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최악의 영화로 기억될 듯
<보더랜드>는 원래 인기 게임이다. 현재 3편까지 출시되었는데 독특한 그래픽과 세계관으로 인해 다른 FPS 게임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길을 걸어왔다. 필자도 <보더랜드> 1, 2편을 직접 해보았는데 오리지널이 가장 흥미로웠고 2, 3편으로 갈수록 새로운 면이 떨어져서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4편은 기대를 접은 상태다.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떠오른 생각은 ‘주인공이 광대한 개활지에서 수많은 악당들을 만나 싸워가며 진행하는 독특한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였다. 영화 포스터에는 케이트 블란쳇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환갑을 바라보는 여배우가 역동적인 액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장르 : 액션, SF, 사이버펑크
공개 : 2024.08.09.
상영시간 : 102분
감독 : 일라이 로스
주연 : 케이트 블란쳇
등급 : 전체관람가
에리디안의 유물을 찾아라
인트로 화면에서는 ‘에리디안’이라는, 압도적인 문명을 자랑하던 외계인들이 우주에 수많은 문명의 씨앗을 퍼뜨렸다는 이야기를 깔아놓는다. 지나가는 말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주인공 릴리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에리디안의 유물을 얻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과정이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판도라 행성의 우주 정거장에서 용병 롤랜드가 크리그와 함께 티나를 납치한다. 프로메테아 행성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일하고 있는 릴리스는 초거대기업 아틀라스 사 회장 아틀라스로부터 딸 티나를 되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릴리스는 로봇 클랩트랩과 함께 티나를 찾는 데 성공한다.
릴리스 일행은 천신만고 끝에 아틀라스 사의 방해를 물리치고 에리디안의 유물이 숨겨진 볼트를 열지만 정작 티나는 볼트의 주인이 아니었다. 티나는 '에리디안'의 기술을 얻기 위해 유전공학으로 만든 클론이었던 것이다.
이때 릴리스가 티나를 대신해서 에리디안 '파이어호크'의 힘을 계승하여 볼트를 연다. 아틀라스는 티나를 인질로 삼아 볼트로 들어오지만 괴물의 먹이로 최후를 맞는다. 생츄어리는 아틀라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축제를 벌이고 이를 릴리스와 티나가 바라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갈팡질팡하며 사건에 끌려가는 주인공
주인공 릴리스는 원래 현상금 사냥꾼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현상범을 잡은 후 아틀라스 회장의 심부름꾼을 만난다. 현상금 사냥꾼으로서의 정체성은 여기서 막을 내린다. 아틀라스 회장의 의뢰를 받은 이후 사건을 주도하지 못하고 주변 환경에 끌려가는 신세가 된다. 어쩌다 보여주는 액션은 몸이 따라가질 못하고, 주인공으로서 보여줘야 할 문제 해결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뭘 알아야 문제를 해결하지. 그녀가 파이어호크가 되어 볼트의 주인이 되는 과정은 순전히 운의 덕분이다. 더 기막힌 건 그 생고생을 해서 볼트에 들어가지만 정작 무엇을 얻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거다. 이런 영화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보기 힘든 사례가 되지 않을까.
온갖 영화들의 섞어찌개가 된 구성
신기하게도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지금까지 나온 온갖 영화들이 눈앞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영화는 단연 <스타워즈> 시리즈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주인공 설정과 우주선 내의 격투, 항성을 가로지르는 장면에서 연상된다. 두 번째 영화는 <매드맥스> 시리즈다. 클랩트랩과 만나는 황량한 행성의 모습과 아틀라스 사의 용병 집단과의 추격전이 연상을 자극한다. 세 번째 영화는 마블과 DC 영웅 시리즈다. 릴리스가 파이어버드로 변하는 광경에서 연상 작용이 일어난다. 수많은 클리셰들과 다른 영화의 복붙이 만든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영화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이보다 더 많은 전작들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때문에 게임의 명맥도 끊길 판
좋은 영화일수록 관객과의 거리감이 없다. 나쁜 영화일수록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배역에 흡수되지 못하고 스크린 밖의 관객들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데드풀처럼 제 4의 벽을 일부러 의식하고 하는 행위라면 문제가 다르겠으나 배우들이 단절되는 이야기와 캐릭터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문제다. 이 영화는 자체의 흥행뿐만 아니라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임 <보더랜드 4>의 흥보 목적도 겸하고 있을텐데 긍정적인 이미지 창조는커녕 악영향만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 평점
- -
- 감독
- 일라이 로스
- 출연
- 케이트 블란쳇, 케빈 하트, 잭 블랙, 에드가 라미레즈, 아리아나 그린블랫, 플로리안 문테아누, 지나 거손, 제이미 리 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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