도 앨리(Tornado Alley)’로 부른다. 3.16억 달러에 달하는 월드 박스 오피스 성적 중에 북미 박스 오피스 성적이 72%가 넘는 2.28억 달러라는 사실은 토네이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토네이도는 미국 중부에서 자주 발생하여 토네이도 앨리라는 지역이 생길 정도다.


빌런, 주인공이 되다

 

토네이도를 따라다니며 영상을 올려 유명 유튜버가 된 타일러는 평소처럼 흥미 위주의 영상을 촬영하다가 케이트와 맞닥뜨린다. 토네이도 피해를 막는 연구를 진행하다가 동료들마저 잃은 케이트 입장에서 타일러가 마음에 들 리 없다. 순수한 공익을 위해 토네이도 연구를 제안한 줄 알았던 하비의 스폰서가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이주민들의 토지를 싼 값에 구입하는 악덕 부동산 업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반전한다. 타일러가 케이트의 진심을 알고 그녀와 동행하며 토네이도 연구에 동참하기로 한 것. 타일러의 이러한 변화는 극강의 토네이도를 맞아 함께 위기를 넘기며 더욱 공고해져서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하게 된다.

인플루언서의 삶이냐, 가치 있는 삶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토네이도의 위엄을 살리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을 들라면 무엇보다도 토네이도의 압도적인 위력과 그로 인한 피해 장면들일 것이다. 재난 영화에 로맨스도 좋고, 액션도 좋지만 가장 기본은 자연 재해 현상 자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덕분이다. 토네이도 역시 태풍처럼 등급으로 위력이 나뉘는데 최대 등급의 토네이도는 콘크리트 건물을 통째로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위력이라고 하니 이 영화에서처럼 영화관이 뜯겨나가고 자동차가 휘말려 올라가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영화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4D로 관람하며 온몸을 울리고 진동시키는 경험을 맛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다.

사람이 토네이도에 휘말릴 경우 대부분 함께 빨려들어간 나무나 파편 등에 의해 사망한다.


캐릭터의 내면 표현은 아쉬워

 

반면 주인공인 케이트와 타일러의 내면 변화에 소홀한 점은 아쉽다. 연구 도중 동료들과 애인을 모두 잃고 침잠해 있던 케이트가 하비의 연구 제안에 쉽사리 마음을 바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토네이도 전문 유튜버로서 인기와 유명세를 구가하던 타일러 역시 누릴 수 있는 이권을 모두 내려놓고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는데 그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표현이 없는 게 아쉽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외부 환경에 휘둘리며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거나 친인이 아프거나, 정말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변화를 하지 않는 법인데 별다른 동기 없이 전혀 다른 삶을 살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공감을 주기는 어렵다.

한 번 어떤 사건으로 뼈아픈 경험을 한 사람이 다시 같은 환경으로 복귀하기란 어렵다.


전반적으로 볼만한 작품

 

이미 규모로나 소재로나 어지간하면 다 보았을 것 같은 재난 영화 장르에서 쉽지 않은 성공을 이뤄낸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소재 덕분이라고 본다. 1996년작 <트위스터> 이후에 기억에 남는 토네이도 소재 영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민들에게 현실 기반의 재난 영화였을테고 토네이도가 드문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는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안성맞춤의 재난 영화였을 것이다. <미나리>를 비롯한 다른 영화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바 있는 정이삭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 또한 흥행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장르가 완전히 다른 재난 영화에서 이처럼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정이삭 감독에 대한 할리우드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해 본다.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 법이니 이참에 할리우드에서도 롱런하는 감독이 되길 기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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